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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 김영미 │프리랜서 PD

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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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은 기밀을 폭로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가디언’ 기자에게 제보할 때는 휴대전화를 냉장고에 넣은 상태에서 통화했다. 호텔에서도 CCTV와 웹캠을 피하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료를 정리했다. 제보처로 가디언을 선택한 것도 탁월했다. 미국 언론의 애국주의 성향 탓에 폭로가 무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가디언의 미국 인터넷판 편집장 자닌 깁슨은 “미국에서는 안보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비애국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노든과 접촉해 기사를 쓰고 있는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변호사 출신으로 그간 정부의 각종 부정과 비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스노든이 그를 제보처로 점찍고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미국이 아닌 홍콩에서 기밀을 폭로한 것과 모스크바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면서 폭로를 이어가는 것도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닝을 비롯해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폭로 이후까지 치밀하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매닝은 내부고발 이후 바그다드 군기지에서 곧바로 체포돼 버지니아 주 콴티코 군 구치소로 옮겨졌다. 재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3년 동안 갇혀 있었다. 독방에 머물렀으며 운동도 제한당했다. 매닝이 자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속옷까지 탈의시켜 알몸으로 지내게 했다. 1986년 미국 의회는 내부고발자가 보복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끔 부정청구주장법(False Claim Act)을 제정한 바 있으며, 1989년엔 연방공직신고자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도 만들었다. 그런데 매닝이나 키리아쿠는 이들 법에 의해 신분보장, 신변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내부고발자가 아닌 국익을 해친 범죄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테러 방지’는 만능열쇠?

내부고발자가 수난을 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변한 미국의 분위기 탓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였다. ‘애국법’도 제정했다. 테러를 막는다는 명목하에 정보기관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무차별적 도·감청이 자행된 것이다. 누군가 이러한 내용을 고발한다면 그것은 테러리스트를 이롭게 하거나 그들과 협조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테러 방지가 미국 사회에서 만능열쇠가 돼버린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밀을 누설한 내부고발자를 간첩죄로 처벌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군 검찰은 매닝을 기소하면서 “유출한 문서가 위키리크스를 거쳐 알 카에다 수장 빈 라덴 손에 들어갔다. 빈 라덴 사살 당시 은신처에서 이 문서들이 발견됐다”며 범죄 증거로 제출했다. 그가 빈 라덴에게 기밀문서를 직접 건네지는 않았지만 이와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의 이러한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매닝은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군 검찰 조 모로 대위는 “기밀로 분류된 수많은 문서를 다루는 군인이 정보를 적의 수중에 던져버렸다. 이번 사건은 민감한 정보와 오만함이 만나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매닝의 유죄를 주장한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전 CIA 요원 키리아쿠를 체포한 직후 “민감한 작전에 투입된 CIA 요원의 신원정보 등을 포함한 국가기밀 보안은 유능한 요원의 안전과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감청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수집 덕분에 20여 개 국가에서 50회 넘는 테러 음모를 막아냈다. 감청 프로그램은 엄격한 통제 하에 작동되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다. 스노든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내부고발자가 또 나타나는 것을 막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매닝이 체포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제13587호’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매닝 같은 이들의 행위를 ‘내부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내부 위협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든 뒤 1년 안에 내부 위협 대응 프로그램의 최저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각급 연방기관이 내부 위협 탐지·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6월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 조직의 비밀 유지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서약을 지키자(Honor the Oath)’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브레넌 국장은 메모에서 “비밀 준수 캠페인은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익명의 기밀 폭로 건과 전직 간부 요원들의 저서 출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무부도 직원들에게 ‘간첩 식별법’을 교육했으며, 국방보안청(DSS)은 정규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도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것을 보고해야 할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예비 내부고발자’ 색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 11월까지 미군 합참부의장으로 재직한 퇴역 장군 제임스 카트라이트가 스노든의 폭로 이후 법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번 조사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트라이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미군 서열 2위의 고위 장성이었는데도 이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백악관의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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