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Hot Star

“마라톤 창법 신공(神功)? 달 그림자 보며 터득했죠”

‘라이브의 女神’ 바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마라톤 창법 신공(神功)? 달 그림자 보며 터득했죠”

2/5
달 그림자의 추억

“마라톤 창법 신공(神功)? 달 그림자 보며 터득했죠”

KBS-2TV’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사진.

▼ SES로 데뷔하기 전엔 달 그림자를 보면서 춤을 췄다면서요.

“데뷔하기 전까지 9년 동안 성당 앞 컨테이너 집에서 살면서 하루도 안 쉬고 춤을 췄어요. 한겨울에도 속옷을 짜서 땀이 물처럼 나올 때까지. 땀이 그렇게 나와야 집에 들어갔어요. 언제든지 기회가 오면 보여줄 수 있게 저 나름대로 계속 준비한 거예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평소에 준비를 해두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어요.”

▼ 달 그림자를 보면서 어떻게 춤을 추죠?

“제가 살던 동네에 가로등이 하나 있었는데 달이 비추면 내 그림자가 더 선명해졌어요. 연습실에 있는 거울 벽이 없으니까 성당 벽에 비친 내 달 그림자를 보면서 춤을 춘 거죠. 그때마다 신에게 기도했어요. ‘하느님,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된다면 당신이 없다고 오해할 수 있으니까, 당신이 있다고 믿으니까 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주세요.’ ‘분명히 해주실 수 있죠?’라고 반문하면서. 고1 때 SES에 들어가기 전 제가 간절히 바라던 꿈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고, 가수로 데뷔해 학비를 벌었으면 했고, 또 가수로 성공해서 그 대학의 축제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그 세 가지를 다 이뤘어요.”



▼ 학비를 벌려고 가수가 됐나요.

“아빠가 예고 가는 걸 반대하셨는데 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빠는 몸이 아파서 제 학비가 부담됐을 거예요. 제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간장과 위장에 합병증이 생겨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 원래 창(唱)을 하던 분이라고 들었어요.

“창을 하다 한동안 클럽을 운영하셨어요. 창으로는 돈벌이가 안 되고, 저까지 태어나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절친한 친구들과 클럽을 하신 거예요. 친구 분들이 부산의 부자였대요. 그러다 몸이 안 좋아져서 다시 창을 하셨는데 제가 예고에 가겠다고 하자마자 아버지가 그 다음 날부터 삿갓 쓰고 밤무대를 다니셨어요. 그래서 제가 꼭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고에 다닐 때 공부는 1등을 못했지만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에이플러스’를 받았어요. 나중에 대학 등록금이 걱정거리가 되니까 성당에서 그렇게 기도한 거예요.”

▼ 원래 꿈이 가수였던 게 아니군요.

“어릴 때는 가수나 배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런 쪽에 끼가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가수와 배우, 둘 다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예고 선생님들이 저더러 연기에 소질이 있다고 하시니까 고등학교 때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학비 때문에 먼저 가수가 돼야 했지만.”

▼ 아버지 끼를 물려받았겠네요.

“아버지가 창을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노래를 가르쳐주신 게 아니라 노래 잘하는 몸을 만들어주셨죠. 9년 동안 달 그림자 보면서 춤을 춘 것도 아버지 영향이 커요. 제가 아홉 살인가 열 살 때부터 아침마다 아버지가 제 배 위에 올라가 서 계셨어요. 남자 성인이 쌀 한 가마니 무게잖아요. 아침에 잠도 안 깼는데 아빠가 벽을 짚고 그러고 계셔서 정말 괴로웠어요. 그때마다 전 장 파열이 일어나지 않게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줬죠.”

아버지의 ‘무거운 선물’

▼ 왜 그러신 거죠?

“아빠가 아프셨잖아요. 저희가 묏자리까지 보러 갔었어요. 병원에서 돌아가신다고 했어요. 8개월 선고 받으셨거든요. 막상 돌아가신다고 하니까 제게 뭐라도 물려주고 싶은데 재산이 없잖아요. 자식 중에 아빠 재능을 제일 많이 물려받은 막둥이 딸의 몸에다 저금하듯 뱃심을 길러주려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더래요. 개들은 강아지를 낳자마자 핥아주잖아요. 아버지도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근데 전 정말 싫었어요. 매일 울었어요. 학교 가기 전에 연필도 깎아야 하고 준비할 게 많은데 바쁜 아침마다 그러셔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거든요. 그렇게 2~3년을 보냈더니 배에 힘이 생겨서 아버지가 벽을 안 짚고 서 계셔도 견딜 만해지더라고요.”

다행히 부친의 병세는 양약을 끊고 청정한 산과 들에서 나는 풀뿌리와 나물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서 자연 치유됐다. 감당하기 힘든 수술비를 대느라 가세가 기울자 도심에서 시골로 이사했는데 그것이 부친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클럽을 하는 동안 풍족하게 살던 바다도 시골생활이 좋기만 했을까.

“여덟 살 때 시골로 이사했는데 처음부터 컨테이너에서 살진 않았어요. 웃풍이 심하고 비가 새는 허름한 집이었는데 집밖에만 나가면 마음껏 뛰놀 대자연이 펼쳐져 있어서 좋았어요. 주변이 과수원이었거든요. 엄마 아빠는 힘드셨겠지만 전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여름에는 배터지게 과일을 먹고 겨울엔 고구마, 감자 같은 걸 동네 어른들이 매일처럼 쪄주셔서 삶이 풍요로웠죠. 언니와 오빠는 사춘기여서 저와는 생각이 달랐겠지만. 그때 과일을 하도 먹어서 피부가 엄청 좋아요. 온수가 없어서 찬물로 샤워를 많이 했지만 그게 약수였거든요. 그 물을 얻으러 인천에서도 오고 그랬어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요. 자연을 가까이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요. 자연에 순종할 수 있어야 부러지지 않고, 비가 오고 번개가 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생기죠. 저도 어릴 때 비가 엄청 오는 날도 산 넘어서 학교에 다녔거든요. 그런 의지가 고난이 닥쳤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하더라고요. 꿈을 향해 열심히 가다 보면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생겨나요. 고등학교 때 학비를 늘 늦게 냈는데 선생님들이 그걸 이해해주셨어요. 어떤 독지가로부터 후원도 받았고요. 그래서 저도 두산의 ‘영광재단’을 통해 결손가정 아이들을 돕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식사할 때 제 경험담을 들려줘요. 희망을 주려고요. 자주 보니까 절 누나라 부르며 잘 따르는데,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저를 보는 것 같아요(웃음).”

2/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목록 닫기

“마라톤 창법 신공(神功)? 달 그림자 보며 터득했죠”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