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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진단 | 한국 군대 안전한가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병영의 위기, 인간의 위기

  • 김종대 |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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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부터 시작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시기에 북한은 매일 동·서부 전선에서 수천 명 단위로 비무장지대에 병력을 투입했다. 그런데 당시 국방부와 합참의 고위 장성들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주말 골프를 치러 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DMZ에 들어온 북한군 병사들이 군사작전을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영농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우리 군이 “이건 위협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평소처럼 대처했다는 것이다.

남북한 정치권력이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지만 실상 전방의 남북한 군은 마치 평화협정을 체결한 군대처럼 작전을 하는 시늉만 했다. 어차피 전쟁이 나면 전방의 전투원은 초기에 대량의 화력에 엄청난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남북한 병사들 사이에 “전쟁이 나면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경험 없는 초급 간부의 십자가

직업군인인 간부 위주로 형성된 선진국 군과 달리 한국군은 징집된 병사 위주의 조직이다. 자발적 의지와 자긍심이 아닌 타율과 강제에 의해 수동적으로 근무하는 전방의 병영은 특히 위기에 취약하다.

22사단에서 총기 사건이 벌어질 당시의 상황을 보면 전역을 3개월 앞둔 27세의 소초장(중위)은 무기고 열쇠를 상황병에게 맡기고 다른 소초로 사라졌다. 상황병은 긴급한 상황에서 책상 밑에 숨어 전화기를 붙잡고 중대본부에 연락하기에 바빴다. 선임분대장쯤 되는 하사는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무기고 자물통에 소총으로 7~8발을 발사해 부수려 시도했다. 지휘와 통제 시스템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제각기 움직이면서 임 병장의 총기 난사에 대처하지 못했고 부상자에 대한 구호도 늦어져 희생이 더욱 커졌다. 모두가 20대의 앳된 청춘이다.



이런 조직 구조는 가장 경험이 없는 미숙련의 장병에게 가장 위험한 일선의 방어를 맡기는 비합리성을 내포한다. 과거엔 학력이 낮고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학력도 있는 간부에게 복종했다면 이제는 병사들의 학력수준이 더 높아서 명령이 잘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간부들이 병사들과 같은 또래로서 갈등을 유발하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현대적인 시설의 신막사가 아닌 경우라면 소초장은 병사들과 같은 내무반에 합판 하나 정도로 칸막이를 하고 사실상 병사들과 같이 생활한다. 그런데 소초장이 어느 날 혼자서 과자 까먹는 소리라도 옆 병사들에게 들리면 어떻게 될까? 병사들은 이럴 때 소초장에게 가장 큰 위화감을 갖게 된다. 고참 병사들이 신참 소대장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면 소초장 괴롭히기, 일명 ‘소대장 길들이기’에 돌입한다. 최근 이런 악습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대장과 소초장이 순찰표에 순찰시간과 도표를 적고 순찰을 돌아야 하는데 생활관에서 TV로 드라마나 각종 쇼를 관람하느라고 나오지도 않게 되면 병사의 군무 기강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간부 대부분이 근무를 태만히 한다는 것은 전방에서 군 생활을 경험한 병사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증언이다.

여기에다 병사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무사안일과 허위보고로 자신의 진급에만 목을 매는 장교가 눈에 띄면 병사들은 지휘관에 대한 아무런 존경심이나 전우의식을 갖지 않고 피해의식과 증오심만 키우게 된다. 특히 간부가 일신의 영달만 추구하면서 병사들에게 가혹한 처우를 하거나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게 되면 원한과 증오의 감정은 더욱 커진다.

이번 임 병장 사건의 경우 사건 당시에는 휴가 중이던 부소초장(중사)이 그러한 갈등 유발의 당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임 병장에게 하루 16시간씩 근무를 하도록 하는가 하면 평소 임 병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병장과 함께 근무를 서도록 한 것이 바로 부소초장의 부적절한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임 병장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 사건을 조사하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부소초장을 중요한 조사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그러한 심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초 내에서의 간부와 병사, 병사와 병사 간의 갈등 구조만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의 전부라고 할 수 없다. 가장 경험이 없는 초급간부에게 병사 관리의 모든 것을 떠맡기고 책임을 전가하는 고급 지휘관의 행태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2012년 22사단의 노크 귀순 사건이나 이전의 민간인 월북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나이 어린 소초장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고급 지휘관의 행태가 여지없이 드러났고,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도 여전히 반복된다. 관심병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하면 허위보고와 왜곡·조작으로 조직을 보호하려는 비정상적 병영 문화에서 이 사건의 본질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징병제의 고질적 병폐

군은 관심사병을 A, B, C 3등급으로 분류한 다음 심각한 문제가 있는 병사를 새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비전캠프와 그린캠프를 운영하며 멘토와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2011년 해병 2사단의 총기난사 사건 때도 나왔다.

그보다는 한국 징병제의 고질적인 위기구조와 이를 방치하는 군대 문화, 악습과 부조리를 양산하는 군 구조 자체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항상 군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왕따놀이’는 한국 징병제의 독특한 하위문화로 지목된다. 왜 이런 악습과 부조리가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해 군은 사회적 병리현상이 그대로 군에 유입된 것이라고 간편하게 정리해버린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미 문제가 됐던 청년들이 병영으로 들어와 사고를 치는 것이기 때문에 군도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인성검사를 하고 캠프에 입소시켜 새사람으로 만들어주며 국가관을 정립시키는 군은 최종 교육기관으로서 고마운 존재 아니냐는 주장까지도 가능해 보인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임 병장 사건은 개인의 문제”라며 군의 구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의 왕따놀이와 같은 병리현상은 어디까지나 그런 현상이 있는 공간에서만 통용된다. 즉 학교에서 가정으로 돌아오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로써 병리적 현상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돌아갈 곳이 없다. 24시간 같은 공간에 갇혀서 누적된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경로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다. 이런 군에서 인성검사를 하고 부적응자를 관심사병으로 분류하게 되면 해당 병사는 수치심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이번 임 병장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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