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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위기의 한국 축구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구닥다리 전술, 수준 이하 정보력
시스템 부재, 무능한 기술委

  • 정윤수 │축구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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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원 팀’ 알제리

홍명보 감독은 ‘원 골, 원 스피릿, 원 팀’을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팀 전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것이 기술위원회이고 그 정점에 감독이 있다. 이는 어느 나라든지 대동소이한 구조다.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과정을 보여준 것은 바로 이 구조를 최고 수준에서 제대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축구 선진국 대부분이 그렇듯 독일의 기술위원회는 거의 상시적인 구조다. 늘 축구를 연구한다. 당장 벌어지는 거의 모든 중요한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리뷰한다.

독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개 팀 중에서 가장 높은 8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일상적으로는 유망주를 수시로 점검하고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감독 자원을 엄밀히 관리한다. 그 분기점이 지난 유로 2000 대회다. 그 대회에서 독일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독일축구협회와 클럽 팀은 유소년 육성, 유망 감독 지원, 축구 패러다임 연구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실천에 돌입했다. 필림 람, 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 메수트 외질 같은 21세기 전차의 탑승자들이 이 비전 속에서 탄생했다.

그 정점에 감독이 있다. 독일의 요하힘 뢰브 감독은 2004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코치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클린스만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사퇴하자, 그 자리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감독을 맡아왔다. 코치 경력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의 오트마르 히츠펠트(6년), 그리스의 페르난두 산토스 (4년), 미국의 위르겐 클린스만(3년), 코스타리카의 호르헤 핀투(3년) 등이 그야말로 ‘원 스피릿 원 팀’을 만들어왔다.



이에 비해 한국 국가대표팀은 ‘감독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거스 히딩크나 딕 아드보카트처럼 ‘단기 특약’으로 들어온 감독을 제외하고 보면, 대부분 1년 남짓 채우다가 끝났다. 본 프레레, 쿠엘류, 베어벡 같은 외국인 감독이나 박종환, 차범근, 조광래 같은 국내파도 중도 경질됐으며 허정무 감독만이 2년 6개월을 채웠다. 홍명보 감독 역시 여러 파문 끝에 자진 사퇴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멕시코의 미겔 에레라, 크로아티아의 니코 코바치, 카메룬의 폴커 핀케, 호주의 앙게 포스테코글루 등이 홍명보 감독처럼 짧은 기간 팀을 맡았다. 그중 멕시코의 미겔 에레라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본선 32개 출전국을 다룬 영어권 언론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은 ‘통탄할(woeful)’‘실패(failure)’‘창피한(embarrassing)’이 많이 노출됐고, 알제리는 ‘단호한(determined)’‘긍지(pride)’‘함께(together)’라는 단어가 주로 노출됐다. 알제리가 명실상부한 ‘원 팀’이었던 것이다.

기술위원회 위상 제고해야

‘원 스피릿 원 팀’이 되려면 일정 기간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 축구는 기본적으로 세계 각지의 클럽 문화로 유지된다. 국가 대표팀은 1년에 서너 차례 평가전을 할 뿐이다. 과거처럼 ‘국위선양’이라는 이름으로 조기 소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자기 철학에 맞게 선발해 전술 훈련을 제대로 하려면 1년여의 기간으로는 역부족이다. 허정무 감독은 평가전과 월드컵 경기를 합쳐 A매치 44경기를 소화했다.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의 A매치를 다 합치면 54경기다. ‘원 팀’은 ‘의리’가 아니라 견고한 시스템 위에 감독의 축구 철학이 전술로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의 완성, 즉 기술위원회의 위상 제고가 한국 축구의 과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한축구협회의 정관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항목 투성이다. 기술위원회와 관련한 정관 제51조를 보자. 1항에 기술위원회 설치의 목적이 천명돼 있다. “선수와 지도자 양성, 각급 지도자와 선수의 선발, 축구 기술 발전과 교육” 등이 그것이다. 이 점만으로 보면 기술위원회가 엄중한 책임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항에는 정반대로 서술돼 있다. “각급 지도자, 선수 선발에 대한 추천 및 자문”, “각급 대표팀 관련 자료 제공 협조”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추천, 자문, 제공, 협조’가 실제 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기술위원회가 정보를 추려 대표팀에 전달했을 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이럴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 기술위원 면면도 홍명보 감독과 코치진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이래서는 ‘원 팀’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이번 대회만큼 축구장 안팎에서 충격적인 일이 연거푸 터진 대회도 드물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칠레, 알제리, 콜롬비아 등의 선수들이 보여준 기술과 열정은 축구가 도달할 수 있는 기술과 가치의 극한을 보여줬다. 그들은 심판의 두 번째 휘슬이 울린 다음에야 멈췄다. 스페인, 잉글랜드, 브라질의 참패도 축구사에 반드시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이 모든 희비의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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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축구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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