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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화 간첩 조작 의혹 3탄

“언니 거짓말 때문에 4년간 보위부 감옥살이 금성정치대·탈북자 색출·북한 잠입…다 거짓말”

‘간첩 공범’ 여동생 김희영(가명) 중국 현지 인터뷰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언니 거짓말 때문에 4년간 보위부 감옥살이 금성정치대·탈북자 색출·북한 잠입…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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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 원정화 사건으로 가정 파괴

▼ 언제 중국으로 나왔나. 현재 안전한가.

“지난해 12월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고 줄곧 중국에 있었다.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다.”

▼ 원정화 간첩 사건 이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에 체포됐던 걸로 아는데.

“2008년 9월 3일 청진의 한 상점 앞에서 체포됐다. 영문도 모른 채 청진시 보위부 구금소로 끌려갔다. 4년 4개월간 조사를 받고 옥살이했다. 난 언니 문제가 아니라면 중국에 올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북한에서 장사해 한 달에 6000~7000위안을 벌며 잘살았다. 그런데 (출소한 뒤) ‘언니 문제로 뭘 또 확인한다, 조사한다’ 그럴 것이 걱정돼 (북한을) 떠났다. 엄마가 ‘너라도 편하게 나가서 살라’고 해서 나왔다.”



▼ 원씨 사건 때문에 체포됐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나.

“체포되고 1년쯤 지나 알았다. 처음에는 살아온 과정, 특히 중국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쓰라고만 했다. 매일 조사할 때도 있었지만, 취급원(보위부 수사관)이 마음에 안 들면 석 달씩 부르지도 않고 가둬놨다, ‘특별히 할 말이 있으면 하라’면서. 정말 힘들었다. 하루 종일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 휴식시간은 2~3시간에 10분, 자세가 흐트러지면 벌을 세웠다. 하루 3번 반찬 없이 강냉이밥과 시래깃국을 줬다.”

▼ 어떤 벌을 받았나.

“뒷짐을 지고 앉았다 일어나기 500회, 엎드려뻗쳐 같은 것이다. 제대로 못하면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은 벌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했다.”

▼ 4년 넘게 조사가 진행된 이유는.

“첫 취급원이 중간에 죽었다. 이후 평양에서 보위부 요원을 키우는 대학 선생이 직접 내려와 조사했다. 난 특수대상자였다. 그 사람이 ‘원정화가 남한에서 간첩죄로 체포됐는데, 그 과정에서 네 이름이 나왔다. 세계적인 사건이다’라고 말해 줬다. 남한에서 보도된 내용을 일일이 보여줬다. 언니가 ‘보위부 요원인 여동생이 조선(북한)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남편은 보위부 소좌고 남동생도 보위부 운전수다’라고 말한 걸 그래서 알았다. 그 말을 듣고 당돌하던 기분이 툭 주저앉고 말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취급원은 ‘중국에서 원정화를 15번 만나 뭘 넘겨줬냐’‘왜 보위부를 흔들고(팔고) 다녔냐’ 같은 걸 물었다. 난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보위부 간첩이라고 주장한 언니 때문에 나는 남조선 간첩이 돼버렸다.”

▼ 남동생은 보위부 운전수가 아닌가.

“아니다. 언젠가 언니에게 ‘동생을 보위부에 운전수로 취직시켜볼까’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걸 가공해서 말한 것 같다. 북한에서 한때 당구장·목욕탕을 운영했다.”

▼ 보위부에 체포된 후 가족은 어떻게 됐나.

“내가 잡혀간 뒤 엄마가 쓰러졌다. 출소해서 보니 엄마는 목 혈관이 다 터져서 죽기 직전이었다. 집이 완전히 망해 있었다.”

▼ 체포되기 전 정부의 허가를 받고 장사를 했나.

“북한 회사에 해마다 1만 달러를 바치고 그 회사 이름을 빌려서 하는 장사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다 그렇게 장사를 한다.”

▼ 거래를 했던 북한 회사 이름은.

“북성무역, 승리판매소, 38무역회사….”

▼ 북한에서 보위부 외화벌이 요원으로 일한 적 있나?

“그런 적 없다. 시끄럽게 왜 그런 일을 하나. 그리고 우리 집은 출신성분이 좋지 않아 보위부에 들어갈 수도 없다.”

▼ 남편이 보위부 소좌 아닌가.

“2005년쯤 조선에서 남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보위부 소좌가 아니고 교통경찰이다. 내가 그 말을 언니에게도 했었다.”

▼ 보위부에서는 실형을 받았나.

“보위부 사람들이 중국까지 나가 내 진술을 검증했다. 간첩 혐의가 없다는 게 확인되자 비법국경출입죄만 적용해 내보내줬다. 보위부 감옥에서 내내 눈물만 흘리며 살았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난 오갈 데가 없는 신세다. 원정화 때문에 별난 인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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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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