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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교육 이념 전쟁

‘진보’ 혁신학교 vs ‘보수’ 자사고

학생 수 줄이고 예산 늘렸지만 교육성과 의문(혁신학교)
교육과정 다양화 아닌 입시 위주 교육 변질(자사고)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진보’ 혁신학교 vs ‘보수’ 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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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혁신학교 vs ‘보수’ 자사고

일반고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를 원한다. 문제는 돈이다.

황영남 영훈고 교장은 ‘혁신학교가 내신 스펙을 쌓기에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일반고도 혁신학교처럼 운영하는 곳이 많다. 우리 학교만 해도 120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서는 학생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혁신고 같은 지원 예산이 없어 더 체계적으로 못할 뿐이다.”

“공정 경쟁 해보자”

황 교장은 그러면서 “혁신학교는 좋은 학교, 일반학교는 개혁돼야 할 나쁜 학교로 취급되는데, 공정한 경쟁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똑같은 예산을 가지고 혁신학교는 교사중심 책임제로, 일반학교는 학교장 책임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누가 더 학생을 위한,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하는지 결과를 비교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혁신학교의 교사에게 물어봤다. 지금과 같은 예산을 안 주고 학생 수가 35명 이상이어도 지금 혁신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느냐고. 못 한다고 하더라.”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교육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교사회의인 다모임이 예산 및 인사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교육평론가는 “일반학교는 상하관계가 확실해 회의에서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든데, 괜찮은 혁신학교는 교장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계급장 떼고’ 회의를 하는 거다. 나는 여기에 혁신학교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고 격찬했다.

반면 일선 혁신학교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교사회의에서 교장의 발언권은 n분의 1일 뿐이다. 그런데 교사회의에서 결정한 교육의 결과물은 누가 책임지나. 학교장이 지게 돼 있다. 결정은 자기들이 해놓고 책임은 안 지는 구조다.”

그는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특정집단 소속 교사와 일반 교사의 갈등도 크다고 했다.

“특정집단 소속 교사들이 회의를 주도하다보니 대부분의 일반 교사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특정집단 소속 교사들 주장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은 상대에게 상처 주지 말자는 의식이 강해 ‘아니다’ 싶어도 강하게 반대를 못한다. 그러면서 갈등이 커진다. 일반 교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뿐, 언젠가는 한번 크게 터질 것이다.”

강남 쏠림 현상 재현

조 교육감은 7월 14일 자사고 교장들을 만나 자사고 폐지 공약을 재확인하며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는 서울형 중점학교로 선정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2조의 3항에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정책의 하나로 도입됐다. 진보교육 진영에선 자사고에 대해 우수한 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를 슬럼화하며, 비싼 학비로 입시명문을 만들어보겠다는 ‘귀족학교’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한 주범일까. 자사고 숫자는 과학고, 외고, 자립형사립고 등 특목고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최우수 학생은 특목고가 독점한다. 자사고는 성적순 선발이 아니라 추첨이며, 지원 자격이 중학교 내신 50% 이내였다가 그마저 폐지됐다. 등록금 도 사실상 특수입시학원 구실을 하는 특목고는 자사고보다도 더 비싸다. 그런데도 특목고에 대해선 별 비판이 없다.

조희연 교육감도 “외고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한 정책은 없다”고 말한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원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지만, ‘원래 설립 목적에 맞게’ 진학할 대학 학과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둘 다 외고를 다녔는데 각각 경제학과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을 싹쓸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서울시교육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사고 학생 중 중학교 내신 상위 10% 안에 든 ‘성적 우수 학생 비율’은 24.4%였다. 서울지역 일반고 183곳은 평균 8.7%였다. 이 정도 격차는 같은 일반고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최상위권 일반고도 ‘성적 우수 학생 비율’이 23.5%에 달한다. 반면 2.6%에 불과한 일반고도 있다. 강남이나 목동, 노원 등 흔히 교육학군 고교의 경우 명문대 진학률이 웬만한 자사고보다 높아 우수한 학생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자사고가 강북과 강남의 교육 격차를 상쇄하는 면이 있다. 강북의 자사고를 없애면 강남 등 명문학군 쏠림 현상이 다시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이 소외된 지역에 만들어야 할 혁신학교를 강남 등 부자동네에 만들어 지원금을 더 주고, 강북의 경쟁력 있는 학교인 자사고는 없애겠다는 정책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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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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