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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사다리? 이카루스의 날개? 거침없는 ‘충청 대망론’ 실체

용틀임하는 막강 캐스팅보터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태양의 사다리? 이카루스의 날개? 거침없는 ‘충청 대망론’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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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동일시 개념’으로 충청 대망론을 분석한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보통은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을 병행한다. 평소에는 이성적 판단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만 불안한 상황에서는 주로 감성적 판단을 한다. 충청도 사람들은 ‘여론이 나빠져 충청도 사람(이완구)이 총리를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감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가족이 잘못하더라도 일단 감싸주는 감성적 판단을 하는 것처럼, 충청인들은 곤경에 처한 이완구 후보를 어려움에 처한 자기네 형, 삼촌처럼 느낄 수 있다. 일종의 동일시 현상이다. 과거에 ‘핫바지론’이 먹힌 이유도 비슷하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 대망론의 원조는 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 대표였다.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1995년 6월 13일 충남 아산의 한 유세장에서 JP는 이른바 ‘핫바지론’을 꺼내 들며 감성에 호소했다.

“경상도 사람들은 충청도 사람들을 핫바지라고 한다. 아무렇게나 대접해도 소견도 없고, 오기도 없어 그런 거다.”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의 민주자유당을 뛰쳐나온 JP는 자민련을 만들어 지방선거에 뛰어든 터였다. 그의 발언은 충청인들의 잠재된 소외감에 불을 지폈고, 이를 발판으로 JP의 자민련은 충청권 광역단체장 3석을 싹쓸이하고 강원도지사를 당선시키는 저력을 드러냈다. 강력한 지역 맹주와 지역 정당이 출현한 것이다.



이후 역대 선거에서 충청도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로서 맹활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등에 업은 DJ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전체 득표 차에서 충청권 비중은 27.7%(10 만여 표)를 차지했다. 5년 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대선에서는 노 후보가 충청권에서만 25만6286표(전체 57만0980표 차)를 더 얻었다.

“파워에 합당한 대우를!”

태양의 사다리? 이카루스의 날개? 거침없는 ‘충청 대망론’ 실체

1995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충남 천안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선거분석 전문가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역대 선거 때마다 수도권 40대와 충청 표심(票心)이 선거 승리의 열쇠였다. 이른바 ‘중원 장악론’이다. 지금까지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표가 갈렸지만, 충청 출신의 대선후보가 전국적 지지를 얻는다면 호남 못지않은 압도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충청 출신 거물급 인사들의 등장은 분명 대망론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충청 대망론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여전히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3선(選)의 이완구 총리가 큰 문제 없이 총리직을 수행하고 내년 총선 성적표도 괜찮을 경우 친박(친박근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6선의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과 3선의 정우택 의원(출신지는 부산이지만 충북 인사로 분류), 강창희 전 국회의장(대전), 충남도지사 출신의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충남 공주) 등 새누리당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물급 충청권 인사도 많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주면 충청 대망론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야권에서도 안희정 충남지사(충남 논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이인영 의원(충북 충주) 등이 잠룡(潛龍)으로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 때의 박근혜 후보 같은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가 현재 없다는 사실도 충청 대망론을 부채질한다.

충청 대망론의 또 다른 한 축은 급성장한 지역 파워에서 찾을 수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13년 8월 ‘이젠 영충호 시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5월 이후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추월해 영호남 중심의 지방 구도가 이젠 영충호 시대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충청권의 비중과 구실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

충청지역 인구는 2013년 5월 주민등록 기준 525만136명으로, 건국 이후 처음으로 호남 인구(당시 524만9728명)를 앞질렀다. 차이는 갈수로 커져 지난 2월 기준 충청 인구는 534만370명(대전 152만9431명, 세종 16만9762명, 충북 157만8253명, 충남 206만2924명)으로 호남의 525만1288명(광주 147만7340명, 전남 190만3220명, 전북 187만728명)보다 8만9082명 많다.

충청 인구가 급증한 것은 지역경제발전과 세종시 이전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호남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3년 75조2970억 원에서 2011년 126조4990억 원으로 늘어난 데 비해 충청권은 같은 기간 81조1030억 원에서 151조4400억 원으로 불어나 증가 폭이 더 컸다. 2013년에는 176조 1488억 원에 이르렀다.

이 기간 충남의 지역경제 성장률은 천안·아산지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성장, 서산·태안·당진 지역의 제철·자동차 부문이 견인하면서 9.4%에 달했다. 2%대인 서울·부산을 압도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18개 부처 1만3000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대한민국 행정중심지로 거듭났다. 덕분에 세종시 인근 대전 유성구 지역 호텔의 투숙률이 평균 50%대에서 80%대로 치솟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충청 파워 급성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충청지역 파워가 세지면서 그동안 ‘정치 변방’에 머물렀던 충청인들에게 강한 자부심을 심어준 건 사실이다.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지역 정서가 정치적 요구로 분출되는데, 이에 따라 충청 출신 의원들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중요 상임위원회에 충청 출신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한다. 지갑이 두둑해지고 ‘쪽수’가 많아지다보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 속에 충청 대망론이 용틀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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