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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몸집’ 불리고 아들은 ‘몸매’ 가꾸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아버지는 ‘몸집’ 불리고 아들은 ‘몸매’ 가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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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몸집’ 불리고 아들은 ‘몸매’ 가꾸고
유연성은 그의 또 다른 지휘봉이라는 평가다. 바쁜 일정에도 직원들과 번개 미팅을 하고, 직원들의 애경사(哀慶事)를 직접 챙긴다. 직원 상가(喪家)에서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과·차장들이 참여하는 ‘주니어 보드’ 성격의 모임인 차세대위원회에도 참석해 귀를 기울인다. 이 위원회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활용하고, 논의 내용은 사장 결재를 얻어 실무에 반영한다. 일을 열심히 한 직원들에게는 영화표나 연극 티켓을 선물하기도 한다는 게 현대차 임원 C씨의 귀띔.

“정 부회장은 오전 6시 반이면 출근해 일을 시작하는데, 업무 스타일은 무척 유연하다.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e메일 보고를 하면 외부에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곧바로 답장을 보낸다. 며칠 뒤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해놨다가 직접 해당 부서로 내려와 의견을 나눈다. 덕분에 현대차의 회의 형태와 결재 프로세스 등 업무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의 유연한 업무 스타일은 부서 간 갈등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가령 그의 입사 초기에 연구개발부서와 영업부서는 의견 차이 때문에 회의를 할 때마다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정 부회장이 두 부서의 공동 미팅을 정례화했고, 미팅이 끝나면 뒤풀이 자리를 마련해 자신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유연함과 함께 특유의 소탈함은 직원들과의 또 다른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기아차의 한 직원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몇 해 전 일요일로 기억한다. 서울모터쇼에 정 부회장이 가족과 함께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긴장했다. 모터쇼 현장에 공연 무대가 있었는데, 직원들은 부랴부랴 공연장 앞줄에 정 부회장과 가족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막상 백팩을 메고 나타난 정 부회장은 ‘나는 오늘 가족과 관람객으로 왔으니 신경 쓰지 말라’며 맨 끝자리에 가족과 나란히 앉았고, 행사장 안내 의전도 극구 사양했다.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정 부회장의 친구들 중에는 그가 현대가의 장손이라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됐다는 이가 적지 않다. 다음은 한 친구의 전언.

‘정주영표’ 밥상머리 교육

“정 부회장은 휘문고에 다닐 때 테니스, 수영, 스키 같은 운동을 잘했고, 클라리넷 연주도 곧잘 해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함께 지내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초당두부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간 적이 있는데, 그때 정 부회장은 자기 할아버지도 초당두부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때 할아버지가 정주영 명예회장인 걸 알았다. 그 전까지는 현대가 장손임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런 성품을 갖게 된 데는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정 부회장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새벽 5시에 온 가족과 아침식사를 했는데, 그 시절 장손인 정 부회장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나도 아버지한테 받았어. 네 증조할아버지께선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늘 말씀하셨지. 자기를 낮추면서 남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생각나는 대로 들려주곤 하셨어.”

현대가의 이 같은 가풍은 계속 이어져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정몽구 회장 집에 모여 식사를 한다.

정 부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 부회장의 친구 사촌여동생이라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한다. 정 부회장이 먼저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지선 씨도 유학을 갔는데, 지선 씨가 미국에 온 걸 안 정 부회장이 연락해 교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결혼을 생각할 무렵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정 부회장은 여자친구 이름이 사촌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같고, 성씨도 같아 고민이었다. 일단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정주영 회장이 ‘우리는 하동 정씨, 지선이는 김포 정씨이니 괜찮다’며 그 자리에서 지선 씨 집에 전화를 걸어 일주일 뒤 약혼 날짜를 잡았다. 한번 결정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정 회장의 추진력이 장손 결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거다.”(현대차 전직 임원 D씨)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양궁 결승전도 가족과 함께 관람했고, 지난해 11월 코오롱의 고 이동찬 회장 빈소에도 부인과 함께 문상하는 등 그의 가족 사랑은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 정 부회장은 또 하나의 강을 건너야 한다. 글로벌 5위로 순항 중인 현대차그룹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그가 강조한 ‘사랑받는 현대차’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객 만족도도 높여가야 한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빌 게이츠와 다진 친분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낸 것처럼 광폭 대외활동에도 나서야 한다.

이런 과제를 풀어가려면 현재의 브랜드 가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 등 유럽차와 일본차가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처음 10%를 넘어서는 등 수입차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노사 문제와 경영권 승계라는 험난한 산도 넘어야 한다. 그가 기아차에서 풀어낸 숙제보다 훨씬 난도가 높다. 정 부회장앞엔 이런 험로가 놓여 있다.

아버지는 ‘몸집’ 불리고 아들은 ‘몸매’ 가꾸고

아침식사를 하는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정의선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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