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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주말 골프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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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레슨’은 금물

셋째, 함부로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정치인이 피해야 할 태도 가운데 하나가 가르치려 드는 태도다. 국민도 상대 정당도 이런 태도에는 발끈한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고수도 동반자에게 레슨을 해줘선 안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격언으로 되돌아가보자. 이 신문은 “골프를 칠 때 상대방이 바라지 않는 조언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몇몇 주말 골퍼는 동반자가 실수를 반복하면 “드라이버 칠 땐 말이야…” 하면서 동반자의 자세를 교정해주려 한다. 가끔 이러한 ‘원 포인트 레슨’이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동반자에게 더 큰 혼란과 심적 부담을 안길 뿐이다. 프로들도 스윙 폼이 제각각이다. 또 스윙에 문제가 발견돼도 경기 중엔 교정할 엄두를 못 낸다. 아마추어가 아마추어의 스윙 폼에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조언으로 라운딩 현장에서 당장 타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조언을 받는 쪽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반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동반자가 먼저 물어올 때나 “제 경우에는…”이라며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싱글하겠네” “라베 아닌가?”



이 연장선에서, 동반자가 공을 잘 칠 때 동반자에게 “오늘 싱글하겠네” “라베(라이프 베스트 스코어) 아닌가?” 하며 과도하게 칭찬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골프는 심리 상태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운동이라 이런 말 한마디에도 곧잘 스윙이 흐트러진다. 점수가 무너진 뒤엔 너스레 떤 사람을 탓하기 마련이다. ‘저 친구는 골프 칠 때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해’ ‘저 친구 말에 자꾸 신경이 쓰여’라고 생각하면서. 동반자가 18홀 내내 즐거운 기분과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베스트 스코어를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끔 망가져라

넷째, 가끔 망가지는 게 낫다. 늘 잘나가는 정치인은 얄밉다는 인상을 준다. “스토리가 없다”는 비판을 듣는다. 반면 정치인이 망가지면 통쾌함을 준다. 동시에 인간미가 있어 보인다. 노련한 정치인은 때때로 ‘자학 개그’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의 자학 개그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링컨 대통령은 “두 얼굴을 가졌다”는 비난을 받자 “그렇다면 내가 이 (못생긴) 얼굴만 갖고 나왔겠습니까?”라고 응수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의료개혁 홍보 동영상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먼저 자해하면 반발을 약화시킨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수가 한두 번 무너지는 건 인간관계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 ‘공이 잘 맞으면 스코어가 잘 나오고, 공이 안 맞으면 인간관계가 잘 풀린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주말 골퍼 친화적 스코어

많은 주말 골퍼는 골프를 잘 치고 싶어 한다. 일부 골퍼는 스코어에 목숨을 걸 태세다. 이런 사람일수록 망가지는 걸 절대 용납 못한다. 사실 ‘싱글’이니 ‘보기플레이어’니 ‘100돌이’니 하는 말들은 골프를 대중화하기 위한 상업적 전략에서 나온 것들이다. 주말 골퍼는 이 ‘타수 줄이기 신화’에 목을 매는 것이고.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보면 주말 골퍼의 타수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다. 주말 골퍼는 매 홀 프로골프시합 타석(블루 티)에 비해 홀 컵에 훨씬 가까운 타석(화이트 티)에서 친다. 코스의 길이와 난이도는 정비례한다. 따라서 주말 골퍼의 타수는 프로골프시합의 타수와는 다른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타수’인 셈이다. 거기에다 캐디는 스스로 알아서 ‘주말 골퍼 친화적’으로 스코어를 기록해준다. 우리 주변에 싱글기념패 받은 주말 골퍼는 많겠지만, 블루 티에서 PGA 경기 룰로 싱글을 친 주말 골퍼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얼마나 잘 쳐야 하나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우리는 주말 골퍼의 스코어에 이러한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스코어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초보자가 아닌 한 내기 골프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못 치는 것만 피하면 된다. 보기와 더블보기를 주로 오가고 가끔 트리플보기 이상도 하는 정도면 내기 골프에 전혀 무리가 없다. 골프를 통해 스트레스보단 즐거움을 느끼고, 좋은 스코어보단 좋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게 훨씬 낫다.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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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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