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KBO 출신 첫 MLB 야수 강·정·호

  • 브래든턴=이영미│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입력2015-03-20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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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단추 잘 꿴 것 같다, 느낌 굉장히 좋다”
    • 빠른 속도로 팀 적응…동료들 ‘나, 훈, 아’ 장난
    • 아들 대하듯 강정호 챙기는 허들 감독
    • “레그킥? 타격 폼 수정 필요 느끼지 않아”
    류현진(28·LA 다저스)이 KBO 출신 빅리그 투수를 대표한다면 한국 리그 출신 타자의 메이저리그 입성 대표 격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다. 강정호는 “나를 동경하고 미래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강정호는 피츠버그 입성 후 빠른 속도로 팀 분위기에 적응했다.

    피츠버그가 스프링캠프를 꾸린 미국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에서 3월 초순 강정호를 만났다. 그는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며 피츠버그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친한 선수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4+1년 1650만 달러

    무엇보다 강정호의 노력이 대단했다. 낯설고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외국인 선수’ 신분인 그가 마음의 문을 열자 선수들이 조금씩 호의를 보였고, 한국 취재진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동료들은 강정호의 인기를 신기해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에서 500만2015달러를 적은 피츠버그와 4+1년 총액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한국 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2015년, 2016년 시즌에는 연봉 250만 달러, 2017년 275만 달러, 2018년 300만 달러를 받는다. 5년째인 2019년 피츠버그가 구단 옵션을 행사하면 550만 달러에 강정호를 잡을 수 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면 25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스몰 마켓으로 불리는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거액을 투자한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이도 많았으나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와 관련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확률은 0%”라면서 절대적 지지를 나타냈다. 피츠버그를 이끄는 클린트 허들 감독도 강정호를 유독 챙기고 감쌌다. 스프링캠프 첫날 강정호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코칭스태프를 한 명씩 소개하며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고, 강정호의 사생활까지 챙기는 등 한국에서 온 이방인에게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내보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허들 감독이 쇼핑백을 들고 클럽하우스에 나타나서는 강정호와 통역을 찾았다. 기자가 그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을 알고서는, “당신은 이 장면을 보면 안 된다”며 등을 돌렸다. 허들 감독은 쇼핑백 안에 든 내용물을 강정호에게 보였고, 순간 강정호와 감독의 웃음보가 동시에 터졌다. 나중에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한재웅 씨를 통해 내용을 알아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다.

    “한국 기자 왜 이렇게 많나?”

    얼마 전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강정호를 취재하러 왔고, 허들 감독과 인터뷰를 마친 후 그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쇼핑백 안에는 한국의 유명 브랜드 인삼이 들어 있었다. 한재웅 씨는 허들 감독에게 선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실은 지난해 똑같은 선물을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받았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이번에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를 전했다. 허들 감독은 이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서 “나는 지금 아들을 낳을 정도로 힘이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는 것. 허들 감독은 1957년생이다.

    한재웅 씨는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가 아들을 챙기는 듯한 자상한 느낌이 든다”면서 “자상하고 친절한 감독을 만난 게 큰 도움이 된다. 강정호도 허들 감독을 잘 따른다”고 설명했다.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클럽하우스는 많은 선수로 북적거렸다. 클럽하우스를 미디어에 개방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날 스케줄에 따라 30분, 또는 1시간가량 미디어 취재진의 방문을 허용하는데, 이때 선수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샤워 후 큰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여기자가 있는 데도 알몸을 드러내고 옷을 갈아입는 선수도 있다. 언더웨어만 입은 채 돌아다니는 선수를 보는 것은 예삿일이다.

    강정호는 이런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선수들이 여기자 앞에서 옷을 훌렁 벗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단의 클럽하우스는 언론인이 출입하지 못한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만 사용하는 클럽하우스에 기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강정호에겐 생소했을 것이다. 강정호는 탈의할 때는 남자 기자들한테도 자리를 잠시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류현진도 기자들 앞에서 옷 벗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면 그 부분만큼은 노력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한국어로 인사하곤 했다. 한국 기자를 볼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 하며 알은체를 했다. 한 타격 코치는 배팅게이지에 들어가는 강정호에게 일곱 번 치고 나오라는 얘기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일곱 번!”이라고 말했다. 통역에게 한국어 표현을 묻고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는 기자 옆을 지나가며 “못생겼어, 못생겼어”라고 놀렸다. 무슨 뜻인 줄 아느냐고 묻자 그냥 웃으며 지나갔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사람은 강정호였다. 장난기 많은 선수들에게 농담을 섞어 낱말을 알려줬고, 선수들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한국 기자들에게 써먹은 것이다.

    한국 취재진이 피츠버그 캠프에 몰려들면서 피츠버그 선수들도 바빠졌다.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선수들은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 취재진이 자신들을 좀 괴롭히더라도 기꺼이 응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주전 유격수이자 강정호의 도전을 받는 조디 머서는 “도대체 한국 취재진이 왜 이렇게 많은 건가. 날마다 기자들의 얼굴이 바뀐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기에 이 먼 곳까지 기자들을 계속 보내느냐”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헤이, 나훈아!”

    강정호의 별명 덕분에 선수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일도 있었다. 강정호의 별명 중 하나가 외모가 가수 나훈아와 비슷해 붙은 ‘야구선수 나훈아’다. 3루수 조시 해리슨은 강정호를 놀릴 만한 건수 하나를 확보했다. 강정호가 지나갈 때마다 ‘나, 훈, 아’라고 부르는 것. 해리슨이 ‘나훈아’란 이름을 접한 것은 한국에서 온 MBC스포츠플러스 제작팀 덕분이다. 김선신 아나운서가 해리슨에게 강정호와 나훈아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고, 빅스타 나훈아와 강정호가 닮은꼴로 통용된다고 전한 것. 나훈아를 알 리 없던 해리슨은 두 사람 사진을 본 후 폭소를 터뜨렸고, 그때부터 “헤이, 나훈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나훈아’ 별명을 싫어했다. 가수 나훈아를 싫어한 건 아니지만, 닮은꼴 외모를 두고 자신을 놀린 동료와 팬을 살짝 원망스러워했다. 한국을 떠나며 ‘나훈아’란 별명을 목동구장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겠으나, 한국의 방송팀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그 별명이 이역만리에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통용되니, 강정호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강정호 곁에는 2명의 남자가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닌다. 통역과 에이전트다. 에이전트 한재웅 씨는 강정호가 출국할 때는 물론이고, 미국 애리조나 넥센 히어로즈 캠프에서 몸을 만들 때도 강정호의 옆을 지켰다. 통역을 구하기 전까지는 귀와 입이 돼 강정호를 돌봤다. 그는 강정호가 피츠버그 캠프 합류 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며 흡족해했다.

    “겉으로는 내색 안 해도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활을 잘하고 있다. 우리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영어로 말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쑥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워한 듯 보였지만, 곧 자신을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수들도 강정호가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시범경기 첫날 홈런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양쪽 엄지를 맞대 ‘Z’를 만드는 피츠버그 특유의 ‘졸탄 세리머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아침 일찍 시작한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스프링캠프 기간 아침 7시 30분에 훈련을 시작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지만, 메이저리그 캠프 일정은 대부분 7시에 시작된다. 이런 생활이 익숙지 않은 강정호는 캠프 초반 피로가 쌓인다며 휴식을 소원했다. 하루라도 제대로 쉬길 바랐지만, 빡빡한 훈련 스케줄은 잠시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강정호는 훈련 외 시간엔 무조건 쉬기로 했다고 한다.

    브래든턴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시범경기를 보려고 매케크니필드를 찾는 관중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이들이다. 카지노는 물론 유흥을 즐길 클럽조차 없는 이곳에서 강정호의 여가생활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류현진이 애리조나에서 훈련이 끝나면 골프채를 들고 필드로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에서 쉬거나 골프 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서다. 더욱이 강정호는 아직 골프 취미를 갖지 못했다.

    이렇듯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강정호가 ‘재미’를 느낄 일이 곧 생겼다. 시범경기 전에 이뤄진 팀 내 청백전이었다. 말이 청백전이지 구장에는 1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고, 장내 아나운서의 흥이 넘치는 안내에 TV 중계까지 진행되는 등 실전 경기를 방불케 했다. 3월 3일 청백전에 유격수로 출전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처음으로 상대했다. 1회 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투수 아르키메데스 카미네로를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공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강정호는 청백전을 치른 소감에 대해 “재미있었다. 관중도 많고, 선수들도 파이팅이 넘쳤다. 내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첫 출전하는데, 오늘 청백전이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유격수로서 안정적 모습”

    이튿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강정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솔로포를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이날 강정호를 상대한 토론토 선발투수는 마르코 에스트라다. 에스트라다는 경기 후 만난 기자에게 “빠른 볼을 2개 던졌는데 하나는 파울이고, 또 하나가 홈런이었다”면서 “아직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구가 마음대로 안 됐다. 첫 번째 공이 너무 높게 들어가는 순간 아차 싶었고, 다행히 파울이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두 번째 공을 똑같이 던졌고, 이번엔 파울이 아닌 홈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라다는 또 “아주 잘 치는 타자더라.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상대 타자들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는데, 올해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해라는 게 사실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스트라다는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었다. 애덤 린드와 트레이드돼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는데,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9경기에 나서 7승6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는 멕시코 대표팀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피츠버그 파이리츠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시범경기에서 솔로포를 터뜨린 강정호는 기자들에게 “첫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 홀가분하다”면서 “앞으로 긴장을 풀고 좀 더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를 가나 게임은 똑같다. 얼마만큼 자신 있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지기에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면서 “150㎞ 넘는 빠른 볼을 오랜만에 쳐봤다. 배트 스피드가 밀리지 않았고, 홈런으로 이어져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홈런을 터뜨렸을 때 피츠버그 덕아웃은 축제 분위기였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선수들만의 홈런 세리머니인 졸탄(Z자 손모양) 세리머니를 하며 동료들과 함께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강정호는 “다들 축하한다고 얘기했다”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느낌이 굉장히 좋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강정호는 수비에서도 완벽한 플레이를 보였다. 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러셀 마틴의 땅볼을 침착하게 잡아냈고, 2회 무사 1루에서는 도널드슨의 땅볼을 잡아 2루와 1루를 연결하는 더블플레이로 엮어냈다. 빠른 판단으로 2루 베이스 쪽으로 향한 땅볼을 잡아 아웃을 만들기도 했다.

    허들 감독도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보인 강정호를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유격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2회에 나온 더블플레이 장면은 아주 훌륭했다”면서 “무엇보다 높게 들어온 빠른 볼을 밀어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긴 파워와 기술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미겔 카브레라 닮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상대 투수의 스피드에 밀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리를 들고 치는 타격 폼으로 인해 히팅 포인트가 밀리지 않을까 하는 게 논쟁거리였는데, 지금까진 그런 문제가 없다. 수비도 안정적이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데뷔 첫 경기인 터라 긴장할 법도 한데, 경기하는 모습은 목동구장에서 하던 것과 같았다.”

    강정호가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친 날, 피츠버그 홈페이지와 MLB.com 등의 메인을 강정호의 홈런 소식이 장식했다. 같은 날 피츠버그 5번타자 페드로 알바레스가 3점 홈런을 터뜨렸지만 MLB.com 등은 강정호를 골랐다. 한재웅 씨는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에 대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들었다”면서 “한국 취재진이 많이 몰려들고 현지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정호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할 때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비 능력과 함께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가 타격할 때 왼발을 들었다 내리는 타격 폼, 이른바 ‘레그킥’이었다. 볼 스피드가 빠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할 때 레그킥은 배트 스피드에서 손해를 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정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 때마다 레그킥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최근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강정호의 레그킥과 관련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댄 파스워스는 팬그래프닷컴에 실린 칼럼에서 강정호의 레그킥 동작이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타자 중 한 명인 미겔 카브레라의 타격 폼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강정호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왼쪽 다리를 드는 동작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타격 폼 수정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해온 방법을 고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강정호가 시범경기 첫날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낸 후 허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그를 보는 시각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꾸준히 성적을 낸다면 타격 폼에 ‘딴죽’을 걸 사람은 없을 듯하다.

    MLB.com의 피츠버그 전담 기자인 톰 싱어는 강정호와 조디 머서를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머서의 가장 큰 장점은 유격수 수비 능력이다. 어깨도 좋고 수비 범위가 넓다. 그런데 강정호도 머서 못지않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손에 놀랐다. 어깨가 좋은 것은 알았지만 수비하는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좋은 유격수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성공한 일본 출신 내야수 없어

    피츠버그 선수들이 강정호에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 데는 그가 한국에서 거둔 성적(2014년 시즌 타율 0.356, 홈런 40개, 117타점)과 그를 찾은 수많은 취재진이 한몫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4+1년간 1650만 달러를 투자하는 데다 포스팅 금액을 포함하면 몸값이 2100만 달러(약 230억 원)에 달하는 강정호를 후보선수로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강정호는 3월 5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기자에게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외국 나와서 생활해보니 한국의 외국인 선수들 심정을 이해하겠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넥센 시절 만난 외국인 선수들에게 좀 더 잘해줄 걸 그랬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잘 적응하는 편이다.”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3월 4일 허구연 해설가가 라커룸에서 강정호를 격려하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유격수로 성공하면 일본 야구계에 충격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선수 중 내야수는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내야수 1호 마쓰이 가즈오를 비롯해 총 8명(이구치 다다히토, 나카무라 노리히로, 이와무라 아키노리, 니시오카 쓰요시, 가와사키 무네노리, 다나카 겐스케, 나카지마 히로유키)이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이들 모두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나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와 같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역대 일본인 야수 포스팅 금액 2위(532만 달러)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니시오카 쓰요시는 2011년부터 2년간 71경기에서 타율 0.215에 그쳤다. 유격수로 60경기에 나서 수비율 0.964에 그쳤고, 2루수로 보직을 변경한 후 수비율은 0.923으로 더 떨어졌다. 결국 2년 만에 미국을 떠나야 했다.

    2006년 포스팅 금액 455만 달러에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성한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데뷔 후 3년간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2007년 123경기에서 타율 0.285에 7홈런 82득점을 기록했고, 이듬해엔 152경기에서 타율 0.274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9년엔 69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0년 피츠버그와 오클랜드에서 64경기를 뛰며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2011년 뉴욕 양키스에 포스팅 금액 250만 달러에 낙찰됐으나 입단 협상이 결렬되면서 메이저리그행을 접었다가 2012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후 2년 650만 달러에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는 단 한 번도 밟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율 0.268, 4홈런을 기록했다.

    박찬호·김병현 몸담은 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동양인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호는 포스팅 금액 발표 때 “일본 프로야구 내야수들도 이뤄내지 못한 도전인 만큼 굳은 마음과 노력으로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기자에게도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뒤를 잇는 한국 선수의 몸값이 정해질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야수도 빅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츠버그는 강정호 이전에도 한국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병현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남았다.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홈런을 맞고 방어율 14.40을 기록한 김병현에게 구단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박찬호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2010년 8월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된 뒤였다. 박찬호는 2010년 10월 2일 마이애미 전에 계투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을 거두며 구원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째. 노모 히데오가 보유한 아시아 출신 투수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승리였다.

    이제 강정호가 뒤를 이었다. 피츠버그와의 인연이 ‘아름다운 인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분명한 사실은 이전의 두 선배와 달리 강정호는 내야수인 데다 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 첫 번째 팀이라는 점이다. 야구 인생의 새 장을 열어준 피츠버그에서 걸음걸이는 곧 ‘기록’과 ‘역사’로 연결된다는 것을 잘 아는 강정호는 지금처럼 계속 자신감을 갖고 이국 생활을 영위해나갈 것이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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