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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KBO 출신 첫 MLB 야수 강·정·호

  • 브래든턴=이영미│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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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단추 잘 꿴 것 같다, 느낌 굉장히 좋다”
  • ● 빠른 속도로 팀 적응…동료들 ‘나, 훈, 아’ 장난
  • ● 아들 대하듯 강정호 챙기는 허들 감독
  • ● “레그킥? 타격 폼 수정 필요 느끼지 않아”
류현진(28·LA 다저스)이 KBO 출신 빅리그 투수를 대표한다면 한국 리그 출신 타자의 메이저리그 입성 대표 격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다. 강정호는 “나를 동경하고 미래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강정호는 피츠버그 입성 후 빠른 속도로 팀 분위기에 적응했다.

피츠버그가 스프링캠프를 꾸린 미국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에서 3월 초순 강정호를 만났다. 그는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며 피츠버그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친한 선수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4+1년 1650만 달러

무엇보다 강정호의 노력이 대단했다. 낯설고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외국인 선수’ 신분인 그가 마음의 문을 열자 선수들이 조금씩 호의를 보였고, 한국 취재진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동료들은 강정호의 인기를 신기해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에서 500만2015달러를 적은 피츠버그와 4+1년 총액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한국 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2015년, 2016년 시즌에는 연봉 250만 달러, 2017년 275만 달러, 2018년 300만 달러를 받는다. 5년째인 2019년 피츠버그가 구단 옵션을 행사하면 550만 달러에 강정호를 잡을 수 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면 25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스몰 마켓으로 불리는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거액을 투자한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이도 많았으나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와 관련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확률은 0%”라면서 절대적 지지를 나타냈다. 피츠버그를 이끄는 클린트 허들 감독도 강정호를 유독 챙기고 감쌌다. 스프링캠프 첫날 강정호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코칭스태프를 한 명씩 소개하며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고, 강정호의 사생활까지 챙기는 등 한국에서 온 이방인에게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내보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허들 감독이 쇼핑백을 들고 클럽하우스에 나타나서는 강정호와 통역을 찾았다. 기자가 그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을 알고서는, “당신은 이 장면을 보면 안 된다”며 등을 돌렸다. 허들 감독은 쇼핑백 안에 든 내용물을 강정호에게 보였고, 순간 강정호와 감독의 웃음보가 동시에 터졌다. 나중에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한재웅 씨를 통해 내용을 알아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다.

“한국 기자 왜 이렇게 많나?”

얼마 전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강정호를 취재하러 왔고, 허들 감독과 인터뷰를 마친 후 그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쇼핑백 안에는 한국의 유명 브랜드 인삼이 들어 있었다. 한재웅 씨는 허들 감독에게 선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실은 지난해 똑같은 선물을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받았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이번에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를 전했다. 허들 감독은 이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서 “나는 지금 아들을 낳을 정도로 힘이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는 것. 허들 감독은 1957년생이다.

한재웅 씨는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가 아들을 챙기는 듯한 자상한 느낌이 든다”면서 “자상하고 친절한 감독을 만난 게 큰 도움이 된다. 강정호도 허들 감독을 잘 따른다”고 설명했다.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클럽하우스는 많은 선수로 북적거렸다. 클럽하우스를 미디어에 개방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날 스케줄에 따라 30분, 또는 1시간가량 미디어 취재진의 방문을 허용하는데, 이때 선수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샤워 후 큰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여기자가 있는 데도 알몸을 드러내고 옷을 갈아입는 선수도 있다. 언더웨어만 입은 채 돌아다니는 선수를 보는 것은 예삿일이다.

강정호는 이런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선수들이 여기자 앞에서 옷을 훌렁 벗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단의 클럽하우스는 언론인이 출입하지 못한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만 사용하는 클럽하우스에 기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강정호에겐 생소했을 것이다. 강정호는 탈의할 때는 남자 기자들한테도 자리를 잠시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류현진도 기자들 앞에서 옷 벗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면 그 부분만큼은 노력으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한국어로 인사하곤 했다. 한국 기자를 볼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 하며 알은체를 했다. 한 타격 코치는 배팅게이지에 들어가는 강정호에게 일곱 번 치고 나오라는 얘기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일곱 번!”이라고 말했다. 통역에게 한국어 표현을 묻고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는 기자 옆을 지나가며 “못생겼어, 못생겼어”라고 놀렸다. 무슨 뜻인 줄 아느냐고 묻자 그냥 웃으며 지나갔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사람은 강정호였다. 장난기 많은 선수들에게 농담을 섞어 낱말을 알려줬고, 선수들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한국 기자들에게 써먹은 것이다.

한국 취재진이 피츠버그 캠프에 몰려들면서 피츠버그 선수들도 바빠졌다.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선수들은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 취재진이 자신들을 좀 괴롭히더라도 기꺼이 응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주전 유격수이자 강정호의 도전을 받는 조디 머서는 “도대체 한국 취재진이 왜 이렇게 많은 건가. 날마다 기자들의 얼굴이 바뀐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기에 이 먼 곳까지 기자들을 계속 보내느냐”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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