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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누더기 ‘김영란법’의 험로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김영란법의 ‘오버’와 ‘미스’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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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3월 2일 김영란법 합의안 발표 후 악수를 나누는 여야 지도부.

파워 블로거, 언론사 경비원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입안 논의 과정에서 “언론도 힘 있는 기관이니 언론은 다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다른 찬성 의원들도 ‘언론의 공공성’ ‘언론의 공적 기능’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공직자 등’의 개념에 포함한 것은 공공적 속성은 물론 부정청탁 사건 발생 빈도나 사회적 관심사를 토대로 정당화가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민간 부문의 다른 영역, 예를 들면 민간 의료계, 금융계, 나아가 대기업과 하도급 기업에서의 부정청탁은 왜 대상으로 삼지 않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단체를 제외한 것은 의문이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 가장 큰 이권단체가 시민단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민단체를 포함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외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새정연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언론인의 금품수수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김종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민간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신문과 방송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해야지, 국가가 개입해 해당 회사 임직원들에게 돈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할 수는 없다”며 “국·공영 언론이 아닌 민간 언론의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대한변호사협회가 3월 5일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언론인의 범주도 논란거리다. 법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언론사’로 규정돼 있다.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회사에 소속된 직원일 경우 운송직, 경비원까지 모두 적용 대상이다.

반면 언론에 직접 논설이나 칼럼을 쓰는 객원 논설위원이나 칼럼니스트는 해당되지 않는다. 수십, 수백만 회원을 거느리며 웬만한 매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 블로거, 인터넷 포털사의 자체 기자도 법이 규정한 언론사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언론인’을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한다. SNS와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전 국민이 기자나 마찬가지인 현대사회에서 법률적으로 언론인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은 합법적 로비 창구?

김영란법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를 규정했다.

그런데 부정청탁 규정과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일반 국민은 어떠한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큰 셈이다.

또한 통과된 법을 보면 원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분이 들어 있다. 당초 원안은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개정, 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했다.

그러나 통과된 법률엔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의 제정, 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대해 제안하는 경우’로 바뀌었다. 국회의원은 지역 유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을 전달하고 이 사안이 부정청탁 유형에 속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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