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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년 60세 시대를 사는 법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적 인간’으로

늘어난 ‘은퇴 준비기’에 할 일

  • 김동엽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dy.kim@miraeasset.com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적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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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간관계는?

좀 더 실감 나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금 스마트폰을 꺼낸 다음 ‘연락처’에 전화번호가 몇 개나 있는지 보라.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을 것이다. 저장된 전화번호를 3가지 집단으로 분류해보자. 첫 번째 집단은 가족과 친척이다. 두 번째 집단에는 친구, 동호회나 동창회 등에서 알게 된 사람의 전화번호를 모아 정리한다. 그리고 직장동료나 비즈니스 관계로 알게 된 사람을 세 번째 집단으로 분류한다.

분류가 끝났으면 세 번째 집단에 해당하는 전화번호를 모두 삭제한다. 이것이 바로 은퇴다. 그리고 남은 전화번호 중에서 최근 통화 빈도와 통화시간을 살펴보면, 자신의 정년퇴직 후 인간관계가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집단과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오랫동안 통화했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단카이 몬스터’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단카이(團塊)’란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서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데 680만 명쯤 된다. 단카이 세대는 전후 일본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주역이다. 하지만 ‘회사형 인간’으로만 살다보니 가족이나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퇴직한 다음에도 직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단카이 몬스터’에 정년퇴직한 직장 상사가 전 직장을 방문해 후배들에게 호통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압권이다. 선배니까 들어주기는 하지만 이를 달가워할 후배가 몇이나 될까. 우스갯소리 같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은퇴한 직장 상사가 전 직장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지시를 하는 정신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적 인간’으로
job, career, vocation

은퇴한 남성 대부분이 귀농(歸農)을 고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들은 회사를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따라서 퇴직한 뒤에는 어디에 살든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전업주부인 이들의 아내는 집과 지역사회를 주변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아내 처지에서는 귀농하면 지금껏 맺어온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단절될 수밖에 없다. 귀농하려는 남편에게 아내가 “그렇게 좋으며 혼자서 가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년 연장으로 얻은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되는 기간을 잘만 활용하면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선 회사를 중심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의 중심축을 차츰 집과 지역사회 쪽으로 옮겨와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은 줄어들지만 그 반대급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다. 그동안 야근과 주말근무로 빼앗기던 시간을 활용해 거주지 주변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내들은 그런 남편들의 지역사회 데뷔를 응원해야 한다. 본래 지역사회 인간관계에 강한 것은 아내들 아닌가.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일이라고 하면 ‘돈’과 ‘직위’를 먼저 생각한다.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 근로자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키운 후배들보다 월급도 적고 경우에 따라 그들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선배랍시고 후배들에게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후배들은 이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간섭으로 여긴다. “내가 왕년에…”라고 얘기해봐야 후배들에겐 ‘꼰대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을 단순히 돈과 직위의 등가물로 보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매일매일이 공휴일이면 행복할까. 일본의 ‘가토제작소’라는 회사는 최근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는 광고를 냈다. 생산설비는 늘리지 않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데, 젊은 직장인들은 주말까지 일하려고 하지 않기에 그런 채용광고를 낸 것이다. 채용면접 때 고령자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에 근무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우리한테는 매일매일이 토요일과 일요일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일은 돈이나 직위뿐만 아니라 ‘시간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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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dy.kim@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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