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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키프로스 파포스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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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포스 중세 성

Medieval Castle of Paphos

파포스 항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축물은 파포스 중세 성이다. 애초에는 항구를 보호하기 위해 지은 비잔틴 양식의 요새인데, 프랑스 출신 십자군 기사로 키프로스 왕위에 오른 뤼지냥(Guy de Lusignans) 집권 시기에 새로 지었다가 16세기 오스만 침공 때 베네치안에 의해 해체됐고, 오스만이 다시 섬을 장악한 후 재건축됐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항구 보호용 시설로도, 감옥으로도 사용됐다. 19세기 후반 영국 지배를 받으면서는 소금 창고로도 쓰였다.

이 성은 1935년 고대 기념물 유적으로 지정된 후 오늘날 파포스의 주요 상징물 중 하나로 간주된다. 성 앞에선 다양한 문화축제가 벌어지는데, 해마다 9월이면 파포스 아프로디테 페스티벌의 오페라 주무대로 사용된다. 해변을 따라 예술품을 설치해놓은 것 또한 볼만하다.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카토 파포스 고고유지



The Archaeological Sites of Kato Pafos



이 유적지는 파포스 항구에 있다고 할 정도로 바다에서 가깝다. 주로 로마식 빌라로 된 주거지 유적으로, 엄청난 모자이크 유적이 남아 있어 전체 지구를 파포스 모자이크(Paphos Mosaics)라고도 한다. 현재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모자이크(Mosaic)란 작은 돌이나 유리 타일 등의 조각을 사용한 ‘쪽무늬 그림’을 말한다. 누가 창안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모자이크 기법은 직접기법과 간접기법으로 나뉘는데, 파포스 모자이크는 직접기법 중 하나로 제작됐다. 즉, 작은 조각인 테세라(tessera)를 하나씩 붙여나가는 것이다. 뜯어서 박물관에 전시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모자이크의 내용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디오니소스 주택, 테세우스 주택, 아이온 주택, 오르페우스 주택 및 사계절 주택의 바닥 모자이크 관람이 가능하다. 1962년 한 농부가 밭을 갈다 발견한 이후 40여 곳의 모자이크가 발굴됐다. 모두 2~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술과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 주택에선 말, 호랑이 등 동물 모자이크를 많이 볼 수 있다.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편 모자이크가 있는 공작방, 기하학적 모자이크가 있는 방, 바닥 모자이크를 볼 수 있도록 관람 동선을 목조로 만든 것 등이 볼만하다. 스킬라(Scylla) 자갈 모자이크도 놓쳐선 안 된다. 스킬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좁은 물가에 사는 괴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카리브디스(Charybdis)라는 바다 괴물과 대치되는 신이다.

아테네 국가를 창건한 영웅, 테세우스는 ‘묻혀 있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테세우스의 어원은 시저러스(Thesaurus). 어원이나 유사 단어를 찾는 사전을 시저러스라고 한다. 테세우스 주택에는 아기 아킬레스를 스틱스 강(River Styx)에서 목욕시킴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게 했다는 그리스 신화가 서려 있다. 신화에서 스틱스 강은 삶과 죽음, 즉 땅과 지하세계 히데스의 경계로 통한다.

아이온은 영원한 시간(Eternal Time)을 상징하며 젊은이가 원(circle)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아이온 주택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에 발굴됐다. 4세기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디오니소스의 목욕’ ‘레다와 백조’ ‘카시오피아와 미인대회’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대결’ ‘오니소스의 행차’ 등의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조인숙

1954년 서울 출생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성균관대 석·박사(건축학)

서울시 북촌보존 한옥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現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 역사건축구조 국제학술위원회 부회장, 국제건축사연맹 문화정체성-건축유산위원회 국제공동위원장


오르페우스는 잘 알려진 바대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인이자 악사. 리라라는 전설적 악기의 명수다. 오르페우스 주택은 파포스 모자이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중요한 유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키프로스를 점령한 영국군이 모자이크를 발견했지만, 전쟁 중이라 일단 덮어뒀다가 추후 발굴하러 왔지만 원하던 것을 찾지 못해 또다시 덮었다고 한다. 이후 1978년 발굴이 재개돼 이 모자이크들이 대규모 주택의 일부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한층 체계적인 발굴로 1984년 오르페우스 모자이크를 찾아냈다.

사계절 주택은 디오니소스 일부로 여름-봄-가을-겨울 사계절을 순서대로 묘사하는 바닥 모자이크가 있다. 2세기 무렵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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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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