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김정은 비핵화 방정식

‘강철서신’ 김영환이 들여다본 ‘北 머릿속’

“핵 은닉할 것, PVID 가능성 0%… 그럼에도 개혁·개방 도와야”

  • 입력2018-05-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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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경제병진은 확고하면서도 강력한 노선

    • ‘핵무기’ ‘평화’ ‘제재 해제’ 3종 세트 원해

    • 核은 작고 北은 넓어… 검증 불가능

    • ‘북한판 덩샤오핑’… 개혁·개방 의지 확실

    • 北, 불가침·평화협정 신뢰하지 않아

    • 핵·ICBM만이 北 지켜준다고 지금도 확신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김영환(56) ‘준비하는 미래’ 대표는 사람의 운명(命)을 바꾸는(革) 혁명가의 삶을 살았다. 철학·사상형(型) 인간이다.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면 ‘이데올로그’로 남았을 것이다. 그의 저술을 읽지 않고, 그와 말 섞어 토론해보지 않으면 그를 잘못 알기 쉽다. 왼쪽 극단에서 오른쪽 극단으로 이동했다는 식의 ‘띄엄띄엄 인물평’이 대표적 오해다. 

    그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다. 1986년 팸플릿 ‘강철서신’을 썼다. 주사파 대부로 불렸다. 운동권에 반미친북 분위기를 확산했다. 1991년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다. 이듬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창당했으나 북한의 실제에 환멸을 느껴 1997년 민혁당을 해체했다. 

    중국을 거점으로 해 북한 내 반(反)체제 조직 ‘횃불’을 조직하다 2012년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에서 고문을 당했으며 구금 114일 만에 석방됐다. 북한 인사를 포섭하는 일을 하던 중국 내 조직이 와해된 후로는 저술 및 교육 활동에 주력했다. ‘준비하는 미래’라는 단체를 결성해 활동한다.

    “김정은 시간표대로 韓美 움직여”

    그는 30년 넘게 현장에서 평양을 들여다본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그가 내놓는 현안 분석에 놀랄 때가 많다. 근거가 살아 있고 논리가 날카로운 데다 훗날 적확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북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북한 내 네트워크를 조직했기에 확보하는 정보가 살아 있다. 당연히 분석의 정확성이 높다. 5월 7일, 13일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대화했다. 

    북한이 대화로 선회한 까닭은 뭘까. 협상에 나온 이유가 핵능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했다는 견해와 유엔 대북제재와 군사 옵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으로 엇갈린다. 



    “내가 볼 때는 전자가 거의 확실하다.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선 전환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한국과 미국이 움직인 측면이 강하다. 요즘도 1~2주에 한 번씩 북한 시장조사를 한다. 식량가격이 안정된 지 오래다. 시장도 매우 활성화했다. 과거엔 북한 공산품 품질이 굉장히 낮았다.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물품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 주민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공산품 품질이 크게 좋아졌으며 공급량도 안정적이다. 과거엔 시장에서 팔리는 공산품 90%가 중국산, 10%가 북한산이었는데 최근엔 북한산 80%, 중국산 20%로 완전히 역전됐다. 제재가 어려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 핵무장 완성을 위해 추가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필요했다면 3년은 더 버틸 여력이 있었다고 본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것은 성과라고 하겠다.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담겨 있지 않다. 청와대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지할 공을 가로채는 모습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북한 또한 미국에 사용할 카드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먼저 써버리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남북 공동선언은 비핵화와 관련해 추상적으로만 언급하리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 예측이었고 그대로 됐다. 교류·협력과 관련한 말의 성찬은 화려했으나 2007년 10·4공동선언과 비교해 특별히 진전된 건 없다. 파격적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 이들도 있었겠으나 청와대는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적극적 남북 교류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또한 활발한 남북 교류가 체제를 위협한다는 전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선물 안겨줄 것”

    평화 체제 형성과 관련한 합의 내용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2007년 10·4보다 부실한 측면도 있다.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장사정포 후방 이전 등과 같은 파격적 조치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북한은 앞으로 카드로 쓸 것은 양보하지 않았다. 평양은 체제 안정 측면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반면 평화 환경 조성은 북한 정권에 큰 도움이 된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평양이 비핵화 과정에서 파격적 평화 조치를 한국에 요구하면서 자신들도 파격적 조치를 전개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민족·자주의 원칙은 어떻게 보나. 한국에선 민족·자주를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북한은 외세와 제국주의 반대, 주한미군 철수와 연동한다. 

    “민족·자주의 원칙이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같은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민족, 자주는 의례적인 말일 뿐이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구체적, 현실적 힘을 갖기 어려운 낱말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실무적으로 판문점에 두기가 어렵기에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간 샅바싸움이 그간 거셌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가졌다고 보나. 

    “빈손으로 트럼프를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만큼 평양이 워싱턴에 상당한 수준의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의지의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개혁·개방 의지부터 얘기해보자. 김정은 집권 6년 반 동안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상당히 일관되게 경제·농업개혁을 진행했다. 특히 2012년 6·28조치가 동요나 후퇴 없이 지금껏 이어진다. 평양은 6·28조치를 통해 ‘포전담당제’를 도입했다. 집단 농장을 사실상 농가 단위로 나눈 것이다.” 

    6·28조치로 일컬어지는 북한의 농업개혁은 10~25명 단위의 분조를 4~6명으로 축소한 것이다. 중국도 개혁·개방 초기 이 같은 조처를 취했다.

    “일관되게 개혁·개방 향해 움직여”

    “김정일 시대 같으면 농업개혁과 시장 확대를 하다, 말다 했을 텐데 김정은은 일관되게 개혁 방향으로 나아갔다. 최근 2년 동안 제재가 강화됐는데도 식량 가격이 매우 안정돼 있다. 농업개혁으로 생산량이 늘어 식량 공급이 원활한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은 북한 정권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종합시장이 2010년 200개였는데, 작년엔 468개다. 시장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자유를 보장해준다. 김정일은 1~2년 주기로 조였다, 풀었다 반복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시장을 조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치가 전무하다.”

    ‘북한판 덩샤오핑’ ‘평양판 박정희’

    김정은은 2013년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 22개를 지정하고 2016년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립했다. 경제 발전에 확실히 관심이 많은 듯하다. 

    “특구는 개방 조치다. 개방은 제재가 강력해 그간 불가능했다. 1~2년만으로는 진정성을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6년 반 동안 일관되게 개혁·개방 쪽으로 움직였다. 진정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한다.” 

    그는 북한 현대사를 △일반 사회주의 시기(1945~1967) △수령 절대주의 시기(1967~1994) △사회주의 붕괴 시기(1994~2009) △개혁개방 시기(2009~현재)로 구분한다. 각 시기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일반 사회주의 시기 : 노동당이 김일성보다 우위에 있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규정한 일반적 사회주의 모델을 잘 따랐다.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으되 규모가 작고 통제가 가혹하지 않았다. 

    ②수령 절대주의 시기 : 김일성이 노동당보다 우위에 섰다. 제왕적 1인 독재가 이뤄졌다. 전공 학생을 제외하고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을 학습하는 것을 금지했다. 김일성·김정일의 말과 글을 종교 기도문처럼 암송했다. 정치범 수용소가 대폭 확대됐으며 탄압이 가혹해졌다. 국가보위성 등 각종 탄압기관이 확대·강화됐다. 

    ③사회주의 붕괴 시기 : 배급제도가 붕괴했으며 국영기업이 파산하면서 계획경제가 몰락했다. 국가교육제도와 국가보건제도도 붕괴했다. 국가가 관료를 부양할 수 없어 부정부패가 폭발적으로 확대됐으며 그 과정에서 시장의 지위가 확장됐다. 

    ④2009~현재 : 개혁·개방이 이뤄진다. 농업개혁이 진행됐으며 광범한 영역에서 자영업이 발생했다. 근로자를 고용한 소규모 기업도 대폭 확대됐다. △시장 확대 및 보호 △시장 의존 심화 △자본 보호 △시장임금 확대 △인력수출 확대 △외국자본 유치 노력 △하청기업 확대 △무역 확대 △유연한 외환 정책 △주택 등 자산의 시장화가 일어났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농업개혁, 시장 및 자본보호 정책, 외부자본 유치 노력의 진정성, 자영업과 소기업 자유화 확대, 시장가격과 시장임금의 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개혁·개방 쪽으로 난 길에서 후퇴하거나 동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북한판 덩샤오핑’ ‘평양판 박정희’가 되고자 한다고 관측한다. 

    “나도 그 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북한의 경제·사회 변화 추이를 관찰해보면 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가 필요해 대화로 노선을 전환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과 조율을 거쳐 일정 수준까지 양보하겠다는 태도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 

    북한 주민의 김정은에 대한 지지는 단단한가.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는다. 김일성을 두고는 종교 교주 대하듯 했으나 김정은을 두고 그렇게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무기와 ICBM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11월 29일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개혁·개방을 지향했는데 핵무장에 박차를 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동기가 뭔가?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40대 1에 달한다. 북한은 신형 무기를 사올 돈도 없고, 재래식 무기를 개발할 능력도 부족하다. 한국과 미국의 선의에 의존해 핵무기 개발을 접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간다? ‘미제’와 ‘남조선 일당’이 가진 침략성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듣고, 가르쳐온 북한에서 그것은 선택 불가능한 길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 인민해방군을 북한에 주둔시켜 안보를 지킨다? 북한은 물론 중국도 선택하기 힘든 카드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 개발 외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김정은 머릿속 암수(暗數)

    핵무장을 완성하면서 추가 핵실험과 ICBM 발사가 필요 없어졌으며 완성한 핵을 비싸게 팔고자 거래에 나섰다는 설명인가. 

    “미국과 소련이 핵 경쟁할 때의 상황이 아니지 않나. 현재 수준의 핵무기만으로도 북한은 안보를 지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목표가 뭔가. 

    “강대국이 되는 게 평양의 일관된 목표다. 핵무기 가졌다고 강대국이 될 수 있나? 경제를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은 개혁·개방이다. 개혁·개방의 길에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김정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나 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나서리라고 전망하는 건가. 

    “평양은 불가침협정이니 평화협정이니 하는 글이나 말로 된 것은 신뢰하지 않는다. 평양 스스로가 그러한 약속을 준수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 다른 나라 또한 자신들처럼 말과 글을 무시할 것이라고 본다. 평양은 지금도 핵무기와 ICBM만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30년 넘게 온갖 희생을 치르면서 개발한 핵무기를 어느 날 갑자기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북한이 선의를 갖고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핵·경제병진은 확고하면서도 강력한 노선이다. 평양은 핵무장을 완성했기에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개방을 더욱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제재 해제가 필요하므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ICBM 해체해 반출할 것”

    핵무기를 가진 채 경제 발전에 나서려는 암수(暗數)가 있다는 건가. 

    “앞서 말했듯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데 김정은과 지도부의 의견이 확고하다.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한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핵무기 △평화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 핵무기가 있어야 외부의 침공 혹은 개입을 막을 수 있다. 또한 GDP(국내총생산)의 24%(한국은 2.4%)에 달하는 국방비를 줄여 경제 발전에 쓸 수 있다. 핵무기 없이는 국방비나 군 병력을 줄일 수 없다. 국방비가 GDP의 24%나 되는 구조로는 정상적인 개혁·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 

    “핵 실험을 중단하고 핵 실험장을 폐쇄한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 불능화, ICBM 불능화, 광범위한 핵 시설 사찰을 수용할 것이다. 기왕에 만든 핵무기 일부와 ICBM 전부를 양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완성된 핵무기 일부 혹은 상당 부분과 몇 주 내 바로 구하거나 만들기 어려운 ICBM 핵심 부품은 은닉할 것으로 본다. 제재 해제 과정에서 미국과 이런 부분에서 의견이 불일치할 수도 있겠으나 미국 처지에서도 핵무기 은닉과 관련해 결정적 증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무기는 작고 북한은 넓다. 핵무기를 군사 기밀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숨겨놓더라도 찾아내기 어렵다.” 

    영구적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0%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상당량의 핵무기를 만든 상태에서는 완전한 폐기가 불가능하다.” 

    검증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다 받아들여도 숨겨놓은 핵무기를 찾기는 어렵다. 중국이 북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 베이징의 기준을 준수하면 핵무기 은닉과 상관없이 중국은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제재 90%를 중국이 담당한다. 베이징이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 경제는 곧바로 정상화 수순을 밟는다. 북한이 겉으로 보기에 완전한 핵 폐기를 했는데 미국이 북한 경제 정상화를 돕는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교역하는 제3국을 제재하는 것)을 하거나 북한을 폭격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상황에서 워싱턴이 과거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선택하기도 어렵다.” 

    ICBM은? 

    “당연히 해체해 반출한다. 기술과 과학자가 남았기에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

    “맞장구칠지, 말지… 결단 필요해”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북·미 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합의가 사실상 이뤄졌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했다고 보는 관측자도 적지 않다. 

    “만에 하나 기왕에 만든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외부로 반출하더라도 국제사회가 평양을 믿지 못하기에 북한이 핵무기를 은닉하고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내에 핵무기가 단 1기도 없더라도 당 간부, 군 지휘관은 그렇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생각되는 국가로 행세하는 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핵무기를 숨겨놓았다고 믿게 만듦으로써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김정은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또한 기술과 과학자가 남아 있으므로 언제든 다시 핵무장을 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 세계가 환호하는 일이 생기겠다. 

    “그렇다.” 

    북한의 의도가 그렇다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할 수는 없으나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핵무기 보유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워낙 집요하기에 전면전이 아니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미 간 완벽한 공조가 이뤄지더라도 전면전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전면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한 데다 문재인 정부가 전면전에 협조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북한이 영구적인 비핵화는 아니지만 상당한 양보를 한다면 개혁·개방을 적극 도우면서 김정은이 주도하는 군축과 평화 드라이브에 맞장구쳐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지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길게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

    프랑스가 핵무장을 결심한 것은 ‘미국이 파리를 지키려 뉴욕을 포기할까’라는 의심에서부터 비롯했다. 역설적이지만 북한이 기왕의 핵을 은닉하더라도 ICBM을 해체하면 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핵우산은 단단해진다.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의 결과로 미국이 안전해지면 한국도 안전해지는 측면이 있다. 

    “나도 그렇게 본다. 북한이 핵을 숨겨놓았건 아니건 핵무기를 찾으려 노력해야겠으나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교류·협력을 지속하는 게 종합적으로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1980년대 중국과 베트남에서 나온 신호가 지나고 나서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가. 중국과 베트남은 평화로운 환경을 원했으며 경제 발전과 개혁·개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가 잘 발전하는 게 남북의 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베트남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북한도 그럴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은닉하더라도 현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길게 보면 낙관할 만하지 않으냐고 생각한다. 남북의 체제 경쟁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 멀리 와 있고, 북한은 엄청나게 뒤처져 있다. 북한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도달할 때 한국은 7만 달러는 될 것이다.” 

    판문점 선언을 두고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라는 논평이 자유한국당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운이 좋은 반면 야당은 헛발질을 너무 많이 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김정일 시기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은 뭐…. 철학적 내용에는 예전에도 관심이 없었고 이제는 ‘자립경제’니 ‘자주’니 하는 것도 관심 밖에 있을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에 있는 사람들 대학 다닐 적 주사파였으나 지금은 아니지 않나. 생각의 한 켠에 정서로서 영향을 미치겠지만 운동권 출신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를 산 사람은 갖게 마련인 정서로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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