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창간특집 | 대한민국 부동산 지도

9·21 서울 부동산 공급대책

“1만 호론 단기적 효과 없다”

  • 입력2018-10-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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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공급만이 능사 아니다”

    • 3기 신도시, ‘미분양 무덤’ 될라

    • 신도시 대중교통망·업무시설 확보로 자족성 충족돼야

    • “계획 없는 ‘밀어붙이기식’ 공급 안 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연일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지난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초 정부는 부동산 문제는 전적으로 ‘투기꾼들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었다. 따라서 투기꾼만 규제하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 듯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생각은 처음부터 달랐다. 투기꾼으로 인식되는 다주택자를 규제한다고 해서 근본 원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건 단지 투기꾼만의 소행은 아니라는 논리다. 정작 문제는 ‘공급 부족’이고 서울 지역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이후 다주택자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해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로 인한 공급 억제책이 대표적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니 투기꾼만 몰아내면 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갔다. KB부동산 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8·2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7월까지 서울 아파트와 강남 아파트 값은 2.22%, 2.67% 오른 데 반해 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8.71%, 14.01%로 폭등했다. 

    지난 1년 동안 수요나 공급에 큰 변화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정책 실패’에 따른 폭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지방 부동산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례 최대 폭(2.37%)으로 하락했다. 이 결과 무주택자와 서민들, 그리고 지방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향후 주택 구매와 관련한 불안감 또한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한발 늦은 공급 대책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21일 ‘공급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대 최고 수위의 규제책인 ‘9·13대책’에 이어 나온 발표다. 이제라도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수립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늦어도 많이 늦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식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 요지는 서울과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30만 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신도시도 4~5개 추가로 개발된다. 전체 물량만 보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특히 서울 지역 공급 물량이 1만 호에 불과해 당장 시장 진정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가 밝힌 계획만 보면 340만 호가 넘는 서울 주택시장에서 서울 전역 11곳에 공급되는 총 물량이 1만 호다. 1만~2만 호 정도로는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조차 안정시키지 못한다. 이렇게 부족한 불량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을 끄기가 쉽지 않다. 

    또한 택지 공급 자체가 워낙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도심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단기적인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부터 당장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아무리 빨라야 6~7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수도권 공급 과잉 어쩌나

    9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내 30만 채 규모 신규 택지들.

    9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내 30만 채 규모 신규 택지들.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꺼내 든 ‘3기 신도시’ 카드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집이 모자라 난리인 서울과 달리 수도권 지역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와 주택 시장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3기 신도시가 4~5곳이나 조성되면 파주·김포·인천 등 2기 신도시는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 특히 파주는 운정3지구 개발이 아직 남아 있고 이곳에 공급될 물량만 3만5000여 가구다. 김포 등지에도 교통이 좋지 않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역 중에는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보다 1억 원 넘게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2기 신도시 마지막 주자인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도 10월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연말까지 검단신도시 5개 단지에는 총 5943가구가 들어선다. 따라서 신규 택지 조성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입지 선정이다. 토지 확보가 가능한 지역만 찾아 무조건 공급량을 채우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청약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택지 개발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로또 청약에 따른 청약 광풍이 또다시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수의 당첨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보다는 채권입찰제 등을 통해 그 이익을 줄이더라도 다수의 서민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다. 기존의 택지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주택 위주의 개발로 교통난이 심각해진 곳이 상당하다. 또한 대규모 임대 단지 건설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걱정도 고려할 사항이다. 지하철과 같은 획기적인 대중교통망을 확충하고 간선도로 건설 또한 입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자체적인 업무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동시에 공급해 자족성도 확보해야만 한다. 주택 공급이 능사가 아니라 수도권 공간 자체를 재편해 효율성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1990년대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었던 이유

    공급 확대라는 측면만 본다면 이번 정부 정책은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중장기적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부동산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철저히 따랐다. 물론 여기에 ‘심리적 요소’가 더해지긴 하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건 수요와 공급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곧잘 과거의 교훈을 잊어버리곤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과거의 국내 부동산 시장을 돌아보고, 선진국 사례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대응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6년 주택은행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 지수를 만들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으로 주택 가격이 1년에 2배까지 오르는 ‘폭등의 시절’을 경험했다.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값은 연평균 20~30%씩 올랐다. 

    참고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해는 1990년으로 전국 32.28%, 서울 37.62%, 강남 38.85%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수치다. 이에 정부는 ‘200만 호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총 주택수가 700만 호 정도였으니 200만 호는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200만 호 건설 기간에도 집값은 계속해서 올랐다. 그러다 1991년, 200만 호 입주가 시작되면서 서울과 강남 아파트 값은 4.50%, 5.11%씩 하락했다. 전년까지 이어진 폭등세가 드디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내내 준농림지 등의 개발을 통해 토지 공급을 늘린 결과 건국 이래 최초로 집값은 한동안 안정세를 유지했다. 1990년대 경제성장률이 IMF 외환위기를 제외하면 5~10%로 비교적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이렇게 안정적일 수 있었던 건 공급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경제성장률이 이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1980년대 후반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으나 1990년대에 비하면 훨씬 높게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 주택 공급량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보다 낮음에도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이 역시 공급 축소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는 어땠을까.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값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락했고 공급량도 급감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도 3% 내외로 떨어지는 등 현재까지 이러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집값이 떨어지다가 2013~2014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 안정되려면 희생 따라야

    결국 그간의 부동산 역사를 돌이켜보면, 집값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내용은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서 검증됐기에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논리를 부동산 정책 수립 시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서울 집값이 문제라고 생각하듯이 글로벌 도시들 역시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심각한 곳이 많다. 그러한 도시들에서 나온 고민을 보면 우리와 유사한 경우가 많다. 그들도 장년층은 자기 집에서 살고 있어 큰 걱정이 없으나 젊은 층의 경우 대도시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어서 여러 묘안을 짜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가 아닌 임비(YIMBY·Yes In My Back Yard) 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일반적으로 지을 수 있는 용량보다 더 많이 지어서 청년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급을 늘리자는 운동인데, 심지어 개인 주택의 주차장까지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이들을 껴안으려 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과거 관행에 사로잡혀 도시를 운영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앞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사업의 성공 여부는 계획 단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 계획을 정교하게 짜지 않으면 자칫 사업은 ‘산’으로 갈 수 있다. 또한 ‘밀어붙이기식’의 진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 주민과 지자체들은 신도시 설립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도시는 처음부터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요구 사항을 경청해야만 이전 신도시의 단점을 극복한 진정한 ‘3기 신도시’가 탄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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