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소확행 투자법

돈바람, 신바람 일으키는 대박 ‘풍차 돌리기’ 실천기

  • 입력2018-10-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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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적금 N개월 상품에 매달 일정액 불입

    • 4人 4色 풍차 돌리기… “투자의 성공 맛보다”

    • 목돈 마련에 복리 효과까지 쏠쏠

    • “잘못된 소비 습관, 경제 개념도 잡아줘”

    ‘오늘부로 13주차. 돈이 부족해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 싹 다 긁어모아 적금했네요.’ 

    지난 10월 1일,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이는 직장인 김민성(가명·35) 씨. 그는 게시물에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뿌듯함도 배가된다’는 소감과 함께 ‘카뱅 26주 적금 챌린지’ 스마트폰 화면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며칠 후 이 게시물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회원들은 ‘나도 자극 받아 오늘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의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민성 씨의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현황.

    김민성 씨의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현황.

    김씨가 소개한 적금 상품은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풍차 돌리기’의 한 예다. 첫 주에는 도전 금액(1000원·2000원·3000원)을 선택해 적금하고, 이후엔 매주 그 금액만큼 늘려 불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첫 주에 1000원을 적금했다면 둘째 주에는 2000원,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한다. 25주차 만기에는 원금 35만1000원과 이자를 받게 된다. 

    현재 김씨는 3000원씩 매주 증액하고 있다. 13주차까지 모은 금액은 총 27만3000원(이자 제외). 김씨는 “아직 저축 성공 경험이 없거나 풍차 돌리기 재테크를 하기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면서 “이 도전에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다시 원금으로 재예치해 본격적으로 풍차 돌리기를 실천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1년에 12개 계좌 개설

    4년차 간호사 성유나(가명·29) 씨는 올해 3월부터 MG새마을금고 ‘상상모바일정기적금’으로 적금 풍차 돌리기를 시작했다. 매달 10만 원씩 납입하는 1년 거치 정기적금을 12개 만드는 것. 정기적금은 정기예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돈 모으는 재미도 더 쏠쏠하다. 성씨는 첫 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3월부터는 매달 원금 120만 원에 이자 2만5000원을 포함한 122만5000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매달 월급 외 또 다른 수입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나요(웃음). 일단 첫 달에는 만기 기념 선물로 점찍어둔 가방을 사고, 그다음 달부터 모이는 돈은 여름휴가 때 해외 배낭여행 경비로 쓸 거예요. 예전에는 신용카드만 믿고 ‘먼저 쓰고 보자’는 식으로 소비했지만 풍차 적금을 들고부터는 돈의 출처에 일일이 꼬리표를 달고, 좀 더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됐어요.” 

    성씨가 처음 풍차 돌리기에 눈을 돌린 것은 직장 생활 4년 동안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부터. 보건소 계약직 간호사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성씨는 당시 130만 원 정도이던 월급을 그대로 다 써버렸다. 직장을 옮기고 수입이 더 많아졌지만 취업 준비 기간이 길었던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발동하고 그간의 잘못된 소비 습관 탓에 저축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풍차 돌리기를 알게 됐고, 8개월째 꾸준히 저축하고 있는 그는 이제는 무턱대고 소비하지 않는다. 

    신발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탁민기(43) 씨는 2년 전부터 4~9월까지 ‘6개월 예금 풍차 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가 현재 택한 예금은 MG새마을금고 ‘자유자재 정기예금Ⅱ’다. 그동안 탁씨는 매달 수입이 일정치 않고, 은행 예금 이율이 너무 낮다는 핑계로 저축을 등한시해왔다. 하지만 풍차 돌리기 재테크를 시작하고서는 적합한 상품을 찾기 위해 금융사별로 다양한 적금 상품을 유심히 살핀다. 

    “주로 팔리는 상품이 운동화다 보니 비수기인 겨울에는 봄·여름에 비해 매출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어요. 매년 비수기만 돌아오면 수입이 없어 힘들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풍차 돌리기를 알게 됐고 그 덕택에 지난해부터 겨울도 두렵지 않게 됐어요(웃음).” 

    탁씨는 내년 4월부터는 예금액을 30%가량 늘려 다시 풍차 돌리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착실하게 모은 돈은 내후년 가게 확장에 요긴하게 쓸 예정. 돈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탁씨는 “적금 만기가 돌아오는 날만 생각하면 일하는 시간도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번에 적금·예금 만기 채우는 법

    주부 오순례(48) 씨는 벌써 3년째 풍차 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용하는 상품도 다양하다. KB국민은행 ‘KB내맘대로 적금’, 우리은행 ‘위비SUPER주거래예금2(확정금리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오씨는 ‘선납이연’ 원리를 활용해 예금과 적금을 동시에 들고 있다. 선납이란 정기적금 가입 일자보다 일정액을 일찍 납입하는 것을 뜻하고, 이연은 매월 불입하는 날짜보다 일정액을 늦게 납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1월 1일 정기적금 상품에 가입했다면 두 번째 납입 날짜를 한 달 뒤인 2월 1일로 정하는 게 아니라, 17일 앞당긴 1월 15일로 하는 것이다. 또 세 번째 납입일은 3월 1일이 아니라 3월 17일이 된다. 이 경우 선납일수와 이연일수의 합이 0이 되기 때문에 적금 이자는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오씨가 선택한 방법은 이렇다. 한 달 저축 가능한 금액이 120만 원이라면, 이 중 10만 원은 1년 만기 정기적금에, 나머지 110만 원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예금이 만기되면 이자를 뺀 원금을 적금 계좌로 이동한다. 이때 비로소 두 번째 적금 불입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1년에 딱 두 번 불입하고 적금 계좌 하나를 채우게 된다. 오씨는 이러한 방법을 두 달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다. 

    선납 적금은 금리 상승기에 맞춰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 특히 예금과 적금에서 다 이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120만 원으로 1년 만기 정기예금 풍차 돌리기를 하는 것보다 이득이다. 오씨는 “따로 정기예금을 들지 않더라도 성과급이나 보너스가 생기는 직장인이라면 그때에 맞춰 적금에 불입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풍차 돌리기의 핵심은 단리 상품으로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1년간 풍차 돌리기를 실천하면 12개월 동안 통장 12개가 만들어지는데, 1년 뒤 첫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찾으면 여기에 새 납입금을 더해 또다시 1년 거치 정기 예금·적금 통장을 만들면 된다. 금액과 기간은 개인 사정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소액 투자로 매달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는 기쁨이다. 목돈 투자가 힘든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론 주식이나 펀드처럼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리스크 없이 ‘투자의 성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크다. 

    무엇보다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고 잘못된 소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매달 돌아오는 만기일을 활용해 비상시에도 ‘저축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다. 그야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이다. 

    2017년 한국 사회는 소비 성향의 양극단을 보였다.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에는 욜로(YOLO)가, 하반기에는 짠테크가 급부상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뜻이고, 짠테크는 이와 반대로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수익률 낮아도 성취감은 최고

    MG 새마을금고 상상모바일 정기적금 자유자재 정기예금, KB내맘대로 적금(위), 우리은행 위비 SUPER 주거래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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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차 돌리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소비 양극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적당히 소비도 하면서 저축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풍차 돌리기를 실천해보면 그동안 얼마나 허튼 데 돈을 썼는지 알게 된다. 잘못된 소비 습관을 바로잡는 데 효과 만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순례 씨가 풍차 돌리기를 시작한 이유도 ‘인생에서 한 번은 허리띠를 바짝 조여야 한다’고 생각한 데 있다. 아무리 ‘소비가 미덕’인 시대라고 하지만 그에 앞서 쓸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는 법. 오씨는 “평생을 절약하고 저축하며 살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저축”이라고 밝혔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다가 2012년 재취업한 오씨는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월급은 100% 저축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됐다. 벌이가 느는 만큼 소비가 늘었고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매달 병원비도 부담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갑작스레 실직하면서 급기야 오씨의 수입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해 빚까지 지게 됐다. 

    “외벌이 때나 맞벌이 때나 돈을 모으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더라고요. 다시 외벌이가 되고 나서는 저축이 더 힘들어졌지만 ‘50대가 되기 전에 목돈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어요. 가장 먼저 자동차를 처분하고 외식과 쇼핑 횟수를 확 줄였어요. 수없이 인내하며 절약한 돈으로 풍차 돌리기를 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오기가 생겨서 포기도 못 하겠어요(웃음).” 

    ‘풍차 돌리기’는 수익성은 낮지만 잘못된 소비 습관을 잡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한 직장인이 은행창구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박해윤 기자]

    ‘풍차 돌리기’는 수익성은 낮지만 잘못된 소비 습관을 잡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한 직장인이 은행창구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박해윤 기자]

    풍차 돌리기에 한번 빠지면 소비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풍차 돌리기로 지난해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긴 탁씨는 이후 저축액으로 마이너스 통장까지 다 갚았지만 절약에 대한 의지는 날로 강해지고 있다. 탁 씨는 “풍차 돌리기를 알기 전에는 절약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풍차 돌리기를 하고부터 ‘물욕을 버리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흥청망청 쓰면서 ‘돈 걱정’에 시달리느니, 갖고 싶은 걸 다 갖지는 못해도 차곡차곡 돈이 쌓여가는 즐거움을 택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풍차 돌리기 진행 결과를 보고하고, 실천 방법과 주의해야 할 점 등을 공유한다. 풍차 돌리기에 몇 차례 성공한 이들은 그들 나름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풍차 돌리기가 번거롭기만 할 뿐 사실상 수익성은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잘못된 소비와 저축에 대한 개념을 새로 잡아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재무상담사 이지영 씨는 저서 ‘우리 집 재테크를 부탁해’에서 “우리 일상은 돈 쓰기에 관한 고민과 선택의 연속인데, 이런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는 소비 통제력을 기르려면 주관적인 의지가 아니라 객관적인 숫자와 기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금보다 예금 이자가 더 이득인 이유

    일반적으로 적금 금리는 예금 금리보다 높다. 10월 8일 기준,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최고 2.92%이고 적금 금리는 최고 5.50%이다(세전 기준). 표면 금리는 적금이 높지만 실질적인 이자액은 예금이 높다. 같은 원금 120만 원이라도 예금은 첫 달에 원금을 다 넣고 12개월에 대한 이자를 받지만, 적금은 매달 10만 원씩 쪼개 해당 개월 수에 대한 이자를 받기 때문. 또한 비과세나 우대금리 여부에 따라 실제 이자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동일한 금융기관 상품이라면 예금과 적금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잘 살펴봐야 한다. 

    풍차 돌리기의 첫걸음은 불입액 규모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기적금 상품의 경우 매달 돈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불입 가능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가늠해둬야 한다. 만약 10만 원씩 입금하기로 했다면 마지막 달에는 통장 12개를 다 불입하기 위해 120만 원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한 상품으로 예·적금을 들려면 계좌 개설 시 1인 다(多)계좌 개설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보통 금리가 높은 상품은 ‘1인 1계좌’만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발품을 팔아 여러 금융기관 상품을 비교한 뒤 이율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편 최근에는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은행의 신규 계좌 개설이 까다로워졌다. 거래 내역이 없는 주부나 학생, 사회 초년생들은 계좌 개설 이유를 밝히는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20일 영업일 이내 1개 이상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월 최소 납입액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풍차 돌리기’ 열풍이 불면서 은행마다 월 최소 납입액 1만 원으로 시작하는 소액 자유 적금 상품이 꽤 많이 나와 있다. 상품별 연 금리를 비롯해 금리 우대 조건 등은 금융기관 홈페이지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풍차 돌리기에도 휴식은 필요하다. 오선례 씨는 명절이나 기념일이 몰린 시기에는 풍차 돌리기를 잠시 멈춘다. 오씨는 “무리하게 저축을 고수하다 보면 생활이 너무 팍팍해지고 돈 모으는 즐거움도 반감된다. 가끔은 숨통을 틔워줘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저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풍차 돌리기를 마친 뒤에는 목돈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까. 원금과 이자를 그대로 적금 상품에 재예치하거나 또다시 풍차 돌리기를 시작해도 된다. 원금과 이자 중에서 일부는 나를 위한 용돈으로 쓰고 나머지는 풍차 돌리기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참에 장기 적금에 도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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