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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역歷/사史/내內/란亂

“황 총리 담화는 다 거짓말 대통령 오류 막도록 도와야”

격돌인터뷰 Ⅰ ‘국정화 반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황 총리 담화는 다 거짓말 대통령 오류 막도록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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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체사상? 교과서마다 비판적 기술
  • 역사전쟁? 누굴 이기겠다는 건가
  • 교사·학생이 국정교과서 안 쓰면 대혼란
  • 교과서 문제는 교육적으로 풀어야
“황 총리 담화는 다 거짓말 대통령 오류 막도록 도와야”

김형우 기자

숲속 나무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재정(71) 경기도교육감의 표정은 밝았다. 분홍색 넥타이와 노란색 리본이 눈길을 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이다.

늦가을 오후, 경기도교육청 앞뜰은 작은 수목원처럼 고요하고 화려했다. 붉은색,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나무들의 자태가 곱다. 이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이념 논쟁’을 하려니 왠지 어색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론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통박했다.

▼ 11월 2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는 왜 했나.

“그날이 행정고시(告示) 이전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교육감으로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의견을 몸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도 내 뜻에 동조해 동참했다. 같은 시각 세종시에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교육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에게 독약 먹이는 짓”


▼ 교육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내 여론은 어떤가.



“도내에선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민선 교육감으로서 주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방법 중 하나로 1인 시위를 한 것이라 부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임명직이라면 다르겠지만.”

▼ 학부모, 교사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는데, 통계자료가 있나.

“도내 역사교사가 2300명쯤 되는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 91.58%가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직접 교사 대표들을 만나 토론도 해봤다. 학부모들과도 세 차례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 이 교육감은 왜 국정화에 반대하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유세 때 내가 이미 이 문제를 언급했다. 2013년 문제가 된 교학사 교과서가 다시 나오거나 국정화를 추진한다면 학생들에게 독약을 먹이는 짓이니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그는 “내용의 문제를 떠나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주관해 만든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부연했다.

“우리에겐 국정화의 뼈아픈 교훈이 있다. 1974년 유신 시대 때 유신을 미화할 목적에서 국정화를 단행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다.”

▼ 정부와 찬성론자들은 검정제도로는 문제점을 도저히 바로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황교안 총리가 역사교과서를 하나라도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문이다. 제대로 봤다면 그런 거짓말 못한다. 현행 중학교 9종, 고등학교 8종 역사교과서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편다. 교육부의 교과서 집필 지침이 매우 세세하다. 주제만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까지 제시한다. 예컨대 주체사상에 대해 이렇게저렇게 비판해달라고 요구한다. 그 기준을 무시하고 쓰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다. 교육부가 검정교과서를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집필자가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쓸 수 있어서 통제가 안 된다고 한다.

“실례를 들겠다. 고등학교 8종 교과서에 수록된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보면 거의 똑같다. 독재를 가능하게 하고 인민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식의 표현이 대부분이다. 아널드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확정된 게 아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역사교과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 내에서 해석까지 거의 같다.”

▼ 교육부가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란 건가.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자기네가 지침 만들어 거기에 맞춰 쓰게 하고 검정까지 해놓고선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하니….”

▼ 책임을 집필자들에게 돌린다는 얘긴가.

“그것도 아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한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내려보낸 공문을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의 교과 목표 중 하나로 ‘한국사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종합적인 탐구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고를 키운다’라는 항목도 있다. 그래놓고 한 달 만에 뒤집는 얘기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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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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