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말기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PART 4 고려대 구로병원 - 현장취재 | 환자 마음 헤아리는 암병원

  • 입력2015-11-24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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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스톱 서비스로 치료 동선 최적화
    • 국내 다학제진료 선도적 도입
    “말기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암병원의 목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암이 진행된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조영철 기자

    고려대 구로병원 본관 3층에 위치한 암병원. 8585㎡(약 2596평)의 넓은 공간에 암환자 전용 진료실과 각종 검사실, 방사선치료실, 일일항암치료실, 외래진료실, 통원항암진료실 등이 조성됐다. 이곳을 지나면 의료진을 위한 회의실, 교육실, 연구실이 나온다. 언뜻 보면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암병원에선 매일같이 의료진 회의가 열린다. 주요 암종별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이름하여 ‘전문 다학제 진료팀’. 이들은 점심도 거른 채 수술은 어떻게 할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는 어떤 방법으로 할지,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을 그날 바로 결정한다.

    민병욱 암병원 센터장(대장항문외과)은 “고려대 구로병원은 2009년부터 협진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진 간 손발을 맞춰왔다”며 “협진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오늘날 다학제진료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환자 배려한 진료 시스템 돋보여

    “말기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민병욱 암병원 센터장은 “암 말기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으려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암병원 곳곳에는 환자를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30여 년간 암환자를 치료해온 구로병원의 노하우가 발휘된 것이다. 대표적 예가 원스톱(One-stop) 서비스. 검사에서부터 진단,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까지 환자가 한 번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치료 동선을 최적화했다.



    사후관리 면에서도 환자를 배려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암병원은 재활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를 중심으로 한 전문진료팀을 구축,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재활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완화의료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영양사, 종교인 등이 활동한다. 이들은 환자의 통증관리뿐 아니라 미술 및 음악치료, 심리치료 등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암병원만의 치료법도 눈에 띈다. 감시림프절 생체검사가 대표적이다. 구로병원은 2007년 국내 최초로 폐암, 식도암, 위암 수술에 감시림프절 생체검사를 적용했다. 감시림프절은 종양이 림프절을 통해 전이될 때 가장 처음 도달하는 곳으로, 생체검사를 통해 암세포의 전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전이되지 않았다면 암 조직만 제거한다. 최소한의 림프절만 절제하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 현재 감시림프절 생체검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질환은 유방암과 폐암이다.

    의료진의 노하우와 신념이 통한 덕분일까. 암병원은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암병원이 개원 1주년을 맞아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이용 만족도를 설문한 결과, 94.5점을 기록했다.

    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오병찬 씨는 “위암이 췌장암으로 전이돼 수술도 할 수 없었지만 의료진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며 항암치료를 권했다”면서 “그때 치료를 거부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2월 입원한 오씨는 현재 집에서 통원항암진료실을 오가며 치료받는다.

    말기 환자 생존율을 높여라

    사실 ‘암수술 메카’로 불리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2014년 4월 암병원을 개원했을 때 세간의 평가는 엇갈렸다. ‘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너무 늦게 암병원을 만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암병원은 이런 의견에 개의치 않는다. 암병원을 개원한 목적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민 센터장은 “고려대 구로병원의 모토는 ‘환자 중심 진료’”라며 “암병원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암 치료 시스템을 환자 처지에서 재조직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 크다. 수많은 병원이 ‘환자 중심 진료’를 내세우지만 말처럼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로병원이 암병원을 개원한 것은 이런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암병원의 다음 행보다. 의료진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이미 암이 진행된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려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 환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암 말기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암병원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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