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심문

  • 이현승

    입력2015-11-20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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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문

    그림 박용인

    늙는다는 것,

    때리는 것도 힘에 부치지만

    사실 맷집도 달린다.



    권고사직을 제안받고 그는



    소진된 복서처럼 무엇이든 그러안고 싶었다.



    피와 땀으로 이룬 모든 것을

    세월은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빼앗아버린다.



    내버리다시피 판 주식을 사서 대박 난 사람처럼

    불행은 감당할 수 없는 바로 그 자리를 비집고

    재앙은 불평등에 그 본성이 있다.



    누군가 지금 그에게 가벼운 안부라도 묻는다면

    바늘로 된 비를 맞듯 그는

    땅에 붙들리게 될 것이다.



    화산재를 잔뜩 뒤집어쓴 얼굴로.





    *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창비시선, 2015) 중에서

    이현승

    ●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2년 ‘문예중앙’ 신인상
    ●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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