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세계화 1순위는 치맥, 파전·막걸리”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 한국 음식

  • 하니 칸-고 에브게니아 팍 오그보냐 울로마

    입력2015-11-23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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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쌈냉면, 팥빙수, 부대찌개·라면사리 ‘최고’
    • 김치버거, 김치스파게티, 고구마피자 ‘별로’
    • 지나친 퓨전 요리 실험엔 거부감
    “세계화 1순위는 치맥, 파전·막걸리”
    어떤 외국인이 한국 문화 속으로 자신을 집어넣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아마 한국 음식을 체험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분명하게 답하긴 어렵다. 음식은 독특한 성격의 문화이며, 같은 음식이라도 각자에게 서로 다른 떨림을 준다.

    최근 한국 미디어에서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끈다. 특이한 점은,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이나 요리사가 전통적 조리법을 변형해 자주 퓨전 음식을 만든다는 점이다. 시청자도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전 세계 요리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 이들은 여러 맛을 섞음으로써 자신의 요리가 특정 손님의 미각에 전적으로 위배될 위험을 피한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의 이탈리아인 셰프는 뉴요커의 입맛에 맞게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든다. 그래서 이 요리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라치오의 일반 가정에서 요리한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낸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선 김치와 혼합된 멕시칸 요리가 폭넓게 소비된다.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가 이 지역에서 거부될 가능성을 줄이는 쪽으로 퓨전화한 것이다.

    ‘술과 안주’ vs ‘퓨전 음식’



    한국에선 기존 요리를 섞어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실험이 그 어느 나라보다 왕성하게 시도되는 것 같다. 한국 TV의 수많은 프로그램은 완전히 새롭고, 전적으로 비정상적이며, 심지어 즉석에서 고안된 퓨전 음식을 늘 만들어낸다. 더구나 이들 음식은 ‘냉장고의 묵은 재료’에서 ‘경이로울 만큼 맛있는 요리’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서울 시내의 식당과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메뉴가 출시되는 것 같다.

    우리는 퓨전 음식을 중심으로 부담 없는 가격대의 일반적 한국 음식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은 어떤 태도를 갖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한국 퓨전 음식은 △둘 이상의 한국 전통 음식 간 콤비네이션 △외국 음식과 한국 전통 음식 간의 콤비네이션이라는 두 범주로 구분했다. 우리 중의 한 사람은 ‘서울 음식’ 블로그를 2년여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범주에 해당하는 10개의 음식 리스트 2개를 작성했다. 우리는 이를 참고로 해 고려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40명에게 선호도를 물었다.

    조사 결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퓨전 음식에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 전통 음식 간 콤비네이션과 관련해, 외국인 유학생들은 육쌈냉면(냉면과 약간의 숯불고기를 함께 제공하는 적당한 가격대의 점심 메뉴), 팥빙수, 라볶이(라면과 떡볶이를 조합한 분식요리), 부대찌개와 라면사리를 선호했다.

    외국 음식과 한국 전통 음식 간 콤비네이션과 관련해선, 외국인 유학생들은 치즈라면, 치즈김밥, 밥버거(라이스버거)를 선호했다. 대체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전통 음식 간 콤비네이션을 외국 음식과 한국 전통 음식 간 콤비네이션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조사하면서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치킨과 맥주’(치맥), ‘파전과 막걸리’였다. 한국인 대학생 대부분은 이 둘에 대해 “그건 술과 안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외국인 유학생은 이 둘을 ‘한국 퓨전 음식’으로 받아들였다.

    외국인은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것을 특별한 한국적 음식문화로 여기는 듯했다. 막걸리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 형태이고 독하지 않은 달콤한 쌀맛이 나며 파전과 잘 어울리므로 술보다는 음식으로 인식되는 듯했다.

    이 둘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결과, 외국인 유학생 사이에서 치맥은 선호도 1위, 파전과 막걸리는 4위에 올랐다. 2위는 육쌈냉면, 3위는 팥빙수였다. 유학생들은 치맥과 파전·막걸리가 보편적 맛을 지니고 있어 세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프랑스에서 온 로페즈(21·여, 미디어 전공) 씨는 “프라이드치킨은 친숙한 요리다. 맥주가 약간 기름진 닭요리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점을 한국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이 요리 천국이라지만…”

    “세계화 1순위는 치맥, 파전·막걸리”

    동아일보

    러시아에서 온 고려대 어학당 재학생 K씨(25·여)는 “러시아에도 비슷한 치킨 요리가 있지만 한국만큼 요리법이 다채롭거나 맛있진 않다. 한국의 치맥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K씨는 막걸리에 대해선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풍미를 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선 한국식 치맥에 영국인들이 열광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난해 중국에선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에 편승해 치맥 붐이 일기도 했다.

    일부 외국인 학생은 팥빙수에 대해 “토핑이 다양하고 맛있다.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만한 음식으로 손색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 퀴우(22·여) 씨는 육쌈냉면에 대해 “면은 가볍고 신맛이 나는 반면 숯불고기는 강한 맛을 내는데 둘이 잘 어울린다. 가격 대비 좋은 음식인 것 같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23)은 “중국이 요리의 천국이라지만 한국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메뉴를 지속적으로 내놓진 않는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한국엔 그런 음식이 널려 있어 정말 좋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먹어보는 모험을 자주 하게 돼 신난다”며 즐거워했다.

    “피자는 소금맛 나야”

    그러나 적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의 일부 퓨전 음식이 너무 실험적이거나 급진적이어서 원래의 맛을 퇴색시킨다고 여겼다. 지나친 ‘요리 실험’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

    서유럽에서 온 한 유학생(22·여)은 “내가 가진 요리문화의 배경에 비춰보면 피자에선 약간 소금맛이 나야 한다. 단맛을 강조하는 한국의 허니 피자나 고구마 피자, 블루베리 피자엔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인 학생 몇몇은 김치스파게티에 대해 “스파게티라는 요리의 전통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

    조사 대상 외국인 유학생의 80%는 한국의 ‘마늘맛 아이스크림’에 대해 “이름만 들어도 싫다”고 말했다. 마늘은 한국인에겐 친숙한 음식이다. 그러나 마늘과 아이스크림을 섞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많은 외국인은 이런 조합을 이상한 것으로 여기며 전혀 먹으려 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B씨(19)는 “한국에서 김치버거를 봤는데, 그 아이디어에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햄버거와 김치를 엮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B씨는 “‘햄버거는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다’와 같은, 다른 나라 음식문화의 일상적 관습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22·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퓨전 음식이라는 것이 어떤 나라의 중심 요리 문화와 다른 나라의 중심 요리 문화를 섞는 것이긴 하지만, 몇몇 한국 음식은 늘 김치에 강조점을 두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런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음식에 김치를 섞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김치가 한국 음식의 상징이므로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은 김치를 너무 의식한다.”

    필리핀에서 온 한 유학생(19)은 “한국에 온 뒤 필리핀 요리를 먹지 못했다. 서양 요리의 한국화나 퓨전 요리 개발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요리 그 자체를 충실히 구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하니 칸-고(Hannie Khanh-Ngo, 뉴질랜드) | 고려대 미디어학부 학생

    에브게니아 팍(Evgenia Pak, 우즈베키스탄) | 고려대 미디어학부 학생

    오그보냐 울로마(Ogbonnaya Uloma, 나이지리아) | 고려대 미디어학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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