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 남북통합 기여하는 통일의학
올해 개원 74년을 맞은 고려대 안암병원이 미래형 첨단 병원으로 변모한다. 사진제공·고려대 안암병원
1941년 9월 1일 개원 당시 고작 200여 병상밖에 없던 작은 병원이 지금은 1051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으로 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료 환경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암센터, 로봇수술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특성화 센터 13개와 노인병, 비만, 통증 등 전문클리닉 170여 개를 갖췄다. 안암병원을 움직이는 직원은 2175명에 달한다.
개원한 지 74년. 그동안 외형만 키운 건 아니다.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작지 않다. 특히 최고 의료기술과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2009년 7월 획득한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이다.
JCI 인증은 병원의 모든 의료 프로세스가 환자 안전에 맞춰 조성됐음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안암병원이 환자에게 일회용 솜부터 로봇 수술까지 가장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규모와 의료 수준을 넘어 환자 중심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안암병원 측 설명이다.
의료산업 新성장벨트
국내 최고 대학병원으로 손꼽히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지하철 6호선 안암역 1번 출구를 나오면 곧바로 안암병원이 보인다. 하지만 병원 건물로 들어가려면 언덕을 올라야 한다. 몸이 불편한 환자나 어르신이 자주 찾는 병원의 입지조건으로선 좋지 않다.
올 8월 안암병원에서 기흉수술을 받은 김세훈 씨는 “안암병원은 성북구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규모가 큰 종합병원 중 하나인데도 시설이 노후화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암병원 혁신의 시작은 신관 건축이다. 신관은 환자들이 지하철 6호선 안암역사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 병상을 추가로 늘리고, 각종 특화센터와 첨단 연구 및 진료 시설이 들어선다.
단순히 병원 건물만 짓겠다는 건 아니다. 안암병원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21세기 미래형 첨단 병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역 의료 인프라를 활용한 랜드마크를 구축한다. 위치는 홍릉이다. 이곳엔 안암병원을 비롯해 11개 대학과 연구소, 싱크탱크가 자리를 잡았다. 홍릉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개설해 의료산업의 성장 벨트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환자 경험의 날’
안암병원은 글로벌 의료 환경에서도 역량을 발휘한다. 현재 안암병원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과 의학 프로그램을 교류하고, 미국 하버드대 의대 노인병연구센터, 일본 구루메대 의대, 싱가포르 창이병원과는 협약을 맺은 상태다. 안암병원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환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을 가졌다.
안암병원은 세계 의료진의 수련기관 구실도 한다. 현재 안암병원은 중국, 인도, 몽골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의료진에게 특화된 의료 시스템을 전수한다.
이들은 안암병원의 질환별 세분화 및 특성화 전략, 최첨단 장비 도입, 선진 의료 인프라 구축, 글로벌 임상시험 역량, 환자 중심의 표준화된 의료 시스템 등을 배운다.
연구는 병원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안암병원은 2005년부터 ‘The Best 연구중심병원’을 추진해왔다. 글로벌 수준의 의생명과학자 전임교수를 병원에 배속해 임상의사와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안암병원은 해외 유수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환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사진제공·고려대 안암병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우수한 연구력을 자랑하는 안암병원이 몇 년 전 경사를 맞았다. 2013년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것이다. 연구중심병원은 지속가능한 연구 역량을 갖추고 기업과 대학이 공동연구를 통해 보건의료 산업화를 이끄는 병원을 뜻한다.
변화가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혁신은 의료 환경에서 이뤄진다. 안암병원이 지향하는 혁신은 ‘환자 중심 진료 환경’이다. 올해 10월 14일은 안암병원이 선포한 ‘환자 경험의 날’이었다. 행사는 이 병원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이날 병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가상의 환자가 돼 실제 환자와 동일한 의료 프로세스를 경험했다. 집행부는 이 과정에서 발견된 사항을 수집해 병원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병동 신설도 환자 중심 진료 환경 조성의 연장선이다. 올해 1월 27일 안암병원은 암 치유 희망병동에 16병상을 갖춘 호스피스 병동을 신설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별다른 수술이나 치료 없이 입원하는 곳이다.
병원 이상의 새로운 가치
안암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조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대부분의 대형 병원이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 호스피스 병동들도 문을 닫는 추세다. 암 치유 희망병동에서 치료를 받는 고은성 씨는 “환자가 임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겠다는 안암병원 의료진의 진정성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안암병원의 눈은 북한으로 향한다. 현재 탈북자 코호트 등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해 통일의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유는 하나, 한반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통일의학을 통해 남북한 국민통합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공간과 가치의 변화를 위한 신관 건축, 21세기 미래형 첨단 병원상 제시,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 통일의학을 통한 한민족 대표 병원…. 단순히 건물 신축을 넘어 병원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안암병원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오늘도 힘차게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