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당 연구논문 수로는 선두권
- 경영혁신으로 세 병원 모두 흑자
김형우 기자
그는 10월 15일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2015 한국의 최고경영인상’을 수상했다. 리더십 경영 부문으로, 의료기관 수장으로는 유일하게 받았다.
재벌기업 병원의 장단점
▼ 최고경영인상을 받았다.
“요즘 의료기관이 어렵다. 첫째는 제도 때문에 힘들다. 의료 질은 세계 최고인데 의료수가가 굉장히 낮다.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같은 의료행위인데도 10배까지 차이 난다. 정부가 의료수가를 독점 통제하는 탓이다. 고려대의료원은 혁신을 통해 수익을 늘렸다. 최근엔 연구 분야에서 질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우리는 의학 연구를 산업과 연결하는 데서도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동시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상이 민망하긴 하지만, 의료진 전원이 힘을 합쳐 일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 일반인이 흔히 꼽는 일류 병원에 고려대 병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저평가받는 건가. 아니면 실제로 그 병원들과 수준 차이가 있는 건가.
“난 그런 평가에 불만이 많다. 재벌기업들이 병원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여한 점도 있고 현실을 왜곡한 부분도 있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와 쾌적한 병실 환경 등은 긍정적 영향을 끼친 점이고….”
그가 말을 아꼈다.
▼ 지적할 게 있다면 해달라.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대형 병원이 늘면서 사람들이 병원을 이상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빅4가 그렇다. 그것이 당연한 구분이고, 큰 병원이 곧 일류 병원인 것처럼 말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 병원은 대체로 병상 수가 1000개 안팎이다. 우리나라만 특이하게 규모를 잣대로 일류 병원, 이류 병원을 따진다. 잘못된 평가 속에 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의 노력이 묻혀버리는 게 아쉽다.”
▼ 고려대의료원 소속 병원 병상 수는 얼마인가.
“안암병원 1050개, 구로병원 1050개, 안산병원 800여 개다. 합하면 우리도 3000개가량 된다. 그렇지만 규모로 따지는 건 옳지 않다. 규모가 크다고 질이 높은 건 아니니까.”
“사회 기여 면에선 앞서”
▼ 의료진 실력이나 시설, 장비 면에서 차이 나는 건 아닌가.
“물론 우리가 최고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병원이 크면 의사가 많으니 연구논문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1인당 연구논문 수를 따지면 우리가 3위 안에 든다. 생물안전성이 완벽하게 확보된 시설을 갖춘 병원이 우리 포함해 3군데밖에 없다.”
▼ ‘환자 중심 병원’ 기치를 내걸었는데.
“6년 전 구로병원장 맡으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지금은 많은 병원이 그걸 표방하지만. 병원은 환자가 찾아오는 곳이다. 어떤 병으로 찾아왔든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게 병원의 사명이다. 연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김형우 기자
“그걸 내가 평가하는 건 조심스럽다.”
▼ 구로병원, 안산병원은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돈 많은 사람이나 VIP가 많이 찾는다고 좋은 병원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고 지역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병원이어야 한다. 언론도 병원 을 평가할 때 이런 점을 감안해 보도하면 좋겠다.”
▼ 냉정하게 말해, 이른바 빅4 병원에 비해 뒤지는 게 없나.
“물론 많다. 당장 우리 교우 중에도 우리 병원 안 오겠다는 사람 꽤 있다. 주로 서비스 불만이다. 어떤 병원에서는 환자를 극진히 대접한다. 환자가 돈을 기부하고 싶은 맘이 들 정도로. 그만큼 진료비가 많이 들기는 하기만. 그런 점에서 우리가 좀 세련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병원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서비스 면에서 조금 떨어질지는 몰라도 대학병원 본연의 역할이나 사회 기여 면에서는 앞선다고 자부한다.”
▼ 일자리 축제(리스타트 잡페어)에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참가했는데.
“장애인이나 경력이 단절된 사람,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병원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조직이다. 일자리 창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위성과 현실 사이에 괴리도 있다. 그럼에도 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4와 같은 반열”
▼ 흑자경영이라고 들었다.
“세 병원 모두 흑자를 낸다. 그런데 이런 얘긴 조심스럽다. 그저 탄탄한 경영을 한다는 정도로 말해야지. 자칫 우리가 잘났다고 떠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가 (빅4와) 같은 반열에 있다는 건 맞다.”
▼ 오늘 가장 강조하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웃음).
“무엇보다 의료진이 소신 진료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환자를 진정 배려하고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소신 진료다.”
김 원장은 국내 미세수술 권위자로 통한다. 구로병원에 근무할 때 세계 최초로 열 손가락 접합수술에 성공한 신화를 남겼다. 인쇄소 책 제본기에 손가락 10개가 모두 잘린 22세 청년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대한미세수술외과학회 회장,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고려대 구로병원장 등을 지낸 그는 경영혁신으로 고려대의료원을 정상급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