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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日 극우단체 ‘재특회’ 파헤친 히구치 나오토 교수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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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반일’ 인식에서 혐한 현상 불거져”
  • ● “재특회 회원은 ‘평범한’ 자민당 지지자”
  • ● “재일 코리안을 오욕의 역사와 함께 말살하려는 ‘욕망’ 있다”
  • ● “일본 고립시킬수록 일본 배외주의 가속화할 것”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김형우 기자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가 있다. 일베의 공격 대상이 진보, 북한, 여성 등으로 다양(?)하다면, 재특회는 ‘재일 코리안’에게 집중포화를 가한다. 일베와 재특회 둘 다 인터넷이 주요 활동무대란 점은 같지만, 재특회는 일베와 달리 거리 시위, 일명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활발하게 벌인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가 쓴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서 한 대목 발췌하면 이렇다.

“조선인을 죽여라!” 한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여라!” 그 뒤를 따르는 제창이다. 시위대는 100명이 넘는다. “조선인 매춘부를 내쫓아라!” “한국인은 너희 나라로 꺼져라!” “구더기 새끼!” 듣기 괴로운 욕설이 대열에서 터져 나왔다. 조선인의 멸칭(蔑稱)인 “총코!”를 거듭 외치며 주먹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왜 혐한(嫌恨)일까.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韓流)가 대세인 터라 이웃 나라에서 터진 혐한 현상이 한국인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현대 일본인이 가진 불만과 불안에서 혐한 신드롬의 원인을 찾는다. 재특회 간부들을 밀착 취재한 야스다 씨는 위의 책에 이렇게 적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거절당하는 아픔을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받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타자에 대한 적개심을 그로테스크한 운동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 불평등에 분노하는 사람,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동지를 원하는 사람, 도피처를 원하는 사람, 돌아갈 장소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재특회는 유인하듯이 불러들인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구원한’ 측면마저 있지 않을까.

“너희 나라로 꺼져라”



혐한과 반일은 이란성쌍둥이?
그런데 지난해 2월 이러한 ‘불만설’을 정면 반박한 학술서가 나왔다. ‘일본형 배외주의-재특회·외국인 참정권·동아시아 지정학’이 그것으로,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한층 심화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최근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재특회, 왜 재일 코리안을 배척하는가’(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라는 제목의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히구치 나오토(46) 도쿠시마대 준교수. 그는 재특회 등 34명의 배외주의 운동가와 정치인 인터뷰, 현지 조사, 우파 언론의 언설(言說) 분석 등을 통해 일본 배외주의의 토양이 다름 아닌 ‘과거사’에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재특회를 낳은 것은 장기 불황이나 사회불안 증대라는 현대의 문제가 아니다. 재일 코리안을 오욕의 역사와 함께 말살하려는 욕망이 바탕에 있다”고 역설한다.

11월 3일 서울대 일본연구소에서 히구치 교수를 만났다. 그는 닷새가량 서울에 머물면서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열린 일본 배외주의 관련 심포지엄을 에 참여해 강연을 몇 차례 했다. 인터뷰 통역은 신기영 오차노미즈여대 준교수가 맡았다. 그는 “신 교수와는 여러 연구를 함께 진행한 사이로 그에게서 국제정치학에 대해 배웠고, 그와 평소 나눈 대화에서 재특회 연구에 관한 많은 힌트를 얻었다”며 “그의 공헌이 내 책의 1할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 올 한 해 한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이던가요.

“일본 정치의 우경화, 그러한 정치 토양을 바탕으로 유명해진 재특회, 그리고 이 둘의 전체적 배경으로서의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재특회 현황은 어떻습니까.

“거액 배상 판결 이후에도 헤이트 스피치 등 재특회 이벤트는 그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참가자 수는 현저하게 줄었어요. 재특회 활동을 막으려는 반대운동이 10배 이상 증가해 재특회가 움직일 수 없게 된 거지요. 반핵운동가들, 한류를 좋아하는 청년들, 그리고 일부 보수파가 반(反)재특회 활동에 참여합니다.”

재특회는 2007년 설립돼 2013년 10월 회원 수가 1만3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도쿠시마현 교직원조합 난입사건, 교토 조선학교 주변에서의 헤이트 스피치 시위 등에 대해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나면서 영향력이 크게 위축됐다. 히구치 교수는 “회원 수가 더는 늘지 않고 있고, 일본 우익 세력도 재특회와 거리를 두려 한다”고 전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지지에는 내셔널리즘이 크게 작용하는군.”

사회학자로서 주로 일본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을 연구해온 히구치 교수는 2009년 네덜란드에서 만난 지도교수가 한 이 말을 계기로 일본 배외주의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1999~2012년 도쿄도지사를 지낸 이시하라는 일본 정계에서 ‘원조 극우’로 통하는 인물.

“서구 사회에서 극우 지지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반(反)이민 감정입니다.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아 가니까요. 따라서 서구 연구자들에게 내셔널리즘이 돌출된 일본의 분석 결과가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요. 그들은 1세기 이상 일본에서 살아온 재일 코리안이 왜 지금에 와서 배척 대상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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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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