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20대 리포트

인천-부산 자전거 국토종주 체험기

“조선 파발이 달리던 옛 영남대로 정취 느껴”

  • 입력2018-11-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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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의 깊은 맛 음미

    • 지인과 함께 떠나는 모험

    • 국토종주 메달은 덤

    상주 상풍교  자전거길에서 본 강과 노을.

    상주 상풍교 자전거길에서 본 강과 노을.

    하늘은 높고 청명한 바람이 부는 가을, 가까운 사람과 함께 자전거로 국토를 종주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최근 2박3일 동안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km를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다. 이런 여행에서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은 인천 북서부 아라서해갑문에서 시작됐다. 친한 친구 한 명이 동행했다. 여기서부터 한강과 서해를 잇는 운하인 아라뱃길을 따라 서울 강서구까지 갔다. 교외라 이용객도 많지 않았고 가파른 오르막길 없는 쉬운 코스였다. 가까이 있는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식사를 했다. 21km의 이 길엔 두 개의 인증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인증 도장 받는 재미 쏠쏠

    폐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무인 인증센터.

    폐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무인 인증센터.

    라이더는 자전거길 구간별로 있는 무인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어 인증을 받는다. 폐공중전화부스 등을 재활용한 붉은색 무인 인증센터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장을 못 찍어도 인증부스와 본인, 자전거가 들어간 사진을 찍어 유인 인증센터에 제출하면 사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간별 인증은 목표를 성취해나가고 있다는 만족감을 준다. 인천-부산 633km 국토종주길에는 28개 인증센터가 설치돼 있으며 이 중 충주댐과 안동댐을 제외한 26개소를 방문하면 정부로부터 국토종주 인증서와 메달을 받는다. 정부는 2010년 자전거 국토종주길을 만들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주변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각 도시의 독자적인 자전거도로와 이어진다. 

    인천-부산 구간의 경우, 자전거 숙련자는 3~4일, 초보자는 5~7일을 잡는 게 좋다. 하루 100km 이상 가야 하고 딱딱한 안장 위에서 7시간 가까이 지내야 한다. 자전거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으면 허벅지에 근육통이 올 수 있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허리와 목에도 통증이 생긴다. 그러나 자전거 국토종주는 이를 상쇄할 즐거움을 준다. 누군가에게 레저,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관광, 모험, 그리고 도전이다. 자기 관리에 도움을 준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여행길에 오르는 것은 이렇게 얻어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종주의 꽃’ 소조령과 이화령

    충주 탄금대 자전거길.

    충주 탄금대 자전거길.

    서울에 들어서며 아라 자전거길은 한강종주 자전거길과 이어진다. 국토종주 4대강 자전거길 중 가장 먼저 개통된 이 길을 따라 서울을 관통해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까지 56km 코스를 달렸다. 이 코스는 자전거 이용객이 가장 많다. 강동구의 암사고개를 제외하면 난도도 높지 않고 도로 관리도 잘돼 있다. 주변에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편의점이나 식당도 많다. 이 길에는 3개의 인증센터가 있다.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 인증센터를 지나면 강북 코스와 강남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강북의 뚝섬 전망콤플렉스와 강남 광나루자전거공원 중 한 곳에서만 인증을 받으면 된다. 나눠진 길은 팔당대교에서 다시 합쳐진다. 



    팔당대교를 지나자 남한강 자전거길이 시작됐다. 전체 거리가 132km에 달하는 이 길은 팔당에서 충청북도 충주까지 한강을 끼고 이어졌다. 우리는 6개의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받았다. 팔당댐과 능내역을 지나자 자전거 동호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곧게 뻗은 넓은 도로를 혼자 점유하는 기분을 느꼈다. 인증센터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 물과 음식을 보급받기도 좋았다. 

    우리는 이른 아침 인천에서 출발해 저녁 무렵 남한강 여주보에 도달했다. 여주시내로 들어와 숙박업소를 잡았다. 남한강 자전거길에는 두 개의 언덕이 있다. 그러나 언덕 구간이 비교적 짧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초보자에게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이 언덕을 제외하면 길이 평탄하다. 

    다음 날 충북 충주에 자리한 탄금대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한강과 작별했다.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총 거리 100km의 새재 자전거길은 녹색으로 가득했다. 새재 자전거길의 5개 인증센터 중 두 번째로 만나는 수안보온천 인증센터에서 족욕을 즐겼다. 

    수안보를 지나 이화령 정상에 이르는 19km 노선에서 세 개의 언덕을 만났다. 거리가 짧은 돌고개를 지나자 ‘국토종주의 꽃’이라 불리는 소조령과 이화령이 떡하니 나왔다. 거리가 길고 어느 정도 경사도 있는 난코스다. 40분에 걸쳐 2.1km 길이의 소조령과 해발 548m 백두대간에 위치한 5km 길이의 이화령을 올랐다. 중간에 쉼터도 있었다. 이화령 기념비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자전거길은 경북으로 넘어간다. 경북 상주까지 무난한 평지가 이어졌다. 폐쇄된 불정역, 낙동강의 첫 줄기, 문경새재 등에서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낭만, 정취를 느꼈다.

    조선 보발의 시선을 따라

    새재 자전거길 이화령 정상에서.

    새재 자전거길 이화령 정상에서.

    이 새재 자전거길은 옛 조선시대의 ‘영남대로(嶺南大路)’와 겹친다.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이 시대엔 사람이 급한 공무를 전하는 파발제와 연기를 피워 정보를 전달하는 봉수제가 발달했다. 파발에는 말을 타고 전하는 기발(騎撥)과 사람이 직접 달려서 전하는 보발(步撥)이 있었다. 이 파발과 봉수는 조선의 대동맥 격인 960리 영남대로의 중도를 따라 활발하게 이뤄졌다. 조정에서 내린 문서를 들고 교대 근무자에 닿기까지 긴 거리를 달린 사람들도 문경새재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번쯤 취했을지 모른다. 승용차 여행으로는 느끼지 못한 것들을 도보 여행이나 자전거 여행에선 잘 느낄 수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영남대로처럼 한강과 낙동강의 맥을 그대로 타고 흐르고 있었다. 또한 과거의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조선시대 보발의 시선을 가장 유사하게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자전거길을 따라 국토를 관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주를 지나 낙동강종주 자전거길(10개 인증센터)에 접어들었다. 총 거리 324km에 이르는 이 길은 다른 코스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해 보급을 받기 쉽지 않다. 따라서 사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난코스 박진고개에 ‘끌바’ 흔적

    오르막길인 박진고개 벽의 긁힌 자국들과 자전거 동호인들이 쓴 낙서.

    오르막길인 박진고개 벽의 긁힌 자국들과 자전거 동호인들이 쓴 낙서.

    낙동강 4대 언덕으로 불리는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로 언덕을 직접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언덕마다 우회로가 있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든 코스로 평가받는 박진고개 곳곳엔 ‘끌바(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것)’의 흔적이 무수하게 남아 있었다. 언덕을 정복한 쾌감과 내리막길을 달리는 속도감을 즐기는 데엔 낙동강종주 자전거길이 제격이었다. 

    경남 함안, 밀양, 양산을 지나자 멀리 부산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최종 목적지가 눈앞에 펼쳐지자 누적된 피로도 가셨다. 부산을 가로질러 낙동강 하류 을숙도에 도착하면 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이렇게 4박5일 여정은 마무리됐다. 서울로 돌아올 땐 부근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서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오면 된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제 시행 구간은 제주도, 동해안 등을 포함해 총 1857km에 달한다. 지난해엔 필자는 혼자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을 했다. 장기간 자전거 타기에 적응하지 못해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 또한 드넓은 도로 속에서 고독과 싸워야 했다. 

    이때 자연의 다채로운 색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것이 도움이 됐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른 자전거 동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위안이 됐다. 여기서 만난 77세의 한 남성은 몽골로 자전거 여행을 간다고 했다. 싱가포르인 아버지와 아들은 한국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맛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한 쌍의 젊은 연인은 자전거 여행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주마간산 관광과는 다른 묘미

    자전거 국토종주는 주마간산 관광과는 다른 묘미를 준다. 도보 여행보다는 훨씬 빠르고 자동차 여행보다는 훨씬 느린 자전거 여행 특유의 페이스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동반자와 더 친해지기도 하고,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TIP 자전거 국토종주 참고 사항

    1. 인증 도장을 받는 데에 필요한 국토종주 인증수첩을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혹은 자전거 행복 나눔 애플리케이션에서 QR 코드로 인증을 받는다. 

    2. 생수, 간식, 전조등, 후미등, 헬멧, 고글, 장갑, 자전거 수리 키트, 우의, 선크림, 현금, 액션 카메라, 고무줄을 준비한다. 전조등-후미등-우의는 혹시 모를 야간 주행과 우중 주행에 유용하다. 자전거 바퀴는 작은 돌부리에도 손상될 수 있는데 자전거 수리 키트만 있으면 즉석에서 수리할 수 있다. 고무줄은 자전거를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휴대할 때 유용하다. 현금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곳(예: 음료수 자동판매기만 있는 무인 인증센터)에서 필요하다. 

    3. ‘자전거 행복 나눔’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국토종주 구간별로 자전거길 부근 숙박업소, 야영장소, 게스트하우스, 볼거리, 맛집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훨씬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필자가 ‘동아 논술·작문·기사쓰기 아카데미 2기’ 과정을 이수하면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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