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달 착륙 50년, 우주 기술의 현재

태양계 밖 우주여행은 가능할까

  • 입력2018-11-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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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50년이 되는 해다. 1969년 7월 대기권을 벗어난 아폴로 11호가 달을 탐사하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면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후 관련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달을 넘어 화성 및 태양계 밖으로까지 여행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은 조만간 실현될 수 있을까.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의 소설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있다. 흔히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꼽히는 베른은 우주여행을 꿈꾸고 세상에 그 비전을 설파한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그가 1865년(!) 발표한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부터 우주여행의 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지구에서 달까지’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엄청나게 커다란 대포로 사람 셋과 개 한 마리를 실은 우주선을 달까지 쏜다는 이야기. 만약 실제 대포로 그런 일을 한다면 엄청난 충격에 순식간에 몰살당할 것이다. 당연히 베른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소설 속 불쌍한 개는 충격에 머리가 깨져서 죽었으니까.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 삽화(위)와 이 책 저자 쥘 베른. [위키피디아]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 삽화(위)와 이 책 저자 쥘 베른. [위키피디아]

     그런데도 ‘지구에서 달까지’는 놀랍다. 이 소설이 나오고 나서 104년이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가 실제로 ‘지구에서 달까지’ 우주여행을 한다. 그런데 소설과 아폴로 11호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우선 소설처럼 아폴로 11호도 미국 영토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한 플로리다주에서 우주로 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하는 3일의 시간도 소설과 똑같다. 아폴로 11호는 7월 16일 발사해서 만 사흘이 지난 7월 19일 달의 궤도에 도달한다. 달의 궤도를 돌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소설 속 우주선이 태평양에 떨어진다는 설정까지 염두에 두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폴로 11호도 7월 24일 태평양으로 귀환했다. 이 정도면 ‘예언서’다.

    지구에서 달까지

    구소련 우주선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왼쪽)와 그의 첫 번째 우주선 초안. [위키피디아]

    구소련 우주선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왼쪽)와 그의 첫 번째 우주선 초안. [위키피디아]

    실제로 ‘지구에서 달까지’는 아폴로 11호에 이르는 초기 우주여행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1958년 지구 밖으로 처음 인공위성을 쏘고 1961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낸 구소련 우주선의 아버지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다. 그런데 치올콥스키가 바로 ‘지구에서 달까지’를 읽고서 영감을 받았다. 



    심지어 치올콥스키는 소설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달 표면에 추락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수학적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생각, 환상, 동화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계산하는 순간 그것은 현실이 된다.” 정말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우주여행의 현재와 미래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에 내년이면 발사 50주년이 되는 아폴로 11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앞에서 ‘지구에서 달까지’와 아폴로 11호의 발사 장소가 미국 플로리다주로 똑같다는 걸 말했다. 이렇게 발사 장소가 같은 게 단지 우연이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 

    먼저 과학 상식 하나. 알다시피 지구는 지금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돈다(자전). 그런데 이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지구 자전 속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시속 1666km 정도다. 그렇다면 만약 적도에서 동쪽으로 우주선을 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렇다. 애초 우주선의 속도에다 자전 속도 시속 1666km까지 더해진다. 

    지구 자전 속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위도가 높아질수록 느려진다(지구는 둥글고 적도 반지름이 제일 길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예를 들어 적도보다 위도가 높은 플로리다주의 자전 속도는 시속 1466km, 중위도(북위 35~40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시속 1314km다. 

    이제 ‘지구에서 달까지’나 아폴로 11호의 우주선 발사 장소가 플로리다주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미국 영토에서 자전 속도 효과가 가장 큰 곳은 가장 남쪽인 플로리다주다. 이곳에서 서쪽이나 북쪽이 아니라 동쪽을 향해서 우주선을 실은 로켓을 발사할 때가 효과가 가장 좋다. 

    그렇다면 아폴로 11호의 속도는 어느 정도나 됐을까? 보통 지상에서 100km 떨어진 곳을 ‘우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가 지구가 계속 잡아당기는 힘(중력)을 거스르려면 시속 약 4만km의 초기 속도가 필요하다. 이 속도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아폴로 11호는 지구를 탈출할 뿐만 아니라 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어려운 일을 해내야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우선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아폴로 11호에 쓰인 로켓은 총 3단으로 구성된 새턴-5. 새턴-5의 질량은 3000t이지만 이 가운데 우주선 질량은 약 50t에 불과했다. (마지막에 태평양으로 돌아온 아폴로 11호는 5t 정도였다.) 

    새턴-5의 1, 2단 로켓은 지구를 탈출하는 데만 사용하고 버려졌다. 3단 로켓은 지구에서 달로 향하는 도중 연료를 소모하고 버려졌다. 이후 달 탐사를 끝내고 가벼워진 우주선을 싣고 다시 지구 궤도로 돌아오는데 나머지 연료를 사용했다. (달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는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이 커 연료 소모가 적다.) 이렇게 달을 다녀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유사 이래 가장 감동적인 쇼

    이 대목에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온 때는 언제일까? 진실은 이렇다. 1972년 12월 14일,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나고 나서는 인간 가운데 누구도 달을 밟은 적이 없다. 당시 달을 마지막으로 밟은 아폴로 17호의 선장 유진 서넌은 82세로 2017년 1월 16일 세상을 떴다. 

    그렇다면 왜 1972년부터 거의 50년 가깝게 달에 다녀온 인간이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미국 정부는 1966년 달 탐사 계획을 진행하던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에 연간 예산의 4.5% 정도를 배정할 정도로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막상 인간이 달에 깃발을 꽂는 엄청난 이벤트(아폴로 11호)가 끝나고 나자 더 지속할 여력이 없었다. 

    오죽하면 달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인 열두 명(나머지 여섯 명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선에 탑승해 있어야 했다!) 중에서 아폴로 11호에 탔던 닐 암스트롱을 포함한 아홉 명을 인터뷰해 ‘문 더스트’(이명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라는 책을 펴낸 앤드루 스미스는 1960년대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이렇게 평가했다. 

    “결국 내게 떠오른 생각은 달 탐사 자체가 쇼, 유사 이래 가장 감동적인 쇼였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 정부 예산의 5%에 가까운 돈을 갉아먹던 나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다시 한번 고군분투 중이다. 나사가 지금 계획 중인 건 ‘SLS(Space Launch System)/오리온’ 프로젝트다. 새로운 우주선 오리온을 발사해 아폴로 17호 이후 51년 만인 2023년 달 궤도를 비행하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SLS/오리온 프로젝트의 특징은 덩치다. 아폴로 때보다 훨씬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애초 발사 로켓의 추진력만으로도 원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해졌다. 나사는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30년대 중반에는 인간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이다. 인간을 달에 보낸 20세기 아폴로 우주선의 영광을 21세기 오리온 우주선으로 반복하겠다는 목표다.

    SLS/오리온 프로젝트

    나사의 SLS 프로젝트를 표현한 그림. [위키피디아]

    나사의 SLS 프로젝트를 표현한 그림. [위키피디아]

    이런 나사의 계획이 말처럼 쉬울지는 의문이다. 동서 냉전의 연장선상에서 우주 개발 경쟁을 진행하던 1960년대와 지금 상황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로켓 발사 한 번에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씩 소비해야 하는 이런 계획을 가뜩이나 쪼들리는 미국 시민이 용인할지 미지수다. 

    나사의 SLS/오리온 계획이 눈총을 받는 더 큰 이유는 전기 자동차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행보에 있다. 사기업답게 스페이스X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우주 비행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가 만든 팰컨-9 로켓과 우주선 드래곤은 이미 화물과 사람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할 때만 해도 돈 많은 몽상가의 치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데 머스크는 2012년 사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을 발사해서 우주 정거장(ISS)에 도킹시켰다. 스페이스X가 우주로 화물과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21일 세계 최초로 임무를 끝내고 지상으로 떨어진 팰컨-9 로켓을 회수했다. 이렇게 회수한 로켓에 연료를 다시 주입해 반복 사용함으로써 로켓 발사 단가를 낮추자는 발상이었다. 이러면 우주선 발사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2017년부터 매달 1~2회씩 우주선을 쏘아 올리면서 계속 로켓을 회수하고 있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9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달을 여행할 사람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9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달을 여행할 사람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사처럼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목표도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를 화성을 비롯한 여러 다른 행성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나사의 SLS에 버금가는 대형 로켓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9 헤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처럼 덩치가 큰 이 로켓은 훨씬 더 멀리까지 무거운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 

    2018년 2월 6일, 스페이스X는 팰컨-9 헤비 로켓을 이용해 화성 궤도로 화물을 실은 우주선을 보냈다. 이 우주선에 실린 화물은 일론 머스크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에서 만든 빨간색 전기 자동차 ‘로드스터’. 이 우주선은 성공적으로 우주에 진입했고, 어쩌면 로드스터는 화성까지 가까이 다가간 최초의 자동차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핵 추진 우주선

    우주선의 역사를 훑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핵잠수함이나 핵항공모함은 있는데 왜 핵 추진 우주선은 없을까? 핵 추진 우주선은 말 그대로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핵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 원리를 거칠게 설명하면 이렇다. 

    핵발전소에서는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가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인다. 그때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만약 그때 나오는 증기를 한쪽으로 강하게 분사하면 어떻게 될까? 그 증기의 반작용으로 강한 힘을 받을 것이다. 로켓이라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갈 정도로 강력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핵 추진 우주선도 마찬가지다. 핵연료가 핵분열할 때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물보다 가벼운 수소를 순간적으로 기체로 만들고 한쪽으로 내뿜어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는 원리다. 나사는 1955년부터 1972년 사이에 핵 추진 우주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지만 핵 추진 우주선은 한 번도 개발된 적이 없다. 

    이유는 딱 하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만약 핵 추진 우주선이 핵분열하면서 내놓는 열을 이용해 수소를 기체로 만들며 내뿜다 대기권에서 공중 폭발이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방사성 물질이 대기권으로 유출될 때의 파장은 핵발전소 사고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실제로 1986년 1월 28일, 우주로 날아가던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한 일이 있다.) 

    핵 추진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승객의 건강도 문제다. 소형 핵발전소를 우주선에 싣고 다니는 셈이니 방사선이 나올 개연성이 크다. 그러잖아도 우주 공간에 나가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우주 방사선’이 심각한 문제인데 거기에다 우주선에서 생성되는 방사선까지 승객에게 해를 끼치는 셈이다. 우주여행의 결과가 암이라면 누가 우주선에 몸을 싣겠나.

    외계인의 우주선?

    화성 탐사선 바이킹 모델 옆에 선 칼 세이건.

    화성 탐사선 바이킹 모델 옆에 선 칼 세이건.

    이런 사정 때문에 달 착륙 이후 우주 개발 열기가 식으면서 핵 추진 우주선 개발 계획도 폐기됐다. 그러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다시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화성을 왔다 갔다 하고 더 나아가 지구-화성, 화성-목성 등으로 행성 간 여행도 하려면 새로운 에너지에 기반을 둔 우주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핵 추진 우주선의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20세기와 비교했을 때 핵에너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훨씬 더 커졌고, 대중의 안전에 대한 요구 또한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화성 여행이나 행성 간 여행의 잠재 수요자가 돈 많은 일반인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핵 추진 우주선 개발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그래도 언젠가는 달, 화성을 넘어 좀 더 멀리까지 우주여행을 하는 일이 가능해질까? 인류가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태양계 밖을 벗어나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다른 행성을 찾아 정착하는 일이 가능할까? 언젠가는 인류가 ‘스타워즈’나 ‘스타 트렉’처럼 태양계와 또 다른 항성계를 마음대로 여행하는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와 알파는 빛의 속도로 4년을 넘게 가야 겨우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만든 우주선으로 이 별에 가려면 우주에서 무려 4만 년을 항해해야 한다. 

    게다가 프록시마나 알파에 딸린 행성이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물론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리라고 예상되는 행성이 발견되고는 있다. 하지만 2017년 11월 세상에 알려진 ‘로스 128b’와 지구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11년 정도다. 인간의 힘으로 만든 우주선으로 이 별에 가려면 우주에서 10만 년 이상 여행해야 한다. 

    ‘그럼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만들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만들어 움직이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t 정도의 우주선을 빛의 속도로 움직이려면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70억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구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꼴을 갖춘 우주선에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내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료(예를 들어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의 무게까지 고려하면 필요한 에너지는 더욱 늘어난다. 에너지의 양이 늘면 우주선 무게도 늘어나니 악순환이다. 

    그렇다면 대체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정체는 뭘까. 잊을 만하면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UFO는 정말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일까?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이 지구를 처음 방문할 때 UFO를 타고 왔듯이, 뛰어난 문명의 외계인은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을 만든 게 아닐까. 

    세계 곳곳에서 찍힌 별의별 모양의 UFO 사진이 계속 보고됨에도 과학자 대부분은 그 존재를 부정한다. 심지어 우주 어딘가에 있는, 도민준 같은 지적인 능력을 갖춘 외계인의 존재를 열심히 찾는 과학자조차 UFO에 대해서는 불신의 눈길을 보낸다. 앞에서 설명했듯 빛의 속도를 초월하는 우주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상력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 포스터.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 포스터.

    개인적으로 UFO를 회의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우리는 지방이나 외국에 사는 누군가를 보고 싶으면 열차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달을 지구에서 안전하고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있는데도 온갖 비용을 들여 굳이 찾아가 깃발을 꽂아야 직성이 풀린다. 바로 이 대목이 UFO의 정체와 연결된다.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할 것이라는 발상은 지구인의 것인가, 외계인의 것인가? 그렇다. 그것은 인류의 경험에 기반을 둔 지극히 인간적인 상상력에 불과하다. UFO가 인간의 상상력이 빚은 허구로 생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인이 저렇게 비효율적인 우주여행을 할 리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우주과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 어딘가에 지적인 능력을 갖춘 외계인이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우리 인간만 존재하기에는 우주가 너무나 넓으니까. 세이건이 UFO 대신 기대를 품었던 것이 바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다. 

    SETI는 우주에 널려 있는 전파를 수집해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인의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다. 우리가 우주를 향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전파를 내보내듯이, 우리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문명을 갖춘 외계인도 자신이 알게 모르게 수많은 전파를 우주로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SETI는 바로 그런 전파를 포착해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이 지은 소설 ‘콘택트’의 주인공이 바로 SETI에 헌신하는 여성 과학자다. ‘콘택트’는 나중에 조디 포스터 주연의 아름다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고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인류와 접촉해올 때 UFO나 우주 비행 같은 비효율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쥘 베른이 ‘지구에서 달까지’를 발표하고 나서 100년이 지나자 실제로 인간은 달을 다녀왔다. 하지만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다녀오고 나서 거의 50년이 지났지만, 우주선의 형태는 거의 변화가 없다. 앞으로 50년 이후인 2069년, 100년이 지난 뒤인 2119년에는 우주선의 모양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어쩌면 베른처럼 우리에게도 전혀 다른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 일본의 행보가 참으로 독특하다. 일본은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소행성 탐사에 집중하고 있다. 왜 뜬금없이 소행성일까?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소행성에 매장된 희토류를 포함한 엄청난 지하자원 때문이라고 여긴다. 역시 일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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