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책 속으로

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外

  • 입력2018-11-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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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
    권오현의 쓴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

    권오현 지음·김상근 정리, 쌤앤파커스, 336쪽, 1만8000원

    권오현 지음·김상근 정리, 쌤앤파커스, 336쪽, 1만8000원

    소득주도성장 주창자들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아직 견딜 만하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9%를 달성할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말했다. J노믹스가 방향뿐 아니라 성과도 좋다는 뜻. 

    틀린 말은 아니다. 하반기 지표는 더 좋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의 하루 평균 수출은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반도체 착시’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24억 달러, 한국 돈 14조 원을 넘겨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개월(7~9월)간 영업이익 17조5000억 원을 거뒀다. 이 중 80% 가까이가 반도체로 번 돈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생긴 반도체 초호황 덕을 톡톡히 본 셈. 이는 곧 초호황 종료 시점과 한국 경제의 위기가 맞물릴 거라는 방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개월 전 “반도체 붐이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가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의 괜한 트집이 아니다. ‘삼성반도체’의 얼굴 격인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호황·불황이 약 4년 주기로 반복돼 메모리 반도체는 주기성 사업으로 불린다”면서 “공급 과잉으로 1년 사이에 가격이 70~80%까지 급락하던 해도 있었고 공급 부족일 때는 없어서 못 파는 해도 있었다”(188쪽)고 경고한다. 지금이야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넘쳐 파는 사람이 ‘갑’이지만 곧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다는 말. 유비무환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삼성 바깥뿐 아니라 안으로도 향한 苦言

    시간은 많지 않다. 권 회장 말마따나 “캐시카우(cash cow)가 있어야 다음 단계 전략을 수립하기 용이”(181쪽)한데, 반도체가 그 역할을 할 시간은 2년 남짓 남았다. 초호황이 2016년께 시작해서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이 보편화해 반도체 수요가 재차 커질 거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렇다 해도 작금의 초호황이 문재인 정부 임기(2022년)를 넘기긴 어렵다. 



    어서 다른 길을 닦아놔야 하지만, 혁신성장은 지지부진하고 4차산업혁명위원회 성과는 미미하다. 권 회장은 “많은 경영 현장 리더들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실적이 좋아 보이도록 착시를 유도하는 여러 편법을 사용한다”(61쪽)고 꼬집는다. 어떤 리더는 “다른 사람 손안에서 폭탄이 터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들고 있을 때 폭탄이 터지는 것만 어떻게든 막으면 된다”(70쪽)고 생각한단다. 정부 운영도 경영일진대, 새겨들을 공직자가 제법 많을 터. 

    책에는 삼성의 ‘초격차’에 대한 권 회장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저자의 이력 때문이겠으나, 반도체를 뺀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삼성 스마트폰 위상은 과거만 못하다. 가전 사업 비중은 더 커질 기미가 없다. 디스플레이 실적은 애플의 주문량에 따라 분기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모름지기 최고경영자라면 업무 중 최소한 절반은 변화를 분석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바쳐야 한다”(71쪽)는 권 회장의 쓴소리는 삼성 바깥뿐 아니라 삼성 안으로도 향하는 것 같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 무조건 심플 |
    성공하고 싶다면 ‘심플’하라! 알듯 알듯 몰랐던 법칙

    리처드 코치·그레그 록우드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392쪽, 1만8000원.

    리처드 코치·그레그 록우드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392쪽, 1만8000원.

    포드, 맥도날드, 월트디즈니, 이케아, 사우스웨스트항공, 애플, 베인앤드컴퍼니,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매우 단순하다. 그렇다 바로 ‘심플함’이다.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인 이들은 하나같이 ‘단순함’으로 엄청난 부를 창출함과 동시에 사회를 움직일 만한 거대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기업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리처드 코치가 쓴 ‘무조건 심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순함의 매력을 한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소개한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모든 ‘성공’ 뒤에는 ‘심플’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심플함의 당위성은 성공한 기업 오너들의 명언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맥도날드 형제와 함께 맥도날드를 창업한 레이 크록은 회사의 최초 슬로건으로 ‘키스(KISS)’를 선택했다. 키스는 ‘단순함을 잊지 말라고, 이 멍청아(Keep It Simple, Stupid)’를 줄인 말이다. 아이폰 신화의 주인공 스티브 잡스 역시 제품을 만드는 자신의 접근법 전체를 ‘극도의 심플’이라고 표현했다.

    ‘세련된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단순한 명제를 성공으로 연결한 이케아, 스마트폰과 앱이라는 신기술로 택시 호출·탑승·이동·결제 등 다양한 요소를 심플한 시스템에 담아낸 우버, 오로지 ‘저가’에 목숨 건 덕에 미국 최다 탑승객 보유 항공사로 거듭난 사우스웨스트항공 등도 심플함의 미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저자 리처드 코치는 단순화 전략이야말로 ‘비즈니스라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맹렬하게 발전하는 기술의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기업은 더욱 더 단순하고 영리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초연결(하이퍼 커넥티드), 복잡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성공한 기업들의 ‘심플한 방식’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독자라면 책 2부에 나오는 ‘기업 성향 테스트’도 놓치지 말길.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주성하 지음, 북돋움, 376쪽, 1만8000원. 


    북한 체제는, 특히 평양 사회는 현재 시장경제로 급격히 진화하는 중이다. 이 진화는 매우 독특하다. 북한의 진화는 역사상 유례없는 봉쇄 속에서 세계와 분리된 채 이뤄진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갈라파고스식 진화’다. 김일성대 출신 언론인 주성하가 한국의 양극단 세력에 촌철을 날리면서 쓴 북한 보고서다.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고종석·황인숙 지음, 삼인, 232쪽, 1만4000원 


    ‘서얼’로 표상되는 소수자의 눈을 지닌 작가 고종석과 그의 30년지기 친구 시인 황인숙의 대화다. 오래 시간 벗으로 지낸 황인숙의 눈과 입을 빌려 주류에 편승해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가기보다 비주류로 자발적 소외를 감행하는 문제적 지식인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 낡은 진영 논리가 수명을 다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매일 갑니다, 편의점 |
    편의점男이 쓴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시공사, 276쪽, 1만4000원,

    봉달호 지음, 시공사, 276쪽, 1만4000원,

    책은 몇 번 제목이 바뀌었다. 처음 제목은 ‘편의점, 절대로 하지 마라’였다. 내가 어쩌다 편의점을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그동안 겪은 일들과 느낀 점, 편의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알아둬야 할 정보까지 빼곡 담았다. 한 권 분량을 온전히 썼다. 

    고작 편의점 4년차가 뭘 안다고 그런 책을 쓰려 했을까? 부끄러웠다. 더욱 많은 사람과 만나기에 부족함이 많은 원고였다. 미련 없이 모든 원고를 버렸다. 한동안 편의점 일에만 전념했다. 

    1년쯤 지나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본능이 다시 꿈틀거렸다. 어디에 어떻게 발표할 것이란 목표도 없이, 그저 펜 가는 대로 쓰고 또 썼다. 일하는 틈틈이 썼다. 창고에서 라면 박스를 정리하다 뒷면에 긁적이거나, 냉장고 안에 들어가 부족한 음료수를 채워 넣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토닥이기도 했고, 때로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다 글 생각이 떠올라 영수증 빈 공간에 바쁘게 휘갈기기도 했다. 그렇게 쓴 토막글을 편의점 점주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고, 때로 ‘이런 내용도 꼭 써달라’는 요청까지 이어졌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났다. 그동안 쓴 원고를 모아보니 상당한 분량이었다. ‘이런 것도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몇 군데 출판사에 보냈다. 서너 곳에서 연락이 왔다. 곧장 계약하잖다. 좀 어리둥절했다.

    날마다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 내가 붙인 제목은 ‘날마다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였다. 편의점 냉장고에는 사람이 들어가 일한다. 그걸 모르는 분들이 적잖다. ‘날마다 냉장고 안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편의점 점주로서 우리의 처지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최종 계약을 한 출판사에서, 편의점 점주의 시선을 기본으로 하되, 편의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곁들이자는 수정 제안을 내놓았다. 작성한 원고의 3분의 1 정도를 덜어내고 일부 내용을 다듬었다. 

    책은 겨울-봄-여름-가을 4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편의점에서 각 계절에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봄이 아니라 겨울을 시작으로 잡았다. 왜 겨울부터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잖다. 편의점 매출이 낮아 가장 힘든 계절이 겨울이다. 그렇게 어려운 계절로 시작해, 차츰 매출이 상승하며 의욕이 샘솟는 봄, 그리고 여름, 다시 어려운 날을 대비하며 ‘이겨내자’ 다짐하는 가을….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싶었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글로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출판사에 원고를 전할 때 내가 그린 그림 몇 개를 덧붙였다. 그것을 토대로 일러스트 작가께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주셨다. 수많은 사람의 지혜와 능력이 합쳐져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나로서는 또 한 번 배움의 경험이었다. 어떤 직업 세계든 수월한 일이란 없구나. 

    ‘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그렇게 세상과 만났다. 요즘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어지는 독자의 소감을 읽으며 너무도 행복하다. 저는 매일 갑니다, 편의점. 당신도 그렇지요?

    봉달호 편의점주

    | 수학 좀 해보려고 합니다 |
    수학, 왜 필요한지 알고나 배우자

    조수남 지음, 나무나무출판사, 232쪽, 1만5000원

    조수남 지음, 나무나무출판사, 232쪽, 1만5000원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봤다. ‘수능 1세대’다. 수학은 20문제 총 40점. 그때는 ‘수학영역’이 아닌 ‘수리영역’이다. 20문제 중 10문제밖에 풀 수 있는 게 없었다. 절반만 풀었으니 시간이 남을 수밖에…. 객관식 보기를 문제에 대입하는 ‘해법’을 구사하며 남은 시간을 버텼다. ‘다 더해보기’ ‘다 넣어보기’도 시도했는데,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정답이 절대로 아닌 보기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찍기의 확률을 높였다. 

    ‘수포자’까지는 아니었으나 수학이 ‘매우 몹시 아주’ 싫었다. 미적분, 삼각함수, 로그 같은 개념은 알기조차 포기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배워?’ 한탄이 가득했다. 대학에 들어가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사회조사에 필요한 통계를 배울 때는 재밌었다. 통계가 사회를 분석할 때 왜 필요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다닐 적 미적분은 왜 하는지, 로그는 왜 필요한지, 소인수분해가 무엇에 쓰이는지, 삼각함수는 왜 고안됐는지 가르쳐줬다면 덜 싫었으리라. 

    ‘수학 좀 해보려고 합니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을 중심으로 내가 몰랐던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12장 ‘미적분학의 탄생’을 읽으면서 늦었으되 미적분만이라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이 왜 중요한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깨우친다면 결코 갑갑한 학문이 아닐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수에 대해 연구하면서 세계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켰다. 만물과 세계가 수의 적절한 비를 통해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러한 조화를 표현한 것이 음악이라고 봤다.”(24쪽, 수와 비 ‘수열은 왜 공부하기 시작했을까’) 

    “수학 교과서에는 원이 많이 등장한다. 중학교에서는 두 원의 위치 관계나 원에서의 비례 관계, 원과 직선의 문제 등에 대해 배운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원의 방정식을 배운다. 그런데 원은 왜 배우는 걸까? 원을 배우면 원만 배우지, 두 원의 위치나 원의 직선 문제 등은 왜 배울까? 고대 그리스 천문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69쪽, ‘수학 교과서에 원은 왜 그렇게 많이 등장할까’) 

    수학과 씨름하는 학생뿐 아니라 수학을 잊고 살아온 ‘어른’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학생들에게 수학을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신평 지음, 새움, 376쪽, 1만5000원
     

    저자는 판사 출신 법률가다. 법조계 내부 ‘침묵의 카르텔’에 맞서 내부고발자의 길을 걸어왔다. ‘공정과 정직’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는 저자는 별칭이 많다. 판사 재임용 탈락 1호, 로스쿨 공적(公敵) 1호, 대학의 싸움쟁이, 돈키호테, 이단아, 영원한 내부고발자…. 이 책은 ‘사법개혁을 향한 어느 원칙주의자의 아름다운 싸움’이다.





    동대문 네팔 타운의 희노애락
    육성철 지음, 조우혜 사진, 서울연구원, 224쪽, 1만3000원.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삶은 어떨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한 1970년대 한국인과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온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 이 책은 동대문 ‘네팔 타운’을 집중 취재한 보고서다. 저자는 “동대문 네팔 타운은 일종의 민족적 구역이고, 네팔 공동체가 친분을 강화하며 여가를 즐기는 공간적 매개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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