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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에 ‘칼 맞은’ 서민·중산층

부작용 ‘나 몰라라’ 극약 처방, 선의의 피해자 양산

  •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changmoo@hanyang.ac.kr

12·16 부동산 대책에 ‘칼 맞은’ 서민·중산층

  • ● 文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40%↑
    ● 보유세 강화, 임대료 전가 피할 길 없어
    ● 서울 인구 유지 위한 주택공급량, 서울시 추산 1.5배
    ● 주택 공급 늘릴 광의의 도시재생으로 변화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12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12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뉴스1]

문재인 정부는 누구도 그 강도를 예상치 못한 수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2019년을 마감했다. 주요 골자는 주택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데 있다. 그간 나온 부동산 대책이 겨냥한 공격 대상은 ‘다주택자’였다. 12·16 대책으로 15억 원 이상 1주택자까지 폭이 넓어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대상 지역이 서울시 18개 구와 경기도 주요 3개 시까지 확대됐으나 언론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다양하고 강력한 대책이 도입돼서다. 시장에서는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12·16 대책의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굵직한 대책 18번, 정작 서울 아파트 40%↑

12·16 부동산 대책에 ‘칼 맞은’ 서민·중산층
시장에 미칠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은 대출 규제 강화다. 12·16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15억 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은 아예 불가능하게 했다. 이 밖에도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 9억 원으로 조정했다.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20%로 강화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대출 규제가 도입됐다. 

고가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고 4%(2019년까지는 3.2%)로 올랐다. 정부는 12·16 대책 발표 다음 날(2019년 12월 17일)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도 발표했다. 공시가가 높아지면 보유세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세율 조정에 더해 보유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연이어 제시한 셈이다. 

현실화율(시세반영률) 목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저가와 고가 아파트의 시세반영률 목표를 차등해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현실화율은 시세 9억∼15억 원 미만의 경우 70%, 15억∼30억 원 미만 75%, 30억 원 이상 80%까지 각각 올린다). 이 밖에 양도세 감면 거주요건 강화,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 12·16 대책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세부적이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만의 ‘상승 독주’를 끝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극약 처방이 일으킬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이 현금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서민과 중산층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한다.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우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지수를 통해 추이를 살펴보자.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3년 초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이르러서는 20% 남짓 상승하며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커진 하락 폭을 만회했다. 이후 경기도와 서울시의 주택 시장 탈동조화 현상(같은 권역이지만 주택 시장이 다른 움직임을 보임)이 나타나기 시작됐다. 서울 아파트 시장만의 독주가 가시화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탈동조화 시점인 2016년 후반부터 문재인 정부 초까지 10%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40% 급등했다. 이 기간 정부는 굵직한 대책만 18번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정부의 대책은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기름 구실을 했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약 5%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9년 4월 급등세로 전환했고, 이후 10% 이상 상승했다. 그사이 분양가상한제는 오히려 가격 급등세를 더 가파르게 만들었고 다급해진 정부는 결국 12·16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12·16 대책에는 묘한 기시감이 엿보인다. 그 골격이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 반응에 대한 예상이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말 고가주택에 대해 대출 규제 및 종부세 강화를 시도했다. 언뜻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저가 및 소형이 주류이던 도봉·노원·강북구 등 서울 동북권 아파트 가격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전까지 50% 가까운 급등세를 이어갔다. 그때는 종부세 과세 기준이 6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9억 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2·16 대책 역시 과거처럼 풍선효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12·16 대책의 결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지나친 규제 탓에 풍선효과가 재현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종부세 강화 이후 월세 상승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를 강화하면 그 비용이 임대료로 전가되는 효과를 피할 수 없다. 2006년 말 종부세 강화 이후 순수 월세 기준으로 평가한 월세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약 20% 상승했다.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 옥죄기가 고가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 시기 우리가 겪은 교과서적 효과다. 

작금의 상황도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매매 시장을 옥죄는 정책과 분양가상한제가 결합해 전세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임차 가구로 남아 있는 것이 아파트 분양에 점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즉 재고 주택을 구입할 가구들이 청약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 수요로 전세 시장에 머무르게 된다는 뜻. 자사고 폐지와 같은 교육정책의 변화도 강남권 전세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극단적인 규제 강화로 인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용 상승을 촉발하는 부작용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다. 

12·16 대책에 따라 9억 원 초과분의 LTV(담보인정비율)는 기존 40%에서 20%(9억~15억 원)가 됐다. 정부는 주택가격이 15억 원을 웃돌면 아예 대출을 금지하는 전례 없는 초강수까지 내놨다. 이는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책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거라는 게 청구인 측의 취지다. 

정부의 선택이라고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다. 12·16 대책을 두고 시장에서는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벽을 쳤다고 비판한다. 주택은 기본적으로 고가라 몇 달치 월급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젊은 가구가 미래 소득을 기초로 담보대출을 받아 자가 주택을 구입토록 한 제도가 주택 모기지다. 이번 대출 규제는 주택 모기지로 인한 미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로부터 좋은 입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12·16 대책이 국민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세간의 주장에 마음이 더 쏠리는 건 과연 필자뿐일까.


서울에 필요한 신규 주택 연간 공급량은 12만 호

고강도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2019년 12월 17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고강도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2019년 12월 17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물론 최근의 시장 양상이 노무현 정부 시기와 다른 점도 있다. 앞서 일렀듯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경기도와 탈동조화해 단기간 급등했다는 점이다. 주택 시장은 수급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우리는 흔히 ‘주택 수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 말하는 사람마다 주택 수요가 가진 의미는 다르다. 보통 ‘올해 주택 수요가 얼마나 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원하는 대답은 ‘올해 새로운 주택을 얼마나 지어야 하느냐(신규 주택 수요)’에 대한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택 수요는 대부분 신규 주택 수요를 지칭한다. 이는 주택 수요 증가량(필요한 주택 재고 증가량)에 멸실(滅失) 주택 수를 더한 개념이다. 주택 수요 증가량이 연간 5만 호이고, 연간 멸실 주택 수가 3만 호라면 연간 8만 호가 신규 주택 수요 물량이 된다. 다만 이와 같은 수요 개념은 노후화된 원룸 다가구 주택도 1호, 40평 아파트도 1호로 본다. 주택의 질적, 양적 수요량을 명확히 측정치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2025 서울시 주거종합계획’은 서울시의 신규 주택 수요를 맨큐-웨일(Mankiew-Weil) 모형을 통해 추정했다. 이에 따라 연령대별 인구 1인당 주거면적을 추정하고,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연령대별 장래인구 추계를 적용해 총 주거면적을 고려한 장래 주택 수요 증가량을 산정한다. 그 뒤 이를 주택 호수 단위로 전환해 몇 호의 주택이 필요한지 가늠해 보는 식이다. 그런데 통계청은 서울시에서 연간 4만~5만 명의 인구가 줄어드리라 전망했다. 앞선 주거종합계획은 이를 활용해 서울시 장래인구 추계를 측정했다. 이러다보니 장래 주택 수요 역시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서울시의 주택 수요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라는 행정구역은 대도시권의 경제권역 안에 존재하는 여러 행정도시 중 하나다. 물론 개중 최고의 고용 중심지다. 하나의 대도시권 안에는 주거 이동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고용 중심지(서울시) 인근 주거 입지를 선호하는 많은 가구 간 경쟁 속에서 주택가격이 형성된다. 그 경쟁의 결과물로 결정된 주택가격이나 임차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가구는 서울 대도시권 외곽 행정구역에서 주택을 구해야 한다. 

즉 서울시의 독립적인 주택 수요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신규 주택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주택 재고량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인구와 가구수가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감소 추세인 서울시 장래인구 추계를 기반으로 서울 주택 수요를 산정하는 것은 오류일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화성 동탄 신도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발생하는 인구 증가 추세를 기반으로 화성시 장래 주택 수요를 산정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인구가 줄지 않게 하기 위한 신규 주택 공급량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 인구는 2015년 990만 명에서 2018년 967만 명으로 감소했다. 최근의 한 연구는 가구당 가구원 수의 감소 추세를 고려해 2015년 이후 서울시 인구가 줄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신규 주택 연간 공급량을 서울시 추산 8만 호의 1.5배인 12만 호로 제시한 바 있다.


협의의 도시재생에서 광의의 도시재생으로

2019년 12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매물 전단이 여럿 붙어 있다. [뉴스1]

2019년 12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매물 전단이 여럿 붙어 있다. [뉴스1]

이를 고려하면 장기간 이어지는 서울 아파트만의 상승 독주 현상은 서울시가 주택 공급에서 행한 ‘비합리적 선택’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시발점은 시장 침체기에 진행된 정비사업(뉴타운) 출구전략에 있다. 2014년을 전후해 정비구역 중 393개 구역이 해제됐다. 해제 면적을 고려해 산정된 공급 가능 아파트는 25만 호 정도다. 즉 뉴타운 출구전략 탓에 25만 호가 착공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택시장 활성화로 수익성이 확보돼 진행할 수 있었던 정비사업은 적지 않았을 터.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입주 아파트 호수가 4만 호 정도로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 물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년 수준의 장기 추세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평균 정도 물량에 불과하다. 

2014년부터 진행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국면을 감안하면 7만~8만 호의 아파트 입주물량(非아파트 물량을 포함하면 12만 호 이상)이 2019년을 전후해 공급됐어야 했다. 시장 활황기에 이뤄져야 했을 아파트 공급 확대가 제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더라도 서울 시내에서 ‘똘똘한 한 채’가 가진 희소가치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 중심지의 주택 공급 확대는 도시축소기를 앞둔 서울 대도시권 공간 구조 재편 측면에서도 필수요건이다. 이를 통해 출퇴근에 2~3시간씩 허비하는 젊은 가장이 줄고, 추가로 GTX(광역급행철도) 건설을 위해 큰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래야만 미래 서울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중산층 가구가 고용 중심지 주변에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35층 이하의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심 도시가 갖춰야 하는 고밀도 주거지 공급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룰을 무시하는 오만에 가까운 정책이다. 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2~3시간씩 걸리는 남양주, 광교, 화성 동탄 같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는 40~50층씩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따라서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정비사업에 대한 요구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좁은 의미의 도시재생 정책을 버리고 정비사업을 포괄하는 광의의 도시재생 정책 실시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내 고용 중심지 가까이에 있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구 축소기를 앞둔 시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얘기는 막연한 고집일 따름이다.


“중도금 대출 안 돼 분양권 포기”

얼마 전 필자의 대학원 연구실 졸업생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몇 년 전 결혼해 아기를 출산한 한 졸업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시내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는데 중도금 대출이 안 돼 분양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내 학생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터다. 시장에서 나쁜 놈, 좋은 놈을 편 가르면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시장에는 특별히 나쁜 놈도, 유독 좋은 놈도 없다. 다들 자기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중 긍정적 역할을 북돋울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정도(正道)다.

'신동아 2월호'




신동아 2020년 2월호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changm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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