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잘 가르치는 대학’ 한동대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장순흥 총장 “인성과 문제해결력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할 것”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2-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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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 40% 이상 수도권 및 해외 출신

    • 중도탈락률 전국 최저 수준 “학생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 개교 이래 26년째 무감독 시험 “정직과 성실 강조하는 학풍”

    • 인성과 실력 갖춘 ‘배워서 남 주는’ 인재 양성

    • 아시아 최초 미국식 로스쿨 “졸업생 70% 미국변호사시험 합격”

    •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갖춘 글로벌 전문가 키워낼 것”

    ‘작지만 강한 대학’ 한동대를 이끌고 있는 장순흥 총장. [조영철 기자]

    ‘작지만 강한 대학’ 한동대를 이끌고 있는 장순흥 총장. [조영철 기자]

    한동대는 경북 포항에 있는 사립대학이다. 1995년 개교했고, 재학생은 4000명이 채 안 된다. 지방에 있고, 역사가 짧으며, 규모도 작다. 일반적 시선으로 보면 3중의 핸디캡이다. 한동대는 이 한계를 뛰어넘는 실적을 보이며 최근 각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대 위상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는 수도권 학생 비율이다. 2019년 신입생 가운데 27.5%(227명)가 서울·인천·경기에서 왔다. 대학과 가까운 대구·경북 출신(21.4%, 176명) 학생 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해외 학생 비율도 15.8%(130명)에 이른다. 신입생 40% 이상이 수도권과 해외에서 한동대를 찾아온 셈이다.

    신입생 40% 이상 수도권 및 해외 출신

    ‘지역구’ 한계를 넘어선 확장성으로 한동대는 2019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했다. 재학생 중도탈락률은 2.3%에 그쳤다. 신입생 충원율과 중도탈락률은 해당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를 보여준다. 최근 많은 대학은 합격자가 등록하지 않고, 입학생이 중도에 그만두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을 뽑아놓아도 캠퍼스에서 볼 수 없다고 말하는 대학 관계자가 적잖다. 한동대는 현재 이 고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학 정보 공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대 중도탈락률이 1.3%다. 연세대(1.9%), 고려대(2.1%), 한양대(2.3%)는 2% 안팎이다. 한동대 실적은 이들 대학에 필적한다. 서울 지역 사립대 중에도 중도탈락률 20%를 넘는 학교가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최근 지방대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동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동대는 KAIST나 포스텍처럼 정부 또는 글로벌 기업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학교가 아니다. 그럼에도 생존을 넘어 ‘전국구’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 뭘까. 이 질문을 품고 장순흥(66) 한동대 총장을 만났다. 



    장 총장은 아시아 지역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원자력학회(ANS) 학술상을 받은 세계적 과학자다. 서울대 공대, 미국 MIT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2년 KAIST 교수가 됐다. KAIST에서 기획처장, 교무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두루 맡았고, 2014년 한동대 총장으로 부임해 7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다. 

    -최근 대학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방대 상당수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동대가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는 비결이 뭔가. 

    “한마디로 말하면 ‘사랑의 힘’이다.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학생을 참 사랑한다. 학생 교육에 열과 성을 다 쏟는다. 개교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학생들도 그것을 안다. 학교에서 자기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니 그들도 학교를 사랑하고, 한동대에 몸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재학생 중도탈락률이 낮은 배경에는 이런 우리 학교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핸디캡을 자산으로, “학생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경북 포항시 한동대 전경.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의 요람이다.  [조영철 기자]

    경북 포항시 한동대 전경.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의 요람이다. [조영철 기자]

    대학 성공 비결이 ‘사랑’이라니, 듣기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답이다. 하지만 한동대가 갖고 있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알면, 장 총장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한동대는 지방에 있는 신생 소규모 사립대다. 언뜻 한계로 보일 수 있는 지방, 신생, 소규모라는 세 요소를 한동대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첫째, 재학생 80%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을 지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인성 및 취업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강의실 밖에서도 교육을 이어가는 ‘레지덴셜 칼리지(RC·기숙대학)’의 성공은, 지금 국내외 학생을 한동대로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둘째, 한동대는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도전의 기록으로 채웠다. 모든 신입생을 무(無)전공으로 선발하는 것부터 신선하다. 한동대 1학년생은 전원 글로벌 리더십 스쿨(Global Leadership School)에 배정돼 대학생이 갖춰야 할 기초 소양을 쌓는다. 2학년이 되면 적성과 희망에 따라 전공을 고를 기회를 얻는다. 딱 한 개 전공만 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 문·이과 칸막이 없이 인문계와 이공계를 넘나들며 원하는 학과를 복수전공할 수 있다. 한동대 안에 자기가 전공하고 싶은 학과가 없다 싶으면 스스로 ‘학생설계융합전공’을 만들 수도 있다. 한동대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교 밖 경험도 학점으로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존중하지 않으면 운영하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셋째,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건 역설적으로 한동대 규모가 작기 때문일 수 있다. 한동대는 학생 30여 명당 한 명씩 ‘담임교수’를 배정한다. 팀으로 묶인 학생과 교수는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리더십을 훈련한다. 그 과정에서 교수는 학생의 학업뿐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챙기는 진정한 ‘멘토’가 된다. 학기 중 한동대 캠퍼스에서는 곳곳에 둘러앉아 팀 모임을 하는 학생과 교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정리해 보자. 한동대가 자랑하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어가 바로 ‘사랑’이다. 장 총장은 “우리 학교 교수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까 고민하며 노력을 쏟는다. 학생들도 그것을 안다. 자기가 학교에서 사랑받고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생활한다. 한동대 안에서 성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학교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개교 이래 26년째 무감독 양심 시험

    에릭 엔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장이 로스쿨 강의실에서 국제사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에릭 엔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장이 로스쿨 강의실에서 국제사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한동대는 개교 이래 지금까지 모든 시험을 감독 없이 치른다고 들었다. 이른바 ‘무감독 양심시험’도 학생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 있다. 한동대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학교다. 좋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정직, 성실,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렇기에 설립부터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무감독 양심시험’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윤리기준이 나날이 높아져간다. 얼마 전 한 교수님께 이런 얘기를 들었다. 시험 성적을 공지한 뒤 한 학생한테 e메일을 받았는데 ‘교수님, 제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틀리게 적은 답을 맞는 것으로 채점하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 양심이 이 정도다.” 

    장 총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동대는 취업률이 높고, 각종 경진대회 및 공모전 입상 실적도 우수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수치보다 구성원 모두가 정직, 양심, 성실함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동대의 또 다른 자랑 한 가지도 소개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학생이 구내식당을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른바 ‘한동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다. 

    한동대 구내식당 메뉴 가격은 보통 3000원이다. 여타 대학과 큰 차이가 없지만 2016년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끼니를 건너뛸까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이 적잖게 나왔다. 한동대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생식당 시스템을 개편했다. 학생카드로 식비를 결제할 때 100원과 3000원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하되, 학생이 식비로 얼마를 냈는지는 본인 외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5년째 운영 중이다. 이것이 정직 혹은 양심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질문을 던지자 장 총장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2016년 ‘한동 만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내심 걱정한 부분이 있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학생들까지 100원만 내고 밥을 먹으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당시 추산해 보니 우리 학교에 밥값을 걱정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학생이 많지는 않았다. 전교생의 10% 미만이었다. 이들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봤다. 속으로 ‘이 범위를 너무 많이 초과하지는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어떤가. 

    “종종 데이터를 보는데 ‘100원 결제’를 선택하는 사람 비율이 전체 식당 이용자의 10%가 채 안 된다. 정말 필요한 사람만 ‘한동 만나 프로젝트’ 도움을 받고, 그 외 학생들은 제값에 밥을 먹는 것이다. 학생들이 정직한 마음을 가진 덕분에 ‘한동 만나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고, 우리 학교는 배고픈 사람이 없는 대학이 됐다. 참 감사한 일이다.” 

    장 총장은 또 한 번 활짝 웃었다.

    인성과 실력 갖춘 ‘배워서 남 주는’ 인재 양성

    영미법 교과서와 미국연방판례집 등이 비치돼 있는 한동대 국제법률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동대 제공]

    영미법 교과서와 미국연방판례집 등이 비치돼 있는 한동대 국제법률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동대 제공]

    대학 총장을 인터뷰하면 보통 학교의 양적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장 총장은 조금 달랐다. 첫 질문에 ‘사랑’이라는 답을 내놓은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시종 ‘질’에 관심을 뒀다. 한동대만의 교육철학, 특별한 학교 분위기를 알리고 싶어 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개교 이래 줄곧 ‘배워서 남 주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졸업생이 돈 많이 벌고 출세해 호의호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이웃을 돕고, 이웃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에 따르면 한동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工’자형 글로벌 창의인재다. ‘工’자의 아래 바탕 획은 교육 기반을 형성하는 ‘인성 및 영성교육’, 세로 기둥은 학문적 지식 탐구를 위한 ‘지성교육’, 지붕 선은 ‘국제화 교육’을 각각 의미한다. 

    -말하자면 인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 

    “그렇다. 전문성이 뛰어나도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 반대로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큰데 실력이 없는 사람 역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어렵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건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과 도울 수 있는 실력,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것이다.” 

    -한동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에는 ‘글로벌’이라는 단어도 들어간다. 이 요소는 왜 중요한가. 

    “오늘 우리가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지구촌 시대다. 그에 맞는 사고방식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한동대의 영어 명칭은 ‘Handong Global University(한동글로벌대학)’이다. 우리는 학교가 위치한 경북 포항은 물론 대한민국 국경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한다.” 

    한동대가 영어 및 전산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동대는 1995년 개교 때부터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실무영어 및 실무전산 교육을 받도록 했다. 모든 학생은 전산 관련 과목을 부전공 수준으로 이수하고 공인영어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장 총장은 “내가 과거 몸담았던 KAIST도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 잘하기로 유명한 대학인데, 한동대 학생들 영어 실력이 KAIST 학생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외국인 교수 및 유학생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열심히 배우는 덕분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한동대는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2017년 정부의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4년간 1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최신 정보기술(IT) 트렌드를 교육에 접목하는 혁신을 이뤘다.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 분야 전문 기업과 협력해 학생들이 공동연구,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교내에서 소프트웨어 창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 한동대 학생들이 여러 창업 지원 대회에서 수상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최초 미국식 로스쿨 “졸업생 70% 미국변호사시험 합격”

    2002년 설립한 아시아 최초의 미국식 로스쿨 한동국제법률대학원도 한동대의 자랑이다. 장 총장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들이 100%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한동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변호사가 된 사람은 458명으로, 졸업생 대비 합격률이 약 70%에 이른다. 이들은 국내외 로펌과 기업 등에서 활발히 일하며 ‘한국 문제를 잘 아는 글로벌 법률 전문가’로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장 총장의 평가다. 

    한동대의 성과는 각종 평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동대는 최근 교육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육성사업(2010∼2019년 시행)에 매년 선정됐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상위 등급(A등급)을 획득했고,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도 최우수 등급(A등급)을 받았다. 9월에는 국내 고등교육을 혁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4회 인촌상 수상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비수도권 지역 경쟁력 약화 등으로 지방대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동대가 인촌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큰 격려와 응원으로 생각하고 더욱 힘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지방대는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된다. 한동대가 앞으로도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위상을 굳건히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이웃의 문제를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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