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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완주 여부가 최대 변수 될 것”

보궐선거로 바뀐 대선 잠룡들의 엇갈린 운명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윤석열 대선 완주 여부가 최대 변수 될 것”

  • ● 양강 구도 정립한 윤석열-이재명
    ● 위기의 남자 이낙연, 틈새 노리는 정세균
    ●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윤석열에겐 반면교사
    ● 윤석열에 가려 고사 위기 처한 야권 대선주자들
    ● 보궐선거 결과, 패배 전주곡일까, 예방주사일까
    ● 여론조사 아니라 투표장에 간 유권자가 대통령 선출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20%대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 [동아DB]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20%대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 [동아DB]

대선을 1년 앞둔 절묘한 시점에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별의 순간’을 잡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그는 내년 대선에 ‘별’이 될 수 있을까.

2021년 4월 현재,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전 총장은 유력 대선후보다. 그가 출마하든 그러지 않든 윤석열을 빼고 내년 대선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는 아직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정치 신인에 불과하다. 그가 어떤 뜻을 펴기 위해 대선에 도전할지 아직 분명치 않다. 국정을 책임질 만한 능력 있는 세력이 결합했다고도 보기 어렵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적폐청산의 칼날을 휘둘렀던 그에게 아직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야당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이 가진 정치적 자산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뿐이다. 그러나 지지율은 선거 구도와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하루아침에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유는 지난해 1년 내내 계속된 추미애-윤석열 갈등 덕이다. ‘공정’과 ‘정의’에 목말라하던 야권 지지층이 ‘대선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낸 것. 그 기저에는 ‘문재인 정권 시즌2를 보고 싶지 않다’는 반문(反文) 정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같은 기대와 열망이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필요조건이지 ‘대통령 윤석열’을 당선시킬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왼쪽). 
4월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세균 전 총리. [동아DB]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왼쪽). 4월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세균 전 총리. [동아DB]

尹, 벼락치기 국정 공부 中

무엇보다 정치 초년생 윤석열에게 내년 대선 투표일까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빛의 속도로 정보가 유통되는 한국 사회에서 300일은 조선왕조 500년에 비교할 만큼 긴 시간이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 따라 하루아침에 국민 여론은 요동칠 수 있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에게 내년 대선 투표일까지 남은 300일은 초보운전자가 300km를 운전해야 하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그가 그 긴 시간 동안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국민이 인정할 만한 국정 운영에 대한 탄탄한 비전과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준비된 지도자인지 국민에게 국정 비전과 철학을 밝힌 일이 없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써 준 보고서를 읽으며 벼락치기로 국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게 알려진 전부다. 불과 한두 달의 짧은 시간 동안 국민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가다듬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이 굳어진 것이라기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출렁이는 여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시점을 전후해 앞뒤로 실시된 대선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최저 9%에서 최고 39%까지 급등락했다. 여론조사 기관과 조사 방법, 조사 시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여론이 롤러코스터를 탄듯 짧은 시간에 극심한 변화를 겪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내일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지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그가 당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일까지는 아직 깨알같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과거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한때 유력 대선주자’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의 교훈

윤 전 총장이 걷게 될 최악의 대선 행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걸었던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답습하는 것이다. 보궐선거 100일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에 돌입한 이후 여론조사 결과는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반전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시작됐다. 나경원 후보가 다소 우세하리란 예상을 깨고 오세훈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자, 오 후보 지지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결국 범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안 대표를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고, 큰 표차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까지 압도하며 서울시장에 당선했다. 불과 100일 전까지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대선을 300여 일 앞둔 현재까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범야권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 그가 마주할 길이 꽃길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는 가시밭길과 민심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지뢰밭도 도처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과 마주했을 때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한 대선주자라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고난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왜 정치를 하는지, 무엇을 하려 대선에 나서는지가 불분명한 경우라면 중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높은 지지율에 기대 대선에 뛰어들었다가 한 달 만에 출마의 뜻을 접은 반기문 전 총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이 마치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 인식되는 현 상황은 야권 전체에 기회라기보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만약 그가 어느 순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겠나.”

윤석열은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 투표일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대선을 11개월 앞둔 현재 다수 국민은 그의 대선 완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4월 9~10일 실시한 정치 현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대선에서 완주할 수 있으리라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6.5%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완주할 것’(39.3%)이라는 전망보다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물론 반론도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사무총장 때보다 견고하다는 점에서다. 장예찬 서던포스트 정책실장의 얘기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지난해에는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의 파상적 공세를 홀로 막아냈다. 그는 과거 관료 출신 정치인과 달리 버티는 힘이 강하다. 장모와 아내 사건이 대선가도에 생채기를 낼 수는 있겠지만 대권으로 가는 길 자체를 막을 만큼 치명상을 주리라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야권에 변변한 대선주자가 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대선에 뛰어들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트라이트 못 받는 야권 잠룡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동아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동아DB]

윤석열의 건재는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야권 지지층이 윤 전 총장을 비문(非文) 대표주자로 인식하면서 야권의 다른 주자들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의원은 아직 국민의힘에 복당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이던 유승민 전 의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지만 아직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지 못하다. 윤 전 총장에게 쏠린 야권 지지층의 관심이 너무 큰 탓에 이들에게 대중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를 이끈 직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위원장이 퇴임 이후 지속적으로 국민의힘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도 야권 대선주자들의 부상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못했음에도 열심히 선거운동에 나섰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재편 결과에 따라서는 장외 유력주자 윤석열과 야권 후보단일화를 놓고 겨룰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예찬 서던포스트 정책실장의 얘기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 쏠린 국민 관심이 지속되는 한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홍준표, 유승민 두 사람에 대한 비토 정서는 여전하다. 홍 의원의 경우 젊은 층의 거부감이 상당하고, 유 전 의원은 TK에서 ‘박근혜 탄핵 주동자’라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기여한 것처럼 야권 승리를 위해 조건 없이 야권 통합에 응한다면 국민의힘 중진들과 손잡고 내년 대선에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궐선거 패배는 대선 패배 막을 백신?

야당 대선주자들이 윤석열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여당 대선주자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보궐선거에 드러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준엄한 국민 심판 여론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여당 패배를 이렇게 분석했다.

“보궐선거 결과로 확인된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실은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다. 출발은 조국 사태였다. 지난해 초 총선을 앞두고 이미 지지율 크로스 등 민주당 위기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잠시 ‘연기’되고, 총선 압승의 환호 속에 잠시 ‘망각’됐을 뿐,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보궐선거 참패가 오히려 예방주사 구실을 해 내년 대선에 등 돌린 민심을 돌려 세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궐선거에 드러난 민심은 총선 이후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부동산 정책 실패, 그리고 공적 정보를 사적 이익을 취하는 데 악용한 LH 사태 등 누적돼 온 국정 난맥상에 대해 국민이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압도적 표차로 야당 후보가 당선한 것은 그만큼 국민 분노가 컸다는 징표다. 다만 지금의 분노가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선거는 보궐선거가 갖는 무게와 차원이 다르다. 대선은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5년에 대한 선택의 의미가 더 강하다.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여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에 아직 큰 변화가 없다. 남은 시간 동안 민주당이 혁신을 통해 면모를 일신한다면 내년 대선은 이번 보궐선거와는 전혀 다른 새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렇게 분석했다.

“총선 이후 누적돼 온 정부 여당 실정에 대해 국민이 보궐선거에서 준엄하게 심판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곧 내년 대선까지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뛰기 시작하면, 국민은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할지 검증하기 시작한다. 대선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궐선거 직후인 4월 10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 “4·7 보궐선거 패배를 내년 대선 패배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주사’이자 ‘백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심이 등 돌린 원인을 찾아내 혁신함으로써 내년 대선에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돌려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독주 현상 당분간 지속될 것

4·7 보궐선거 참패로 여권 차기주자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윤석열 전 총장과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하며 ‘본선 경쟁력을 갖춘 대선주자’라는 점을 과시하고 있다. 그에 비해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으로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 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아 곤궁한 처지에 빠진 상태다. 엄경영 소장의 얘기다.

“이번 재보선 패배로 민주당 내 핵심 세력으로 당내 여론을 주도해 온 친문 세력은 크게 약화됐다. 그뿐만 아니라 친문의 지지를 받아온 이낙연 전 대표의 미래도 불분명하게 됐다.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에 앞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당장 정세균 총리가 이낙연 전 대표를 대체하기 위해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원조 친노, 친문인 이광재 의원도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보궐선거 이전까지 여권의 대선레이스가 이재명과 이낙연 두 주자의 대결구도였다면, 보궐선거 이후에는 이재명 독주에 친노·친문의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들이 도전하는 형태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다.”

이재명 지사는 4월 13일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우원식·홍영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이 새롭게 출발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민주권 국가에서 국민을 정말로 두려운 존재로 여겨야 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신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신뢰의 핵심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또 내부 권력 남용이나 부패 요소도 더 엄격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국민의 삶이 현실에서 개선되는 쪽, 실용적인 민생 개혁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께서 집권여당에 잘되라고 호되게 매를 든 것”이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도 있기 때문에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민생 개혁에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작은 성과를 많이 내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국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으로 국민 삶을 개선하는 것 외에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도민과 국민에게 꼭 필요한 실용적인 민생 정책 발굴에 더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보궐선거 이후 호남권 의원들을 접촉하며 지지율 반등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선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궐선거 직후 12%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4월 둘째 주(12~14일) 들어 8%로 주저앉았다. 이재명 지사는 26%, 윤석열 전 총장은 23%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재명, 윤석열 두 대선주자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이 전 대표가 다시 앞선 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역대 대선주자 가운에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다 한 자릿수로 추락한 이후 반등한 경우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유일하다. 그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당시 노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다가 본선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경우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한 이 전 대표가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지고 정세균 뜨나?

이 전 대표 지지율이 주춤한 사이 정세균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그는 진보 진영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33%, 이낙연 11%에 이어 4%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아직 큰 격차가 나고 있지만 정 전 총리가 이제 막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론의 추이가 주목된다. 정 전 총리의 대선 합류는 이 전 대표에게는 악재다. 여권 지지층, 특히 이 전 대표 지지율의 근간인 호남과 친문 진영에서 ‘선수 교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는 정치 배경이 유사해 상호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김상진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이낙연과 정세균 두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호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두 사람이 동시에 대선주자로 양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 지지율을 잠식해 갈 수 있다.”

정 전 총리는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몇 차례 당 대표를 맡아 위기를 극복해 낸 ‘위기관리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5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충격의 ‘0패’를 기록한 이후 그는 당의 구원투수로 임시 당의장에 올랐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이 와해되던 시점에 당의장을 다시 맡아 질서 있는 퇴각을 주도하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취임 초 실시된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다시 당 대표에 올라 2010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4·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권 지지층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 낼 구원투수로 그를 다시 선택할지 주목된다. 김관옥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1~2% 수준에 머물던 정 총리 지지율이 보궐선거 이후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총리가 빠른 시간 내에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선다면 이재명 대 정세균 양자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 총리까지 역임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낮은 지지율이다. 정 전 총리의 한 핵심 측근은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진 중대본부장으로 직분에 충실해 왔기 때문에 아직 국민에게 차기 주자로 인식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총리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만큼 국정 운영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 전 총리는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된 옐로칩과 같다”며 “국민에게 정 전 총리의 국정 운영 능력이 제대로 어필되면 지지율이 수직 상승해 블루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 전 총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친문 대표주자로 인정받아 이재명 지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까. 내년 대선에 앞서 치러야 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4월 중순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그에게 대선을 준비할 시간은 2~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에게는 많이 남은 시간이 리스크라면, 이제 막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어 지지율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정 전 총리에게는 짧은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선은 흔히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 비유되곤 한다. 기나긴 여정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승부가 난다는 점에서다. 마라톤 출발 지점에서 먼저 치고 나가 선두를 달리는 선수가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아니듯, 앞으로 11개월을 달려야 하는 대선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을 한참 남겨둔 시점에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고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선은 여론조사로 당락이 판가름 나지 않는다. 예선전이라 할 수 있는 정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후보 가운데 더 많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대통령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20대 대선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됐다. 2022년 3월 9일 늦은 밤, 영광의 꽃 메달을 목에 걸게 될 이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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