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젊은 층 파고드는 대마초…주택가에서 ‘던지기’ 유통

우리 집 우유백·계량기·배수관에 대마초가 있다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1-05-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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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 거래 확산…20대 마약사범 30~40대보다 많아

    • 대마초 구매하다 적발된 23세 “6년째 대마초 흡입”

    • 환각효과 강화한 신종 대마초 쏟아져

    • 2020년 검거 사범 1만2209명, 전년보다 16.9%↑

    • 어릴 때 접할수록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커

    • 밀수입한 대마 종자로 가정집에서 불법 재배

    • 100% 비대면 거래… “젊은 층 잡으면 20년 돈벌이”

    • “10대 마약 예방교육 시급, 예산 지원해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3월 18일 자택에서 대마를 키워 대마초를 제조한 혐의로 5명을 구속했다. 이들 자택에서 발견된 대마초.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3월 18일 자택에서 대마를 키워 대마초를 제조한 혐의로 5명을 구속했다. 이들 자택에서 발견된 대마초.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난해 11월 광주 동구 주택가에서 23세 A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마약 판매상이 다세대주택 뒤편 에어컨 실외기 밑에 숨겨둔 대마초를 찾아 현장을 막 벗어나려던 참이었다. 그의 소지품에선 수십 차례 흡입이 가능한 대마초 5g이 발견됐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대마초 흡연 이력은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A씨는 9세 때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으로 유학을 떠났고, 부모와 떨어져 현지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지냈다. 남아공은 2018년부터 기호용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했고, 그 이전에도 일반인이 대마초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A씨는 18세 때 친구 권유로 대마초를 처음 접한 뒤 6년째 습관적으로 흡입해 왔다.

    A씨는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한국에 들어왔다. 귀국 당시 담배 10개비의 담뱃잎을 빼내고 그 자리에 대마초를 채운 뒤 일반 담배 10개비와 함께 담뱃갑에 넣어 배낭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대마초를 밀반입했다. 또 사탕 봉지 안에 대마 성분이 함유된 이른바 ‘대마 캔디’를 담아 몰래 들여오기도 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국내 마약 판매상과 접촉해 약속 장소에서 대마초를 가져가다가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담당 형사 얘기는 이렇다.

    20대 마약사범, 30~40대보다 많아

    JB 프리츠커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2019년 6월 25일 일리노이주에서 성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JB 프리츠커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2019년 6월 25일 일리노이주에서 성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A씨는 남아공에서부터 대마초를 습관적으로 흡연했고, 귀국 뒤 대마 중독 상태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검거 당시 A씨 모발 7㎝가량을 잘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모발 전체에서 대마초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최근 젊은 층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월 21일 경찰청이 발표한 ‘2016~2020 마약사범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209명으로 전년(1만441명) 대비 16.9% 증가했다. 눈여겨볼 점은 마약사범이 점차 젊어진다는 것.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가 3211명(26.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30대 2803명(23.0%), 40대 2346명(19.2%) 순이었다. 10대 마약사범도 241명(1.9%)으로 사상 처음 200명을 넘었다. 마약사범은 2019년까지만 해도 30대와 40대 비중이 높았지만 지난해 처음 20대가 많았다.



    20~30대 청년들의 대마초 관련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20년 마약 종류별 검거 현황’을 보면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 의약품’(8238명·67,5%)과 ‘필로폰 등 마약’(2027명·16.6%)을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이 수적으로 많다. 하지만 단일 마약 종류로 보면 대마초(1944명·15.9%)가 1위였다.

    마약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나라가 늘면서 젊은 층의 대마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남아공 외에도 우루과이(2017), 캐나다(2018) 등이 대마초 소지 및 사용을 합법화했다. 미국에서도 수도 워싱턴 DC를 포함한 9개 주가 21세 이상 성인에 한해 기호용 대마초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장옥진 국립부곡병원 약물중독진료소장은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에서는 이전보다 환각 효과를 강화한 신종 대마초가 쏟아지는 추세다. 이들 제품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생산·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대마초의 주성분은 정신병 발병과 관련 있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tetrahydrocannabinol), 정신병 발병을 완화하는 칸나비디올(CBD·cannabidiol) 등이다. 최근 마약업자들은 환각효과를 높이고자 THC 함량을 높이고 CBD 함량은 크게 낮춘 대마초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마초 사용자의 정신질환 발생 위험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는 게 장 소장 판단이다. 그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마초는 이처럼 환각효과를 증폭시킨 신종 마약”이라고 우려했다.

    환각효과 강화한 신종 대마초 쏟아져

    지난해 9월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낸 뒤 전복된 포르셰. 40대 운전자는 차량을 몰기 전 대마초를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지난해 9월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낸 뒤 전복된 포르셰. 40대 운전자는 차량을 몰기 전 대마초를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대마는 기본적으로 마리화나(marijuana)와 헴프(hemp)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대마초’라고 부르는 전자는 마취 또는 환각 작용이 있는 대마 잎이나 꽃을 말려 담배처럼 말아 피운다. 반면 후자는 환각성이 없어 산업용으로 널리 쓰인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게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물질인 THC 농도다. THC 함유량이 마리화나는 6~20%, 헴프는 2% 미만이다.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는 강력한 진정 효과를 발휘하지만 환각, 중독 등의 부작용도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대마초를 접할수록 중독 가능성이 커진다. 대마초에 중독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또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변화가 생겨 뇌 혈류량이 줄고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무기력증과 환각, 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 대마초와 담배를 비교하는데, 대마초 서너 개비는 담배 20개비 이상 피우는 수준의 파괴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에는 발암물질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지만, 불법 제조한 대마초에는 필터가 없어 타르, 니코틴 등 발암물질을 그대로 흡입하게 된다. 또 대마초 연기에는 담배 연기보다 발암성이 50~70% 높은 탄화수소가 들어 있으며, 고환암 발생 위험도 2배 이상 높다.

    국내에서는 대마초와 그 수지(樹脂) 또는 이를 원료로 제조한 모든 대마 제품의 재배·소지·수수·운반·보관·사용 등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대마초를 단순히 소지하기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대마초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사용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각 상태에서 강력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마초를 흡입한 40대 운전자가 환각 상태에서 운전하다 두 차례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고, 인근 교차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밀수입한 대마 종자로 대마초 불법 재배

    그렇다면 국내에서 대마초는 어떻게 유통될까. 국내에서는 크게 ‘밀수입’과 ‘국내 재배’로 나뉜다. 밀수입에는 ‘해외 직접 구매’와 ‘현지 구매’라는 두 경로가 있다. 해외 공급원은 주로 미국, 캐나다, 필리핀, 라오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대마초 역시 종자는 해외에서 가져온다. 마약 수사관 B씨는 “해외에서 대마초를 몰래 가져오는 경우 현지 마약 판매상을 만나 물건을 건네받은 후 화장품 용기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덜어낸 다음 대마초를 나눠 담아 수하물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인천국제공항 세관검색대를 통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마초 성분을 함유한 캔디, 쿠키, 젤리 등은 선물용 간식으로 포장해 들여온다”고 부연했다.

    국내 마약 유통 조직이 해외 직구를 통해 대마초를 밀반입하는 방법은 교묘하면서 과감하다. 우선 대마초를 주문하는 사람과 이를 받는 사람, 딜러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주문자가 제3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해외 사이트에서 대마초를 주문하는데, 이때 국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곳 주소를 수령지로 입력한다. 해외에서 발송한 택배가 도착해도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의심을 덜한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마약 판매상은 주문받은 대마초를 인형 속에 나눠 넣은 뒤 해당 주소지로 발송한다. 주문자는 수령을 담당한 조직원에게 대마초가 도착할 주소지와 세관 통관번호를 알려준다. 수령자는 배송 내역을 조회하며 대기하고 있다가 물건이 도착하는 즉시 수령하고, 이를 중간유통업자인 또 다른 마약 판매상에게 전달한다.

    밀수입한 대마 종자로 국내에서 재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일부 마약 유통 조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대마초를 재배 및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마초 재배에는 보통 6주가 소요된다.

    최근 전자담배 열풍과 맞물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자담배용 액상 대마초도 인기를 끈다. 액상 대마초 또한 국내에서 불법 생산된다. 액상 대마초 핵심 원료는 ‘해시시(hashishi)’라고 하는 대마수지다. 이 물질은 대마초 꽃대 부분의 수지성 분비물을 가마솥에서 증류한 뒤 건조·농축해 만든다. 대마초보다 THC 성분 함유량이 3~4배 높다.

    또 다른 핵심 원료인 프로필렌글리콜(PG·Propylene Glycol)은 색깔이나 냄새가 거의 없고 점성을 지닌 식품첨가물의 일종이다. 전자담배에서 연기가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도록 하는 용도로 쓰인다. 액상 대마초를 만들 때는 대마수지와 PG를 8대 2 비율로 섞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대마초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신을 ‘대마초 딜러’라고 소개한 마약 판매상 C씨는 “대마초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C씨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대마초 1g 가격이 현금 기준 10만 원선이었으나, 최근 시장가는 1g에 15만~18만 원 수준이다. 급등한 대마초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마 종자를 구해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떨’ ‘액상 CBD’ ‘허브’ 등으로 광고

    국내에서는 대마초를 포함한 마약류를 광고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는 불법 마약류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약 판매상은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떨’ ‘액상 CBD’ ‘허브’ ‘캔디’ ‘클럽’ 등 대마초를 의미하는 은어를 해시태그로 올려놓고 젊은 층을 유혹한다. 트위터 검색창에 ‘액상’ 또는 ‘허브’를 입력하면 대마초 거래 정보를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게시물에는 ‘액상만 취급합니다’ ‘다른 종류 취급하지 않습니다’ 등의 광고 문구와 함께 해외 암시장 사이트 이용 안내도 올라와 있다.

    SNS를 통한 대마초 거래는 100% 비대면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딥웹, 베리마켓 등 해외 마약 암시장 사이트는 ‘토르(Tor)’ 등 익명 접속이 가능한 특수 인터넷 브라우저(다크웹) 상에서 운영된다. 마약뿐 아니라 무기, 음란물 등도 거래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문자 암호화 프로그램(GPG KEY)을 설치한 뒤 게시판 댓글로 거래하려는 마약 종류 등에 대해 협의한다. 암호화한 문구를 수사 당국이 해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협의가 끝나면 구매자는 주로 현금을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송금하는데, 이는 비트코인이 수사 당국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에 용이해서다.
    이후 대마초 전달 단계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흔하게 쓰인다. 다가구주택 계단이나 지하층 배수관, 에어컨 실외기나 계량기, 빌라 현관문에 걸린 우유주머니 등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일상적 장소에 대마초를 숨겨두고, 그 위치를 구매자에게 알려줘 물건을 찾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마약 판매상들은 중장년층보다 청년 고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확보하면 최소 10~20년 이상 돈벌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약 판매상 C씨는 “일단 대마초를 경험한 사람은 한두 번 흡입으로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환각 작용이 강력한 신종 대마초를 접한 사람은 당시 느낀 안정감, 쾌감 등을 잊지 못해 계속 같은 자극을 찾는다”며 “주변에 사람 많고 돈 많은 젊은 연예인이나 유튜버·인스타 셀럽,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우리의 영업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10대 마약 관련 교육 강화해야”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 회원들이 2019년 6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퇴치와 중독자 회복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 회원들이 2019년 6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퇴치와 중독자 회복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왜 대마초에 빠지는 걸까. 수사기관에 적발된 사람이 주로 밝히는 이유는 호기심이라고 한다. “유학 생활 중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클럽이나 모임에서 지인이 권하기에 따라 해봤다” “진짜 마약인 줄 몰랐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트레스나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적극적으로 대마초에 손을 대는 젊은이도 적잖다고 한다.

    수사관 B씨는 “경제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워지고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 역시 녹록지 않다 보니 자신을 위로하고자 대마초를 접하는 청년들이 있는 것 같다. 이들이 새로운 자극과 쾌감에 중독돼 마약 범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런 문제를 막자면 10대를 대상으로 대마초를 비롯한 다양한 중독성 물질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옥진 소장은 “정부가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예산이 적은 상황”이라며 “10대를 대상으로 한 마약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마약 중독자 치료 예산 등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마초 #신종마약 #마약중독치료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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