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20대 남녀 갈라치기, 여성 영원히 등 돌릴 것
오르는 건 이준석 지지율, 떨어지는 건 국민의힘 지지율
여성혐오·중국혐오 편승 디지털 극우는 보수의 새로운 무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 [동아DB]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2위가 나오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한껏 고무됐나 보다. 이대남(20대 남성)의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의 여성혐오 감정에 편승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떨어뜨릴 거라 했더니, 고작 하는 얘기가 자기 지지율이 올랐으니 내 얘기가 틀렸다는 것이다. 요즘 그는 부쩍 이런 이상한 어법을 자주 구사한다.
내 얘기는 그렇게 해서 ‘오르는 것은 이준석 지지율이요, 떨어지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율’이라는 것이었다. 즉, 그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자기 당의 공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당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세계 어느 나라 정당에서 ‘여성할당제 폐지’ 같은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가.
이준석 2위는 김용민 1위와 같은 현상
국민의힘 대표 경선 여론조사에서 그가 2위를 한 것은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김용민이 1위를 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용민은 자신이 1위를 차지한 것이 “당심과 민심의 분리는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준석도 지금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자신은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단다. 문재인 정권의 세 여성 장관은 할당제를 통해 장관이 됐기 때문에 무능을 드러냈단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무능한 장관들의 압도적 다수는 남성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하필 여성 장관들만 콕 짚어서 ‘무능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데서 평소 여성에 대해 그가 가진 편견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은 여성을 좋아한단다. 그런 자기가 여성을 혐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리라. 그런 의미에서라면 안희정도 여성을 좋아하고, 오거돈도 여성을 좋아하고, 박원순도 여성을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권력을 이용해 강제로 추행하려고 한 게 아닌가. 그들이 그런 의미에서 여성을 싫어했다면 그런 일을 벌였겠는가?
여기서 그가 ‘여성혐오(Misogyny)‘라는 말이 사용되는 정치적·사회적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사회현상으로서 ‘혐오’는 단순히 주관적 감정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특정한 언어 표현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불이익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때 그것을 ‘혐오 발언’이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준석은 하필 세 여성 장관을 꼽아 그들이 할당제로 뽑혀 무능한 것이라고 공격한다. 그의 발언은 결국 ‘여성할당제’ 폐지라는 그의 지론과 맞물려 그러잖아도 유리천장에 막혀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럴 때 비로소 여성에 대한 그의 차별과 편견의 표현이 ‘혐오 발언’이 되는 것이다.
더욱 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가 ‘GS25’의 포스터를 놓고 일부 이대남들이 일으킨 집단 히스테리를 부추기고 나섰다는 것. 이 디지털 왕돌이 사건 덕에 애먼 기업들이 비슷한 표현이나 상징이 든 광고를 다시 제작해야 했고, 비슷한 일이 지자체에서도 일어났다. 백래시(사회‧정치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가 불필요한 사회비용까지 초래한 것이다.
그가 여론조사에서 2위를 한 것은 노인으로 가득 찬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나마 그가 ‘2030과 소통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2030을 남성, 여성으로 갈라 치고 여성을 적으로 돌려 이대남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식. 이는 여성들을 국민의힘에 영원히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성별과 연령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압도했지만, 20대 여성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다. 그것은 성차별에 유난히 민감한 20대 여성들은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은 몇몇 ‘개인’의 일탈이지만, 국민의힘은 아예 ‘당’ 자체가 여성에 적대적이거나 혹은 친화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여론조사에서 그가 2위를 한 것은 이대남의 표라도 당에다 갖다 붙여줄 거라는 무망한 기대의 표현이리라.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응답은 매우 적었다. 그러니 그걸로 갖다 붙일 표는 많지 않을 게다. 반면 그것으로 잃을 여성의 표는 압도적이다.
그의 안티페미니즘 선동에 설득돼 국민의힘 당원이 된 20대 남성이 얼마나 될까? 설사 그 수가 좀 되더라도 그들은 태극기 부대의 젊은 버전으로서 지금 ‘대깨문’이 민주당에 부담을 주는 것처럼 두고두고 당내에서 골칫거리가 될 게다. 명색이 공당인데 그들 주장대로 여성할당제와 가산점 폐지를 정책으로 내세울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여혐’ 넘어 ‘혐중’까지 편승하는 것
더 심각한 것은 그가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의 여성혐오 감정만이 아니라 혐중 감정에까지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근거도 없는 ‘차이나타운’ 공세로 민간에서 추진하는 한중 콘텐츠 사업이 무산됐다. 투자가 있으면 고용이 있고, 투자가 중단되면 고용도 사라진다. 사라진 그 고용의 일부는 그가 편드는 이대남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이게 국민의힘의 문제다. 나이 든 세대는 ‘극우’ 성향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 문제의 대안으로 새로운 세대마저 같은 덫에 걸려든 것이다. 태극기 부대가 사라지니, 그 자리를 백래시 부대가 채우는 격이다. 업그레이드된 극우, 즉 여성혐오와 중국혐오의 감정에 편승한 디지털 극우는 보수의 새로운 무덤이 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그동안 보수가 백안시한 여성·생태·노동·호남에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의 대가로 이번 보궐선거에 압승할 수 있었다. 이기고 나니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대선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여성할당제 폐지 주장을 묵인하고 용인하는 당에 미래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