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힌 보리에 각종 채소를 곁들이면 맛있고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된다. [GettyImage]
이 밥을 해주시며 엄마가 늘 하는 말씀이 있었다. 일곱 살에 6·25 전쟁을 겪은 당신이 갓 난 동생을 업고 피난을 갔는데, 다행히 보리가 나던 때라 보리를 쪄 된장 묻혀 맛나게 먹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섭고 슬픈 이야기지만 어린 시절 나는 “아, 그 밥도 참 맛있었겠네” 정도로 가볍게 흘려들었던 것 같다.
잘 지은 보리밥에 된장찌개, 열무김치…
보리는 차, 밥, 샐러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GettyImage]
밥에 넣어 먹는 보리는 보통 쌀보리와 늘보리다. 쌀보리는 알이 잘고 찰기가 있으며 색이 뽀얗다. 늘보리는 알이 굵고 회색빛을 띠며 찰기가 없다. 늘보리만 갖고 밥을 지으면 꽁보리밥이 된다. 늘보리와 쌀보리에 찰기를 더하면 찰늘보리와 찰쌀보리가 된다. 이 외에 흑보리, 자색보리, 청보리 등 기능성 보리 품종도 있다.
시장에 가보면 쌀과 섞어 밥 짓기 편하도록 가공해놓은 보리도 판매한다. 보리를 살짝 익혀 납작하게 누른 압맥, 보리를 반으로 쪼개 작게 만든 할맥 등이다. 쌀과 잘 어우러지는 보리를 택하라면 쌀보리, 압맥, 할맥 등을 꼽겠다. 하지만 ‘여름 밥’의 매력을 맛보기엔 늘보리가 제격이다. 늘보리는 밥을 하기 전 최소 2시간 이상 불리는 게 좋다. 또 꽁보리밥을 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쌀이나 찹쌀을 반 정도 섞어 짓는 게 맛있다.
보리밥에 된장찌개,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더 부러울 것 없는 여름 밥상이 완성된다. [GettyImage]
개인적으로는 애호박과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맵고 달게 끓인 고추장찌개를 보리밥에 얹어 빡빡하게 비벼 먹는 것도 좋아한다. 물기 없이 바싹 익힌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을 섞어 한입 씩 크게 퍼먹어도 맛있다. 이때도 역시 시원한 열무김치가 필요하다. 보리가 한창일 때 열무 역시 풍성하다는 건 계절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꽁보리밥으로 만드는 건강 만점 샐러드
보리와 채소가 어우러진 샐러드 요리. [GettyImage]
아삭채소 샐러드 드레싱은 새콤한 맛을 살려본다. 잎채소는 요거트나 마요네즈 드레싱과 잘 어울린다. 구운채소에는 소금과 올리브유 약간, 식초만 더해도 맛있다. 또는 참깨나 간장으로 맛을 낸 고소하고 짭짤한 드레싱도 잘 어울린다. 익혀 둔 보리에 드레싱을 뿌려 밑간을 살짝 하고 준비한 채소와 섞어 먹는다. 베이컨, 살라미, 닭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을 익혀 넣고, 치즈까지 곁들이면 더욱 푸짐한 한 끼를 마련할 수 있다.
보리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끓여 먹으면 보리차에 쌀밥을 말아 먹는 것처럼 푸근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Getty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