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미만 코로나19 확진자 비율, 1년 새 3배 넘게 급증
등교, 등원 시작 후 곳곳에서 집단감염 발생
코로나19 걸린 부모가 아이에게 바이러스 전파
아이는 걸려도 경증?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심하면 사망
한국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빨라도 내년 이후 접종 전망
필수 예방접종 제때 하면 코로나19 예방에도 도움
최근 국내외에서 어린이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 활동을 할 때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GettyImage]
10세 미만 확진자 비율, 1년 새 3배 이상 급증
최근 코로나19 어린이 감염률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5월 4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만4269명이다. 이 가운데 20세 미만 환자 수는 1만4096명으로 약 11.34%다. 우리나라 인구 중 20세 미만 비율이 16.7%(행정안전부 발표 4월 통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청소년의 코로나19 발생 위험이 다른 연령에 비해 더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 4일 당시 20세 미만 환자 비율이 6.77%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 같은 기간 10세 미만 확진자 비율은 1.30%에서 4.34%로 3배 이상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최근 인천 연수구 한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50명 넘게 발생하는 등 어린이 생활공간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불안을 부추긴다.그동안 어린이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도 2월 2일 ‘올 봄부터 등교 수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은 그 외 연령보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이 인용한 WHO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어린이‧청소년 비율은 29%다. 반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8% 내외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이고 전파력도 낮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미국, 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 ‘코로나19 변이가 어린이‧청소년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소장은 4월 4일 미국 ‘폭스뉴스 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영국발(發) 코로나19 변이가 어린이에게 이전보다 더 강한 전염력을 보이는 것 같다. 여름방학 전에 새로운 봉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3월 말 기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약 12%가 10세 미만이었다.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중 10세 미만 비율(3%)의 4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직 바이러스 변이와 어린이 감염률 증가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없지만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어린이에게 위험 요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4월 28일 세종시 대평어린이집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미국처럼 성인 대상 예방접종이 상당부분 이뤄진 나라에서는 미접종 연령대에서 감염자 수 증가가 두드러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해 어린이‧청소년 감염률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보다는 사회 전체의 코로나19 확산과 어린이‧청소년 활동량 증가가 이 연령대 감염률 증가에 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지는 이지현 교수의 설명이다.
“작년 이 무렵에는 호흡기바이러스에 감염돼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 최근엔 콧물과 가벼운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에 오는 환자가 늘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아이들 외부 활동이 늘면서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질환 발생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교수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도 어린이‧청소년 감염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장소는 대부분 가정이다. 감염 전파자도 엄마 아빠인 경우가 많다. 외부 활동을 하는 가족 구성원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일이 많아지니, 집에서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어린이 또한 코로나19 감염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게 이현주 교수 설명이다.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어린이집도 어린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공간일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많은 아이가 같이 먹고 같이 잔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 해도 아이들 밥을 먹이거나 낮잠을 재울 때까지 마스크를 씌울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내부에 감염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전파가 쉽게 이뤄지게 된다. 어린이집 집단 감염을 막으려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는 사람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사회 유행을 통제해야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이 안전해진다.”
정리해보자. 코로나19 유행 초기 전문가들은 “어린이‧청소년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걸린다 해도 경미하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이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가 확산한 지역에서는 어린이 감염률 급증이 보고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성인 확진자 수가 늘면서 부모 또는 교사와의 접촉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어린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어린이‧청소년의 코로나19 중증도 위험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5월 4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840명이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이 1754명으로 절대 다수(95.33%)를 차지한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어린이‧청소년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20세 미만 사망자가 없다. 이런 수치만 보면 어린이 코로나19 감염률이 다소 높아진다 해도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에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다.
아이는 걸려도 경증?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사망할 수도
미국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2~15세 대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케일럽 정이 지난해 12월 22일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화이자는 3월 코로나19 백신의 12~15세 예방률이 100%라고 발표했다. [AP뉴시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기관염증증후군 증상은 보통 코로나19 감염원 노출 뒤 한 달 안팎 무렵에 발현한다. 처음엔 열이 나거나 설사 복통 구토처럼 가벼운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좀 더 경과를 지켜보자”며 돌아온 환자도 있다. 문제는 이후 증상이 하루 이틀 사이에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국내외 논문을 분석해보면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아(患兒)는 보통 첫 증상 발현 후 며칠 만에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만큼 상태가 나빠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 수준이 높아 아이들이 모두 살아났지만, 해외에서는 사망에 이른 사례가 많다. ‘아이가 코로나19 걸려봤자 별 일 없이 지나가겠지’ 하고 안심하면 안 된다.”
이현주 교수도 “자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보호자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벼이 보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상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담당 의료진에게 코로나19 노출 관련 정보를 제공해 다기관염증증후군 발생 위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한국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빨라도 내년 이후 전망
한 이스라엘 청소년이 텔아비브 접종센터에서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뉴시스]
반면 우리나라는 성인이 맞을 백신 물량조차 충분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감염 및 중증도 위험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내년 이후에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백신 없이 아이들을 코로나19 위험에서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현주 교수는 “현재로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켜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는 게 아이들을 지킬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지현 교수는 “연령별 필수 예방접종을 빠짐없이 맞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후 병원 내 감염을 걱정하며 (디프테리아 등 아이의) 필수 예방접종을 미루는 부모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필수 예방접종을 잘 맞혀야 아이의 면역수준을 높일 수 있고, 코로나19 ‘방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된 예방접종을 제때 맞히면 다른 감염병에 대해 ‘비특이적 면역’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필수예방접종을 제때 하고, 평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며, 가족 모두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게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최선의 길이다. 또한 실내에 머물 때는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중요하다. 1시간에 10분 환기하는 것보다 30분 당 5분씩 두 번 환기를 하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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