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추진’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카뱅 20兆·카페 10兆 웃돌 듯
모바일 플랫폼 활용 확장력 강세
카뱅, 주담대·기업대출 시작하면 수익성↓
당국의 감시 칼날 놓이는 점도 변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류영재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뱅크 제공, 뉴스1]
KB금융그룹은 지난해 3조 4600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꿰찼다. 3년 전 신한금융그룹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금세 전세를 역전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KB는 올해 1분기에도 신한과 함께 나란히 1조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 KB가 최근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내놓은 계획은 일반 소비자가 듣기에는 얼핏 뜬금없어 보인다. 아직 금융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사안이라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긴 했지만, 환경만 갖춰진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 외에 또 하나의 은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KB뿐만이 아니다. 은행연합회가 진행한 수요 조사에서 신한과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 그룹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에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의 서비스는 카카오뱅크의 서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금융그룹들이 인터넷은행을 별도로 설립하겠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금융 그룹이 운영하는 ‘모바일 뱅크’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존 조직 체계 속에서는 온라인 시대에 걸맞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고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자산 규모 등을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몸집은 여전히 ‘신생 금융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잠잠하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 금융사들도 가만히 있기는 어렵게 됐다.
두 개 계열사만으로 30조 원?
카카오뱅크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카카오뱅크 제공]
지난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2019년 첫 영업 흑자를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26억 원, 당기순이익은 11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영업이익이 133억 원, 순이익이 137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1000억 원대의 순이익 규모만 따지면 연간 3조 원 이상의 순익을 내는 KB금융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 예상치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20조 원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장외’에서는 그 이상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올 초 장외시장에서 7만~8만 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최근 상장을 앞두고는 10만 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을 단순 계산하면 30조~40조 원에 달한다. KB금융의 시가총액이 23조~24조 원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물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품’을 고려해도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카카오뱅크라는 계열사 하나의 가치만 이 정도라는 사실이다. 카카오는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역시 코스피시장에 연내 상장시킬 계획이다. 4월 26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 역시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두 개의 계열사만으로 30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점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의 힘이다. 카카오톡은 명실상부한 ‘국민 메신저’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1330만 명가량으로 국내 은행 모바일뱅킹 앱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800만 명, 신한은행은 700만 명 정도다.
카카오페이는 가입자 수만 3500만 명을 넘어선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67조 원가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250억 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여기에 더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상품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시너지를 냈다. 카카오뱅크의 대표 상품인 ‘26주 적금’은 지난 2018년 출시된 이후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800만이 훌쩍 넘는 계좌가 개설돼 인기를 끌었다. 또 1000원 미만의 잔돈을 모으는 소액 저축 서비스 ‘카카오뱅크 저금통’은 출시 13일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10대 청소년 대상 서비스 ‘카카오뱅크 mini’의 경우 올해 3월 기준으로 7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mini의 가입 대상인 14~18세 청소년 인구가 24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의 3분의 1이 가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간편결제는 물론 대출 중개와 투자, 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뛰어난 사업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전자의 공세, 규제의 칼날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카카오뱅크의 경우 경쟁사들이 지속해 늘어날 전망이다. 조만간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하는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할 예정이다. KB 등 기존 금융사들이 인터넷은행을 만들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다.더불어 그간 개인·신용 대출 위주로 경영을 해오던 카카오뱅크가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 대출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출에 따른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금융사의 모양새를 갖춰갈수록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규제도 변수다. 금융 당국은 그간 금융권에 메기를 만들겠다며 카카오 등에는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썼다. 하지만 앞으로는 규제를 점차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덩치가 커지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꼼꼼한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의 경우 금융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 면이 있었는데, 카카오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엄연한 금융사로 자리 잡은 만큼 당국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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