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약업보국·제약주권, 창립 80주년 종근당

독자 기술개발로 국내 제약업계 해외 진출 선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5-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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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업보국·제약주권 목표로 달린 약업(藥業) 80년

    • 우수 의약품 자체 개발 목표로 일찍부터 연구·개발 투자

    • 1968년 국내 최초 FDA 승인 의약품 개발로 ‘제약주권’ 확보 첫걸음

    • 1980년 결핵치료제 국산화로 국민 부담 경감

    • 면역억제제 국내 시장점유율 35.1%, 기술력으로 다국적제약사 압도

    • 희귀질환 치료제, 차세대 항암제 등 혁신 신약 개발 추진

    • “지속적인 제약기술 혁신으로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

    • “‘Creative K-healthcare DNA’로 제약기업 소명 다할 것”

    5월 7일 종근당 창립 80주년을 맞아 열린 임직원 좌담회 모습. 종근당 이장한 회장(맨 오른쪽), 김영주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석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종근당 제공]

    5월 7일 종근당 창립 80주년을 맞아 열린 임직원 좌담회 모습. 종근당 이장한 회장(맨 오른쪽), 김영주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석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종근당 제공]

    1972년 종근당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설립한 중앙연구소와 이를 계승 발전해 2011년 개소한 효종연구소.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해 온 종근당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준다. [종근당 제공]

    1972년 종근당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설립한 중앙연구소와 이를 계승 발전해 2011년 개소한 효종연구소.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해 온 종근당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준다. [종근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제약 분야 기술력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까지 여겨진다.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개별 국가가 주요 의약품을 직접 개발·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약주권’이라는 말도 널리 쓰인다. 5월 7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종근당’은 1941년 창사 이래 줄곧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온 회사다.
    종근당 창업자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1919~93)은 1939년 약품 행상을 시작하며 제약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수입의약품 판매에 머물지 않고 직접 약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궁본약방(宮本藥房)’을 세웠다. 1941년 설립한 이 회사가 종근당의 모태다.

    국내 최초 FDA 승인 의약품 개발

    종근당 천안공장 역사관에 재현된 ‘궁본약방’.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의 모체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 천안공장 역사관에 재현된 ‘궁본약방’.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의 모체다. [종근당 제공]

    당시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 수입 원료로 약품을 제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종근 회장은 제약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원료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1965년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원료 합성공장을 세우는 등 선도적 투자를 단행한 이유다.

    종근당은 자체 의약품 연구·개발 노력도 계속해 1967년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만들었다. 이 약은 1968년 국내 제약사상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미국·일본 등 해외시장에까지 팔려나갔다. 클로람페니콜의 FDA 승인은 국내 제약산업 현대화의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국내 제약사들이 관련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디딤돌이 됐기 때문이다.

    종근당이 이 시절 국내 제약업계의 해외 진출을 앞장서 이끌었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969년 우리나라 의약품 해외 수출액은 총 110만4993달러다. 이 가운데 62만4548달러(56.5%)가 종근당의 실적이다.

    종근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972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며 ‘신약 개발’ 목표를 천명했다. 1974년엔 약품원료 생산을 위한 발효공장을 짓는 등 투자도 이어나갔다. 그 노력은 1980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결핵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결실을 보았다. 종근당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항결핵제 ‘리팜피신’은 1985년 FDA 승인을 받았다. 종근당은 수입 결핵치료제 가격이 한 정당 2만7000원에 달하던 시절, 리팜피신을 3분의 1 가격에 공급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근당은 창업 때부터 좋은 약 생산을 통해 나라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약업보국’과 ‘제약주권’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다국적제약사 틈바구니에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빌딩. 충정로는 종근당이 기업 면모를 갖추고 사세를 확장하며 성장 및 도약하는 데 중요한 거점이었다. [종근당 제공]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빌딩. 충정로는 종근당이 기업 면모를 갖추고 사세를 확장하며 성장 및 도약하는 데 중요한 거점이었다. [종근당 제공]

    1990년대를 전후해 국내 제약업계는 대전환기를 맞는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며 제약시장이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재편됐다. 또 외국인 투자 개방으로 다국적제약사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93년 취임한 이장한 회장은 ‘혁신 경영’을 무기로 달라진 시장 환경을 돌파해 나갔다. ‘본부제’의 조직을 개편하고 ‘소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의 혁신을 통해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1996년 건강기능식품 회사 ‘종근당건강’ 설립 및 원료의약품 합성회사 ‘경보제약’ 인수 △2001년 원료의약품 발효회사 ‘종근당바이오’ 분할 △2013년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 출범 등 수직적, 수평적 확장을 통해 전문화 기반도 마련했다.

    그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종근당그룹의 연결 매출은 1993년 1085억 원에서 2020년 2조3381억 원으로 21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3억 원에서 2890억 원으로 19배 증가했다.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자. 종근당은 2020년 전문의약품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완제품 매출 기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2020년 기준 국내 점유율 35.1%를 차지하고 있다. 종근당이 1995년과 2003년 자체 기술력으로 각각 개발한 ‘사이폴’과 ‘타크로벨’은 다국적제약사 일색이던 국내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토종 의약품’의 자부심을 세운 약으로 평가받는다.

    종근당바이오는 2010년 순수 의약품으로는 최초로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원료의약품 수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보제약은 고품질 원료의약품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선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대일본 원료의약품 수출액 중 17%가 경보제약 몫이다. 종근당건강에는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독보적 1등을 달리는 ‘락토핏’이 있다.

    ‘Creative K-healthcare DNA’로 혁신 신약 개발 목표

    최근 종근당이 주력하는 분야는 혁신 신약 개발이다. 종근당은 2003년 항암제 신약 ‘캄토벨’, 2013년 당뇨병 신약 ‘듀비에’ 등을 개발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자사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네스벨’을 개발해 글로벌제약사 ‘마일란’을 통해 일본에 수출했다. 종근당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신약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재 종근당의 파이프라인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 바이오신약인 항암이중항체 CKD-702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이해 종근당이 제시한 미래 비전은 ‘Creative K-healthcare DNA’다. 종근당 영문 이니셜 ‘CKD’를 머리글자 삼아 제약기술 혁신 및 인류 공헌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종근당은 ‘CKD DNA’에 새겨진 불굴의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인류가 질병에서 자유로워지는 날까지 제약기업으로서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신약 #코로나19치료제 #종근당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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