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文 지지율 따라 울고 웃는 이재명과 윤석열

李는 ‘당심(黨心)’, 尹은 ‘비전’… 대권으로 가는 길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2021-05-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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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로 분석한 차기 대권 지지율 변화

    • 文 지지율 하락하면 李는 현상유지, 尹은 7%포인트 급등

    • 윤석열 웃고 이재명 웃지 못한 ‘추·윤 갈등’

    • 3월 LH 사태 이후 청년·중도층 尹으로 대거 이동

    • ‘정치적 반사체’ 尹, 정치 환경 따라 지지율 ‘출렁’

    • 李는 주저하는 친문 지지, 尹은 흔들리는 지지율 극복해야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동아DB]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5년차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차기 대선후보로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 경쟁은 현재 이재명과 윤석열 양강 구도다. 여권 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20%대 중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여권 후보들과는 일정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직후만 해도 가장 유력한 여권 대선후보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는데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낙연 후보는 더욱 부각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경쟁자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1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가 된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인상적인 정치 행보가 없었다. 검찰개혁 관련 ‘추·윤 갈등’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흔들렸다. 올 초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를 빼들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고,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다.

    반면 여권은 이재명 지사가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지사의 대권 행보는 날개를 달았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던 이 지사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20%대 지지율로 올라서면서 단숨에 이 전 대표를 제치고 여권 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대법원 무죄’ 이재명, 조국 · 추미애와 ‘충돌’ 윤석열

    이 지사는 적극적인 이슈 파이팅과 지지층 결집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여권에서 이 지사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보수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압도적인 주자로 떠올랐다. 보수 야권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0월 22일 국정감사 때였다. 물론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은 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 때부터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응원을 받았고, 여의도와 서초동 집회에서는 조 전 장관이 힘을 받았다. 조 전 장관과 충돌하고 후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오른 추미애 전 장관과도 잇따라 충돌하면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보수층 지지를 받는 정치적 인물으로 탈바꿈했다. 결국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이후 두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문 대통령 지지율은 차기 대선후보의 지지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총선을 즈음해 고공행진했다. ‘K-방역’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는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6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의 선거 압승으로 연결됐고, 여권은 180석을 확보하면서 ‘슈퍼 여당’이 됐다. 그러나 총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시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파괴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들인 대북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고, 이후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정책은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청와대까지 전달될 정도였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추이(자세한 개요는 그래프 참조)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지난해 9~10월 국면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9월 조사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21.4%에서 21.5%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는 상관없이 유지되는 현상을 보인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 지지율과 정반대 곡선을 그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던 지난해 9~10월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약 7%포인트 급상승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갈 때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상승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그래프 1).

    두 번째 국면은 검찰개혁 갈등이다. 돌이켜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상승한 배경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윤석열 때리기’였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지만 여당과 여당 지지층은 정부의 검찰개혁에 이견을 제기하는 윤 전 총장을 ‘때리기’에 바빴다. 이 과정에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장관과 충돌했고, 추미애 전 장관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 인사 관여, 검찰총장직 수행 중단 징계를 내리자 민심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11~12월 이어진 갈등 국면에서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고, 대선후보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리얼미터와 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난해 11월 지지율은 19.8%로 이재명 지사와 오차범위 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윤석열 웃고 이재명 웃지 못한 ‘추 · 윤 갈등’

    4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는 김현준 LH 사장. [동아DB]

    4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는 김현준 LH 사장. [동아DB]

    검찰 갈등 중심에 선 윤 전 총장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지지율이 올라갔고 이 지사의 지지율은 10월보다 조금 내려갔다.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사이의 ‘추·윤 갈등’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검찰 갈등 국면에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지사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함께 지지율 추가 상승의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국면으로 이어졌고, 검찰과 관련한 갈등이 있을수록 윤 전 총장은 웃지만 이 지사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올 들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의 중차대한 변곡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였다. 3월 2일 불거진 LH 사태는 재보궐선거의 향방을 바꿔놓았다. 2월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양자 대결 구도에서 보수 야권 후보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보였다. 그러나 LH 사태가 터지면서 중도층과 2030, MZ세대까지 이탈하면서 판세는 보수 야권 우세로 흘러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고 탈출구가 없는 모양새였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LH 사태로 인해 완전히 붕괴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는 차기 대권후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여권 후보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이 지사 지지율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온 것은 아니지만, 중도 외연 확장성에 비상이 걸렸다. LH 사태로 여권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층 민심이 윤 전 총장 쪽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4월 18일 실시한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표 참조)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분석해 보면, 윤 전 총장은 43.6%, 이 지사는 16.7%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을 향한 중도층 지지율이 이 지사보다 거의 3배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 지사가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큰 폭으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재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 지지층은 이 지사 쪽으로 수렴하는 현상이 있지만 여권에 대한 중도층의 이탈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총선이후 중도층의 보수화 성향이 강해지면서 윤 전 총장은 지지율 반사 이익을 얻는 결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무당층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더 큰 차이가 난다(그래프 2).

    재보궐선거 전후로 윤 전 총장에게는 충분한 중도확장성이 반영된 반면 이 지사의 중도층 유입은 제한적이다. 물론 선거 여파로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국면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오면서 윤 전 총장에게 호재만 생긴 건 아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당면한 변수는 ‘정체성’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주홍글씨’를 새긴 윤 전 총장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이 고해성사를 하고 자신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적 반사체’ 尹, 정치적 환경 따라 ‘출렁’

    윤 전 총장은 아직 발광체라기보다는 반사체에 가깝다. 스스로 만들어낸 자생적 지지율이 아니라 ‘조·윤 갈등’ ‘추·윤 갈등’ 등 각종 검찰 관련 갈등을 겪으면서 얻어낸 정치적 반사이익 탓이 크다. 문 대통령과 불가피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反)문재인 정서가 결집한 결정체나 다름없다. 차기 대선후보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여론조사나 면접원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면접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이 지사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의 지지율을 보인다. 자동응답방식(ARS) 조사 특성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유동적이다.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조사 방법에 따라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발광체에 가깝고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는 반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정치 환경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확인하는 지점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제3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정치의 꿈’을 버릴지 알 수 없지만, 재보궐선거 이후 올라갔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5월 들어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3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3월 조사보다 지지율이 내려갔다. 국민의힘과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윤 전 총장에게 정치적 ‘정체성’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요구받는 질문이다.

    최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선뜻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전 총장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응답해야 하고, 김용판 의원의 고해성사 요구에 답변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5월 초 보수 진영 내에서 몇 차례 펼쳐진 정치적 공격으로 벌써 내상을 입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판이 현재 양강 구도로 흐르는 이유는 뭘까. 대선에서도 이 구도가 이어질까. 우선 여권에서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자기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선후보는 이 지사다. 대선후보는 3가지 기반, 즉 지역 기반, 세대 기반, 이념 기반을 갖춰야 한다. 이 지사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고, 진보적 성향이 가장 강하고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40대가 이 지사를 지지한다. 그렇지만 대통령 지지층을 더 흡수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지사를 대선후보로 분석할 때 가장 안타깝게 지적되는 게 ‘친문 지지층 결집’ 문제다. 최근 친문(親文)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공론화한 ‘경선연기론’ 공방에서 보듯, 문 대통령 지지층은 과거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이 지사에게 마음을 온전히 주지 않는다.

    李는 ‘당심(黨心)’, 尹은 ‘비전’…대권으로 가는 길

    윤 전 총장의 딜레마는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지 여부다. 흔히 윤 전 총장을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비교하지만 실제로 윤 전 총장은 고 전 총리나 반 전 총장과 경우가 다르다. 두 후보는 과거 여권 후보였고 윤 전 총장처럼 강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지도 못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봤지만 현 정부의 검찰개혁 파장이 지속되면서 아직까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참여를 선언하거나 대통령 선거 출마 계획을 발표하는 시점에는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동안 정부와 맞서 검찰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 윤 전 총장 모습은 보수 지지층에게 영웅적으로 투영됐는지는 몰라도 대통령감으로 평가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 참조)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73.1%는 대선후보 중에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는 10명 중 6명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3). 아직 정치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고, 대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가장 앞서가는 대선후보로 평가받는다. 검찰 갈등으로 얻은 정치적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지만 정치적 배후 조직으로 제3지대를 선택할지, 아니면 국민의힘으로 입당할지에 따라 유권자 평가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권에 도전한다면 그는 더는 전직 검찰총장 자격이 아니다. 또한 대선후보로서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선후보 윤석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된 비전’이다. 윤 전 총장의 ‘준비된 비전’은 정치권이 아니라 유권자의 검증과 판단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지사는 어떨까. 현재 이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 된 당심(黨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전폭적인 당내 지지를 못 받는 이유는 친문 지지층이 주저하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와 JTBC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이 지사 지지율은 45.4%, 진보층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43.1%였다. 꽤 높은 지지율이지만 절반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이 지사 지지율이 20%대 중반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민주당 지지층 지지가 더는 확대되지 않는 데 있다. 다른 여권 후보들이 지지를 받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 지사에게는 당심을 하나로 모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문 대통령과 일체화·동조화되는 전략이나 중도층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정책적 이슈 파이팅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윤석열 #차기대권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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