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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승효상 “건축은 공공재, 개인은 사용권만 가질 뿐”

[단국대 HK+사업단 연속 기획 ‘한국사회와 지식권력’❹] ‘보이지 않는 집’ 짓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인터뷰] 승효상 “건축은 공공재, 개인은 사용권만 가질 뿐”

  • ●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서울시 총괄건축가 지낸 건축계 거장
    ●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을 위한 집
    ● 건축은 삶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고민하는 일
    ● 화려한 겉껍질보다 중요한 내부 공간의 윤리
    ● 코로나19 이후 도시, ‘메가시티’ 아닌 ‘메타시티’ 돼야
    ● 영혼이 머무는 사유와 성찰의 공간 만들겠다
‘신동아’는 단국대 일본연구소 HK+ ‘동아시아 지식권력의 변천과 인문학’ 사업단과 함께 ‘한국사회와 지식권력’을 주제로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다.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개인을 통해 삶과 지식, 권력의 연관관계를 살피고 지식과 권력의 미래상 또한 모색하려는 기획이다. <편집자 주>



승효상(69) ‘이로재’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로 손꼽힌다. 건축가협회상, 김수근문화상 건축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건축 분야의 굵직한 상을 휩쓸었고, 2002년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2014~2016년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2018~2020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승 대표가 설계한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집 ‘수졸당’(1992)을 비롯해 ‘웰콤시티 사옥’(2000),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2009), ‘하양 무학로교회’(2018), ‘사유원 명정’(2019)에 이르기까지 대표작만 꼽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최근 여기 추가할 만한 건축이 하나 더 생겼다. 4월 경남 고성군에 완공된 빈민운동가 고(故) 제정구(1944~1999) 선생 기념관이다. ‘제정구 커뮤니티센터’로 명명된 이 건물은 9월 초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승 대표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이가 들어도 상을 받는 건 여전히 기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곳은 서울 동숭동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는 ‘이로재’다. 승 대표의 자택 겸 건축사무소인 이 건물은 2002년 완공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내후성 강판(코르텐 스틸)을 외장재로 사용해 화제가 됐다. 내후성 강판은 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도 쓴 재료다. 시간이 흐를수록 표면이 부식되며 색이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검은색으로 출발한 ‘이로재’ 외벽은 차츰 붉은색으로 변해가다 이제는 암적색이 됐다. 승 대표는 “기억을 담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다”고 했다. 문득 그가 2012년 펴낸 책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모든 도시와 건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세운 자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고 해도 중력의 힘에 의해 건축과 도시는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 때로는 경제적 이유로 붕괴되고, 더러는 자연재해로 혹은 테러나 사고로 모두 무너져 결국은 땅의 표면 위에 가라앉아 사라지고 만다. 영원한 것은 우리가 같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 기억만이 진실한 것이다.”

수많은 건물이 저마다 웅장함, 화려함, 독특함을 뽐내려 하는 현대 도시에서 승 대표는 이렇게 “그 이후의 기억”에 주목해 온 건축가다. “진짜 좋은 건축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라는 건축관을 지키며 도심에서 조금 비켜난 골목길 속, 빛바랜 건물에 ‘이로재’ 둥지를 틀었다. 그 안에서 승 대표가 지난 20년간 지어온 건축물을 관통하는 철학을 꼽자면 ‘빈자(貧者)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가 1996년 펴낸 동명의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여기에선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승 대표는 ‘제정구 커뮤니티 센터’ 역시 이런 철학의 바탕 위에서 설계했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에 완공된 ‘제정구 커뮤니티센터’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대상을 받은 승효상 이로재 대표. 그는 “나이가 들어도 상을 받는 건 여전히 기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홍중식 기자]

경남 고성군에 완공된 ‘제정구 커뮤니티센터’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대상을 받은 승효상 이로재 대표. 그는 “나이가 들어도 상을 받는 건 여전히 기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홍중식 기자]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을 위한 건축

- 오랫동안 ‘가난’에 대해 이야기해 온 건축가가 ‘빈민 운동의 대부’ 제정구 선생 기념관을 설계하게 됐다. 남다른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로서도 참 뜻깊은 일이다. 생전에 선생님을 뵌 적은 없지만 ‘가짐 없는 큰 자유’를 실천하셨다는 점에서 늘 마음으로 존경했다. 다만 내가 선생님처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싸우지는 않았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돈 있는 사람에게 봉사하는 일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빈자의 삶’을 기억하며 절제할 것을 권했다. ‘빈자’를 위한 건축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 ‘제정구 커뮤니티 센터’를 지으며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선생님 삶을 반영해 소박하고 절제되며 가장 본질적 형태의 건축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한 박공집 하나를 설계했다. 그 뒤 하나만 있으면 외로우니까, 항상 연대를 주장하신 선생님을 생각해 비슷한 건물을 하나 더 두었다. 두 건물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다. 그 외에 선생님을 기리는 작은 기념탑을 세우고, 정자도 만들어 전체가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도록 했다.”

- 주위에 나무도 심었다고 들었다.

“기념관 근처에 아름다운 저수지가 있는데 나무가 없었다. 그 지방에서 잘 자라는 백합나무 100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그 안에 이 단순한 건물을 두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건물을 설계한 게 아니라 풍경을 설계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 공간이 모든 사람을 환대하는 작은 숲이 되기를 바랐다.”

모든 사람을 환대하는 작은 숲

- 1999년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를 맡아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안다. 특정 건물을 넘어 마을, 도시까지 염두에 두는 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나.

“원래 건축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은 주어진 땅 위에 집 하나 짓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고민하는 일이다. 나아가 우리 삶이 어떻게 영위돼야 할 것인가 골몰하는 일이기도 하다. 건축가라면 건물 설계를 넘어 인류 전체의 살아가는 풍경에 집착해야 한다. 요즘 상당수 한국 건축가들은 너무 바빠 자기들 고유 영역을 다 잃어버렸다. 나는 좀 미련할지라도 건축의 본질을 놓고 싶지 않다. 나이 70이 되도록 이렇게 해왔으니, 이제 와 진로를 변경할 수도 없다. 앞으로 이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게 나한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70이 되도록” 계속해 온 ‘승효상표 건축’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공공성을 중시하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건축을 개인 소유로 보지 않는다. 개인이 자기 돈을 내고 지었다 해도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단지 사용권을 가질 뿐이다. 건물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잘 지었든 잘못 지었든 모든 건축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파란만장한 세월을 지나며 인간 및 사물과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나는 건축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공공성이고, 건축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유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 돈을 내고 설계를 맡기는 건축주가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대화하고 설득한다. ‘집을 큰길에 바짝 붙여 지어달라’고 하면 ‘그건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좀 들여 짓는 게 좋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상대가 ‘무조건 내 뜻대로 하라’고 하면 나는 그 일을 맡지 않는다.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할 수 있어야 올바른 건축이 가능하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하수인이나 시녀가 아니다. 건축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건축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고, 결국 우리 사회가 망가진다.”

-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계약을 파기한 일이 있나.

“내가 어리고 이름이 없을 때는 그 문제로 종종 건축주와 틀어지곤 했다. 이제는 내가 성질 나쁘다는 소문이 다 났다. 돈 많은 분은 처음부터 나를 찾지 않는다. 그 덕에 큰 건물 설계할 일이 많이 줄었다. 지금 나를 찾는 분은 내 건축 철학과 공공성의 가치를 인식하는 분이다. 그걸 알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봉사한다.”

사람 영혼이 머물 수 있는 사유와 성찰의 집

승 대표는 ‘빈자의 미학’(1996) 이후에도 ‘건축, 사유의 기호’(2004), ‘지문’(2009),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2012), ‘묵상’(2019) 등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건축 철학을 대중에게 알려왔다. 그 과정에서 ‘어반 보이드(urban void·도시의 비움)’ ‘문화풍경(culturescape)’ ‘지문(landscape)’ 등 ‘승효상표 건축’을 특징짓는 개념어를 잇달아 만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승 대표는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피상적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레토릭과 현학에 머무를 뿐이라고 매섭게 평하기도 했다. 모두 내게는 나를 다그치게 하는 격려였다. 건축은 결단코 레토릭이 아니고 피상적인 결과는 더더구나 아니다. 반드시 현실의 땅을 디디고 설 수밖에 없는 건축은 논리와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성립이 불가능한 직능이며, 따라서 내 건축을 더욱 단단히 서 있게 하기 위해 나는 계속 말을 만들어야 했다.”

최근 승 대표가 건축 설계의 열쇠 말로 삼는 건 ‘솔스케이프(soulscape)’라고 한다. 우리말로 풀면 ‘영성의 풍경’이다. 그는 “요즘은 집을 설계할 때 내부에 사람 영혼이 머물 수 있는 곳,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영혼이 거주할 수 없는 건축은 박제이고 세트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옛집엔 사당, 사랑방, 정자처럼 사유의 공간이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침실과 식당처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만으로 구성된 집에서 살고 있다. 생존과 생식, 생활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정작 영성을 맑게 하는 공간을 잃고 말았다.”

승 대표는 이 대목에서 경북 안동에 있는 ‘독락당(獨樂堂)’ 이야기를 꺼냈다. 조선 중종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1491~1553)이 지은 이 집은 수많은 마당을 품고 있다고 한다. 승 대표는 “겉에서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곳곳에 배치된 바깥마당, 앞마당, 건너마당 등의 연결 관계에서 특별함이 드러난다”고 했다. 승 대표의 설명이다.

“이 집의 모든 건물은 철저히 마당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각기 다른 마당은 각각 하나의 독립된 세계다. 낙향 당시 정쟁에 휘말려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회재는 그런 마당 어딘가에서 ‘독락(獨樂)’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조선 성리학자가 직접 이런 집을 설계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우리 건축은 밖보다 안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 옛집은 형태적으로 보면 초가집과 기와집 두 종류뿐이다. 일견 다 똑같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집집마다 구조가 다르다. 그 공간 사이의 관계가 바로 윤리였다. 우리 선조는 자연과 인간 사이,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집을 지었다.”

- 서양은 달랐나.

“물론이다. 서양에서 기념비적인 건축으로 손꼽히는 ‘빌라 로툰다(Villa Rotunda)’는 회재와 비슷한 시대를 산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1508~1580)가 지은 것이다. 이 집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비첸차 교외의 가장 높은 언덕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정방형의 평면 가운데 있는 ‘로툰다 홀’ 중앙에 서면 동서남북 뚫린 통로를 통해 밖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으면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를 세계의 지배자로 만들어주는 이 집은 당대에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수많은 모작이 태어났다. 서양에서는 이처럼 특정 건축양식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시작해 고딕·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건축양식이 다 다르다. 건축을 미학적 오브제로 봤기 때문이다.”

덜 미학적인 것이 더 윤리적이다

승효상 대표는 “건축을 대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건축 속에 사는 사람들 삶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승효상 대표는 “건축을 대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건축 속에 사는 사람들 삶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 공간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 우리 건축이 미학을 추구한 서양 건축에 비해 가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이다. 건물 외관은 내부 공간을 감싼 결과일 뿐이다.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세기, 건축 분야를 현대화하겠다며 윤리를 버리고 미학을 좇았다. 그런데 이제는 서구에서 먼저 ‘미학이 아니라 윤리가 맞다’고 한다. 21세기가 시작되는 해인 2000년 베니스비엔날레 표어가 ‘덜 미학적인 것이 더 윤리적이다(Less Aesthetics, More Ethics)’였다.”

승 대표는 외관보다 내부, 미적 화려함보다 공간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철학이 개별 건물을 넘어 도시 설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 도시 문명이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봤다.

- 코로나19 이후 대중 사이에서도 도시 설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듯하다.

“원래 감염병은 건축 및 도시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뒤 비로소 도심을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 등으로 구분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건축에 건폐율·용적률 등을 적용해 건물 간 간격을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코로나19 또한 현대 도시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 퇴치에 몰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도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현대 문명은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메트로폴리스는 라틴어로 어머니를 뜻하는 ‘meter’와 도시 ‘polis’를 합친 말이다. 생식의 주체인 어머니처럼 증식과 번영 성장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는 수많은 위성도시를 거느리며 점점 팽창해 급기야는 지구 전체의 단일 도시화를 목표로 하는 ‘에큐메노폴리스(ecumenopolis)’라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19는 이 흐름이 지속될 수 없음을 알려줬다. 이제는 성장과 팽창 중심의 ‘메가시티(Mega City)’가 아니라 지속성과 관계를 중시하는 ‘메타시티(Meta City)’를 지향할 때다.”

승 대표가 사용한 영어 접두사 메타(Meta)는 ‘더 높은’ ‘초월적인’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그는 “메타시티를 우리말로 하면 ‘초(超)도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성찰적 도시’라는 풀이가 맞다고 본다”고 했다. “도시 팽창의 미망에서 벗어나 우리 삶을 성찰하고 관계와 공존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건축 단계에서의 ‘솔스케이프’는 도시 차원에서 ‘메타시티’와 통한다. 승 대표는 앞으로 이 개념을 마음에 담고 건축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 건축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영성이 맑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다. 눈에 보이는 건 큰 조각일지 몰라도 건축이 아니다. 건축을 대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건축 속에 사는 사람들 삶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줄곧 열심히 말씀드렸다. 내 뜻이 잘 전달됐다면 좋겠다.”

#승효상 #제정구 #빈자의미학 #메타시티 #소울스케이프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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