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쿠팡 ‘로켓성장’ 뒤 눈덩이 적자…한국의 아마존은 언제?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4-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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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매출 22조2000억 원, 이마트 뛰어넘어

    • 영업손실도 1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투자 지속

    • “수익성 개선 통한 영업 현금 흐름 개선 필수”

    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 22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자 국내 이커머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 22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자 국내 이커머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쿠팡의 경영 실적은 한결같다.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 속도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많은 이를 놀라게 한다. 대부분 이들은 이를 근거로 ‘쿠팡의 시대’를 예견하곤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적자 규모는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속해 쌓이는 적자 탓에 쿠팡은 지속 가능한 기업이 아니라는 부정적 전망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극단적인’ 실적 구조는 쿠팡이 소비자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항상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팡이 올해 3월 3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84억637만 달러로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발표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22조2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유통업계 역사에서 연간 매출액이 20조 원을 넘어선 건 이마트가 유일하다. 2020년 이마트가 연결 매출액 21조3949억 원을 기록한 게 최초였다. 쿠팡이 이제 출범 10년을 갓 넘긴 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22조 원의 매출액은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24조9327억 원으로 전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이는 SSG닷컴과 이마트24 등 여러 자회사의 실적이 반영된 연결 매출액 규모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16조5000억 원가량이다. 또 다른 유통 공룡인 롯데쇼핑의 실적을 봐도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15조6000억 원 정도에 그쳤다.

    성장률 54%,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의 약 3배

    쿠팡이 이미 규모 면에서 기존 국내 유통업계 선두 업체들을 뛰어넘었거나 위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쿠팡이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이어간다면 연 매출 30조 원을 기록하는 국내 최초의 유통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성장률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 매출 증가율이 15.7%라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성장률은 여전히 압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매출액만 놓고 보면 쿠팡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명확했을 터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를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쿠팡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억9396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였다. 전년 영업손실 규모(약 5500억 원)의 3배가 넘는다. 또 쿠팡의 역대 최대 적자 기록이기도 하다. 쿠팡이 지난해 3월 상장하기 이전까지 누적된 적자는 4조6700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지난해 적자를 더하면 지금까지 쌓인 적자는 6조 원을 넘어선다. 

    쿠팡은 출범 이후 10여 년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연간 적자 규모는 지난 2018년 1조1000억 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점차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일단 작년 6월 쿠팡의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장의 재고와 건물 등이 손실된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총 2억9600만 달러(약 3600억 원)가 손실에 반영됐다.

    쿠팡은 2020년 12월 동영상 스트리밍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오픈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연배우 차승원(왼쪽)과 김수현. [뉴스1]

    쿠팡은 2020년 12월 동영상 스트리밍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오픈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연배우 차승원(왼쪽)과 김수현. [뉴스1]

    또 배달앱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을 위한 투자비용으로 1억3000만 달러(약 1600억 원)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쿠팡이 여전히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물류 시설을 늘리는 데 거액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눈덩이 적자에도 투자를 지속해 늘리고 있다는 점이 쿠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가장 우선 목표지만 버는 족족 투자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적자가 지속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쿠팡은 사상 최대 적자가 발생했다는 실적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 하나의 대규모 물류센터 가동 준비를 마쳤다.

    3월 24일 쿠팡은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대구첨단물류센터 준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46개 크기인 연면적 33만㎡(약 10만 평) 규모다. 전국 각지의 쿠팡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단일 물류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쿠팡은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만 1500만 평방피트(약 42만 평)의 물류 시설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전국을 쿠세권(쿠팡의 주요 서비스 지역)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이 이처럼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플랫폼을 표방하는 업체 대부분은 이런 전략을 쓰곤 한다.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은 1793만6000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485만 명)보다 21% 늘었다. 이들은 쿠팡에서 1인당 연간 283달러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수준이다. 쿠팡의 유료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회원은 90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 이용자(3700만 명)의 4명 중 1명이 쿠팡의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버는 족족 신규 투자, 사람 모으는 일에 집중

    지난해 3월 11일 쿠팡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했다. 상장 첫날 쿠팡은 공모가보다 81%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쿠팡]

    지난해 3월 11일 쿠팡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했다. 상장 첫날 쿠팡은 공모가보다 81%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쿠팡]

    문제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도 좋지만, 도대체 언제 수익을 낼 거냐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쿠팡이 상장하기 전부터 지속해 지적돼 왔다. 특히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 등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이 소진될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후 쿠팡이 지난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자금줄에 다소 숨통이 트이긴 했다. 쿠팡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4억8770만 달러로 4조 원을 넘어선다.

    투자자들은 이런 충분한 현금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장 초기 종가 기준으로 50달러를 넘어섰던 쿠팡의 주가는 3월 말 기준 2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상장 공모가(35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지속해 하락하는 흐름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은 이제 상장사가 된 만큼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처지다. 주주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다소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팡은 일단 지난해 말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가량 인상하는 카드를 꺼낸 바 있다. 이후 올해 6월부터는 기존 회원에게도 4990원을 일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의 유료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격은 월 4900원이다. 쿠팡 역시 경쟁사 수준으로 맞춘 셈이다. 쿠팡의 유료 회원 수가 9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월 180억 원, 연간 2160억 원가량의 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쿠팡은 그간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구매 30일 이내라면 모든 상품에 대해 반품과 교환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른바 ‘묻지 마 환불’ 정책으로 불렸다. 이 절차도 까다롭게 바꿨다. 사용 흔적이 없는 상품만 교환해 주는 등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경영진 역시 올해 경영 목표 중 하나로 수익성 개선을 내걸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년간의 기록적인 성장과 확장에 이어 올해는 효율성을 제고하고, 운영 레버리지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올해 1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2.5%포인트 이상 올라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그간 흑자 전환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당장 흑자를 내려 하기보다는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의 기류 변화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다만 쿠팡이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기 전까지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쿠팡의 시대를 예견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쿠팡이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목소리도 여전할 거라는 의미다.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 평가 엇갈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지금까지 그랬듯, 올해도 치열하게 전개될 거라는 전망이 있다. 쿠팡 역시 아직 경쟁자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시선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 주가 재평가의 필수 조건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영업 현금 흐름 개선”이라며 “2022년 한국 이커머스 업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쿠팡의 실적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쿠팡에 투자했던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보유 지분을 팔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9월 쿠팡 주식 5700만 주를 매각해 16억9204만5000달러를 회수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3월에는 5000만 주를 10억4350만 달러에 팔았다. 이로써 비전펀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4%에서 올해 추가 지분 매도 후 29%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영향력이 더 빠르게 강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쿠팡의 (거래액 기준)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했다”며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6%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쿠팡 중심 온라인 유통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나 SSG닷컴, 롯데그룹의 롯데온 등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었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쿠팡의 가파른 상승과 경쟁사들의 저조한 실적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향하는 긴 항해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월가의 큰손들이 쿠팡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조지 소로스 회장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쿠팡 주식 약 50만 주를 사들인 바 있다. 또 다른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쿠팡 주식을 가장 많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쿠팡 역시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쿠팡 측은 “2025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9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며 “리테일 시장에서 우리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만큼 향후 성장 여력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익 창출 능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건 상장사의 숙명이다. 쿠팡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핀테크 등의 성장 신사업에 대한 투자액을 지난해 8500만 달러에서 올해 2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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