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국민 69.8% “우리가 직접 비례대표 뽑겠다”

신동아-R&R 공동기획… 49.5% “소거구제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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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3-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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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선거구제에선 정책보다 인물 대결”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해야 59.6%

    • 의원 정원, 줄여야 64.9% 늘려야 10.4%

    • 중대선거구제, 贊 31.9% 反 40.3%

    국민의 64.9%는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는 수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이 켜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 64.9%는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는 수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이 켜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은 비례대표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고 후보의 득표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개방형’ 명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정하고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하는 ‘폐쇄형’ 명부를 사용하고 있다. ‘개방형’ 명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9.8%에 달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11.3%에 그쳤다. 이는 ‘신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리앤리서치(R&R)와 공동기획을 통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1월 17일 실시한 선거제도 관련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다.

    세대별로는 60세 이상에서 ‘개방형’ 명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75.1%), 40대(66.5%), 18~29세(64.5%), 30대(61.2%) 순이었다. 구체적으로는 50대 남성의 찬성률이 81.7%인 반면, 18~29세 여성에서는 56.0%만 이 제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개방형’ 명부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이 제시한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직접 정한다. 따라서 계파 논리가 작동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은 계파 보스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진다. 자연히 의정 활동의 자율성이 커진다. 반면 인물 투표 성격이 강해져 ‘유명인’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여성·장애인·청년·성소수자·이주민 등 정치적 소수를 위한 의석 배분도 어려워진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폐쇄형 명부에서도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민주적 방식으로 투명하게 정하면 괜찮은데, 한국에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측근 중심으로 순위를 정하고 그렇게 당선된 의원들이 ‘적대 정치’의 선봉에 서있다”고 했다. 이어 “개방형 명부의 경우 인물투표를 촉진할 수 있고, 한 선거구에 너무 많은 의석을 배정하면 급진 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한국의 ‘폐쇄형’ 명부가 야기한) ‘적대 정치’의 문제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당 대표에 충실한 인물 선출 쉬워”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9.5%가 ‘필요하다’, 33.2%가 ‘필요 없다’고 답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라권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4.9%로 가장 높았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이 초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권에서는 49.6%가 소선거구제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해 전국 평균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추가로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총 4개의 의견을 제시하고 동의율을 확인했다. 그 결과, ‘소선거구제에서는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인물 대결을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77.0%로 나타났다. 이어 ‘지역에서 인기 있는 인물에게 유리해 인물 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72.9%의 동의를 얻었다. 인지도 높은 중진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엿보이는 수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응답자의 59.6%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8.9%였다. 세대별로는 60세 이상에서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비율이 63.9%로 나타났다.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전문가보다는 정당이나 정당 대표에 충실한 인물이 선출되기 쉬워서’라고 답한 비율이 83.3%에 달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1대 총선에서 다당제를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대안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서울, 경인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나눠 각각의 권역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지역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2.4%가 찬성했고, 31.0%가 반대했다. 전라권에서 찬성에 응답한 비율(60.1%)이 가장 높았다.

    尹 던진 화두에 대한 의견

    현행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 등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4.9%가 ‘줄인다’를, 10.4%가 ‘늘린다’를 택했다. ‘현행대로 유지’를 택한 비율은 17.0%였다. 60세 이상(70.5%)과 50대(71.5%)에서 줄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18~29세에서는 ‘줄인다’가 50.9%로 비교적 낮은 대신 ‘현행대로 유지’가 27.3%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경남권에서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76.0%로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권에서는 ‘줄인다’고 답한 비율이 48.9%로 가장 낮았다.

    이어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중대선거구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제시하면서 정치개혁의 한복판에 놓였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의원을 뽑는 방식으로, 특정 정당의 지역 독식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거대 정당이 복수 공천할 경우 의석수 나눠 먹기로 소수 정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참여연대)는 반론도 있다.

    응답자의 40.3%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31.9%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7.8%로 집계됐다. 추가로 “중대선거구제가 지역 기반 양당이 대립하는 한국 정치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48.9%가 ‘동의’, 35.5%가 ‘비동의’를 택했다.

    ‘지역구 의원 수를 253명에서 25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는 47명에서 125명으로 늘리며, 국민이 권역에서 비례대표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고 후보 득표율과 정당이 추천한 순위가 함께 반영되는 준개방형 선거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물었다. 응답자의 53.2%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25.1%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비례대표 의원 수가 증가해서”를 꼽은 응답자가 66.0%로 가장 높았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다.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차단된 느낌을 갖는 것”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이 대의 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권력 투쟁만 하고 있으니 직접 참여해서 국회의원들을 싹쓸이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제도건 장단점이 공존하고, 한국의 상황에서 어떤 제도가 더 장점이 클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중요한 건 정당개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구조화 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패널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신동아 3월호 표지.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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