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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없는 천국에 매매가 72억 아빠트?

‘모순의 바벨탑’ 평양 아파트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빈부격차 없는 천국에 매매가 72억 아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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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동아 기사에 격분

초고층 마천루를 짓는 게 어떻게 한·미와의 치열한 대결전이 될까. 왜 초고층 아파트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까.

평양은 마천루를 주체사상탑이나 김일성 동상 같은 상징물로 여기는 듯하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 평양 건축은 신화를 만드는 매체였으며 그 신화는 국가의 잠재의식으로 자리 잡았으나, 김정은 시대의 마천루를 ‘만리마를 타고 문명의 상상봉에로 질주하는 조국의 모습’이라고 선전하는 건 우스운 측면이 있다. 수령 절대화의 도구라거나 신화를 만드는 매체 기능을 하기는커녕 지구에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남은 특이한 체제가 더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읽혀서다.

정부 당국이 확보한 자료 및 분석 등을 입수해 보도한 신동아 8월호 기사는 여명거리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여명거리 공사는 4월 3일 시작됐다. 착공 석 달 만에 30층, 40층 높이까지 골조를 세웠다. 한밤중에도 등을 밝히고 공사를 계속한다. 건설 현장에는 군·청년돌격대 등 하루 3만여 명이 휴일 없이 24시간 2교대로 동원된다. ‘하루에 한 층을 건축’하라는 비상식적이고 과도한 목표가 하달됐다. 비정상적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사고가 잇따른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 여명거리가 아니라 ‘비명거리’라는 조소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터파기 공사에 앞서 사전 예고도 없이 ‘2일 내 철거지역 전체 주민을 소개(疏開)하라’고 지시했다. 주민들이 짐을 급하게 옮기려고 창밖으로 이삿짐을 던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는데, 행인이 떨어지는 짐에 맞아 사망했다. 상당수 군인과 주민이 중장비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었다. 4월에는 금수산태양궁전과 영생탑 중간 지점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60여 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신동아 8월호가 발간된 지 한 달쯤 뒤인 9월 12일, 북한 당국은 이 기사와 관련해 200자 원고지 14장 분량의 반론을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에 실었다. 한국 언론의 특정 기사에 대해 평양이 이처럼 장문의 반론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이뤄지는 여명거리 건설이 북한에서 그만큼 중요한 사업인 듯하다.
 


“례사로운 일, 응당한 속도”

‘주체105(2016)년 9월 12일’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평양의 반론에 재(再)반론하면서 ‘모순의 바벨탑, 평양의 아파트’를 사회·경제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이 글의 목적이다. 북한의 반론을 소개한 부분은 띄어쓰기, 맞춤법 등을 북한 방식 그대로 실으면서 누인 글씨체로 표기한다.  



얼마전 남조선잡지 신동아가《겹눈으로 본 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였다. (…) 마치 제가 려명거리건설장을 직접 다녀보기나 한것처럼, 그와 관련한 평양의 민심을 직접 들어보기나 한것처럼《비상식적인 속도》니,《근로자들의 불만》이니 뭐니 하며 별의별 거짓말을 다 늘어놓았으니 그의 《상상력》은 병적으로 풍부한 모양이다. 그런데 개구리의 상상력이 아무리 풍부해야 우물밖의 세상을 그려볼수는 없다. 우리 공화국의 건설속도를 《비상식적인 속도》라고 하는것은 그야말로 개구리의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는것이나 다름없다. 굳이 말해준다면 기적창조가 몸에 배인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이제는 단 몇달만에 현대적인 새 거리를 일떠세우는것쯤은 례사로운 일이고 응당한 속도이다.《신동아》의 기사를 읽으며 특히 앙천대소하게 되는것은 지금 평양에서《속도전으로 지은 살림집은 위험하다.》는 말이 나돈다는 터무니없는《글짓기》까지 한것이다. 세상사람들에게 오직 진실만을 전해야 할 언론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평양에 있는 사람들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대화와 사진 전송이 가능한 세상이다. 평양 여론을 파악하는 게 정보 당국은 물론 개인에게도 가능한 시절이 됐다는 것을 이 반론의 필자는 잘 모르는 것 같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 23층 아파트가 붕괴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주민에게 공개사과까지 했다. 한국 정보 당국은 당시 3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  

최부일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로하고 눈물을 찍어내는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사진은 외신을 통해 한국으로도 전해졌다.



와우아파트 붕괴 떠올라

빈부격차 없는 천국에 매매가 72억 아빠트?

2014년 5월 17일 최부일 북한 인민보안상이 평양시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사과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3년 7월에는 평양의 위성도시 격인 평성 구월동의 7층짜리 아파트가 완공 2년도 되지 않아 무너져 내렸으며, 2014년 10월에도 평양 낙랑구역에서 건축 중이던 38층 아파트 일부가 붕괴돼 작업하던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 건축 시장에서 공기(工期) 단축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듣는 한국 건설사도 아파트 1개 층을 건설하는 데 7~10일이 소요된다. ‘하루에 한 층을 건축’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 ‘응당한 속도’가 되기 어렵다.

조선중앙TV와 인터뷰한 리용익(군인)은 “74일 만에 초고층 살림집 골조 공사를 끝내게 됐다. 매일 한 층씩, 최고 18시간 만에 한 층씩 올렸다”고 했다. 두 달 남짓에 골조 공사를 끝낸 것도 자랑이 되기 어렵다.

4월 여명거리 공사 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60여 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속도전 탓이다. 북한 대외 홍보용 잡지 ‘금수강산’ 7월호에 실린 ‘여명거리 건설지휘부 일꾼 김진성’ 인터뷰 중 “70층짜리 살림집은 지어본 경험이 없다”는 말도 위험하게 들린다.  

46년 전 한국에서도 참담한 일이 있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가 붕괴해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다쳤다. 박정희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불도저 서울시장’으로 불리던 김현옥이 그 일로 시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부실 공사를 주도해 주민의 목숨을 잃게 한 최부일이 평양에서 지금껏 직(職)을 유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오늘 여기 평양의 민심을 그대로 전한다면 아침과 저녁이 다른 비상한 건설속도의 주인공이 되였다는 무한한 긍지이고 무엇이나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든든한 배심이며 려명거리에서 살게 될 사람들에 대한 진심어린 축하와 부러움이다. 날마다, 시간마다 가속되는 이러한 건설속도, 진군속도로 계속 내닫는다면 앞으로 10년, 20년후 평양의 모습, 조선의 모습은 얼마나 몰라보게 천지개벽할것인가 하는것이 지금 우리 인민 모두의 흐뭇한 심정이다. (…)   

려명거리건설은 단순히 하나의 거리형성이 아니다. 그것은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제재와 압력속에서도 더욱 억세게 뻗치고 일어나 세계를 향해 과감히 돌진하는 조선의 기상이고 인민의 최고리상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조선의 모습이며 우리 식대로 남들이 보란듯이 잘 살수 있다는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정치적계기이다. 우리 인민은 려명거리를 통해 절세위인의 손길따라 일떠서고있는 사회주의문명강국의 모습, 만리마를 타고 문명의 상상봉에로 질주하는 조국의 모습, 온 세상이 부러워할 래일의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보고있는 것이다. (…)



“원쑤들의 비명소리”

우리 인민의 앞날에 대한 믿음과 리상은 절대로 헛된것이 아니다. 피눈을 한 모략군들이 아무리 못된 소리를 다 줴쳐도 우리 인민의 신념의 눈은 최후승리의 그날을 내다보고있다.

어제는 창전거리, 미래과학자거리가 세상을 놀래우고 오늘은 려명거리가 원쑤들의 비명소리를 자아냈다면 래일은 보다 아름답고 보다 황홀한 인민의 새 거리들, 제2, 제3의 려명거리들이 온 나라에 수풀처럼 일떠서게 될 것이다. 그 어떤 모략과 훼방으로써도 우리 인민의 신념은 추호도 흔들지 못할것이며 경제강국, 문명강국의 령마루에로 질풍노도쳐 내닫는 우리 공화국의 전진은 절대로 가로막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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