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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사이드

‘상장 추진’ 현대카드의 복잡한 속내

현대차그룹 내 ‘금융계열사 독립’ 가늠자 될 듯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상장 추진’ 현대카드의 복잡한 속내

  • ● “회사 기업공개 2021년까지 연기”
    ● 현재 몸값 1조7000억 원 선, 만족할 수준 아냐
    ● 현대차그룹 지주사 택하면 금융계열사 정리해야
    ● IT 등 신사업 대거 확장해 기업가치 높일 듯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현대카드 제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현대카드 제공]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2021년까지 연기하길 바란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의견을 내놨다. 지난 10월 초 현대카드가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한 달 만에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로 쏠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다소 사그라진 분위기다. 

현대카드가 기업공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10월 초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10월 7일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같은 달 25일에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이후 주관사를 최종 결정하는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카드의 IPO가 이르면 내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상장 추진하나 급하게는 안 하기로

이처럼 특별한 문제없이 상장을 위한 사전 절차가 진행되던 중, 정 부회장이 느닷없이 ‘2021년 상장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부터 살펴보자. FT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20년 전에 IPO를 준비하겠지만 그때까지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상장을 추진하지만 당장 1년 내에 해야 할 정도로 급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이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국내 카드산업은 현대카드가 당장 상장을 추진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가 카드산업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데다 국내 경기 둔화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상장을 하면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대카드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투자자(FI·재무적 투자자)의 자금 회수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현재 현대카드 지분 중 9.99%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보유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투자청(9%)과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가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상장이 이들의 자금 회수를 위한 방안이라는 의미다. 

이들 투자자가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인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현대카드가 IPO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FI는 만약 현대카드가 IPO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FI들의 보유 주식을 현대카드에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대카드는 상장 시점을 구체적으로 계약에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IPO를 추진하면 될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현대카드의 IPO는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요즘처럼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낮은 분위기 속에서 급하게 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 가치가 높을 때 자금을 회수하면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을 테니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측에서도 “기한을 급하게 정해놓고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IT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어”

그렇다면 현재 현대카드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시장에서는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현재 가치와 비교할 경우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7000억~1조8000억 원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FI가 현대카드에 투자할 당시 책정한 기업 가치는 1조6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2년 전보다 기업 가치가 소폭 높아지긴 했지만 투자 이익을 내야 하는 FI 입장에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언젠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다. 통상 FI가 투자를 한 뒤 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4~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는 않다. 

최근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 영업 외에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현대카드는 최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0월 현대카드는 베트남 내 소비자금융 기업의 지분 50%를 490억 원에 인수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신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개인화 시스템 구축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부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사용해 고객마다 맞춤형 혜택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0월 중순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와 관련해 “전통적으로는 금융업 내 신용카드사로서의 밸류에이션 잣대지만, 현재 현대카드의 혁신을 감안하면 디지털 IT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이런 구상이 전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 현대카드는 앞서 지난 3월 일본에 금융 IT 시스템을 수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IBM JAPAN의 자회사이자 일본의 주요 IT 솔루션 기업 중 하나인 엑사 시스템즈가 차세대 신용카드 IT 시스템으로 현대카드의 시스템을 선정했다. 이런 점들을 부각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이번에 현대카드의 주관사 선정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를 2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 중 하나로 현대카드의 신사업이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상장을 앞둔 현대카드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금력이 탄탄한 주주로 짜인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어 굳이 상장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상장을 통한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던 데다 안정적인 주주 구성을 깨뜨릴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정 부회장, 현대커머셜 통해 지배력 높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동아DB]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동아DB]

그간 현대카드의 주요 주주로는 현대·기아자동차 외에 글로벌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2017년 FI에 지분을 팔기 전까지 GE는 현대카드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현대자동차(36.96%)와 기아자동차(11.48%) 등이 갖고 있었다. 

GE와 현대카드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가 금융 분야에서 힘을 합친 건 지난 2004년부터다. GE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 관계를 맺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현대카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GE가 ‘비주력 사업의 정리’라는 명목 아래 2012년 즈음부터 단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현대카드의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 이 지분을 현대자동차가 사들일 것이냐, 아니면 제3자에게 파느냐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특히 일각에서는 현대카드의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설’까지 나오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온갖 추측이 쏟아지자 당시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현대카드가 매각 난항에 부딪혔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추측이 진도가 빠르고 엉뚱하다”라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실제 경영권 매각 등의 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당시 GE의 현대카드 지분 중 일부가 어피너티 등 FI에 넘어가게 됐다. FI, 즉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 경영이나 사업의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 자금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GE는 이로써 현대자동차 그룹과 12년 동안 맺어왔던 합작 관계를 정리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당시 FI가 사들인 건 GE가 보유한 43% 지분 중 24%가량이었다. 나머지 19%가량은 현대커머셜이라는 현대자동차 계열 상용차 전문 캐피털 회사가 사들였다. 이 때문에 현대커머셜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커머셜의 2017년 당시 지분 구조를 보면, 정 부회장이 16.67%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정 부회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부문장이 33.33%를 들고 있었다. 나머지 50%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그간 현대카드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았는데, 해당 거래를 통해 정 부회장 부부가 간접적으로 현대카드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측면에서 중요성이 크다. 정 부회장 일가가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개인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와 푸본현대생명 지분을 각각 24.5%, 20%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하면서 어피너티에 지분 25%를 넘긴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현대차가 37.5%, 정명이 부문장이 25%, 정 부회장이 12.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 추진 과정에서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FI의 지분을 되사올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의 지배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만약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선택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이 경우 정 부회장 중심의 금융계열사들이 독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 정 부회장 부부에게 금융계열사를 넘기고 현대차와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 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출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업 가치 높이기 위해 분주해질 듯

반면 일각에서는 현대캐피탈이나 현대카드가 자동차 할부금융 등의 영역에서 현대차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금융계열사 독립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자체의 지배 구조 개편의 시나리오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추측들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라며 “현재 현대차의 지배 구조 등을 고려하면 당장 뚜렷한 청사진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대카드는 상장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상장 과정에서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의 미래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어피너티에 지분을 넘긴 현대커머셜 역시 현대카드에 이어 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역시 어피너티의 투자금 회수 지원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다시 다양한 시나리오와 분석이 쏟아질 터다. 그래서 이번 상장은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는 흥미로운 ‘사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신동아 12월호]




신동아 2019년 12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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