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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500조 원 넘는 단군 이래 최대 손실”

위법성 ‘최초 고발’ 조성진 前 한수원 이사회 의장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500조 원 넘는 단군 이래 최대 손실”

  • ● 2년 동안 조작 증거 수집, 이사회 녹취록과 함께 감사원에 제공
    ● “감사원 감사보고서 보고 울 뻔했다”
    ● “20대 국회 감사 청구 없었으면 영원히 묻힐 뻔”
    ● “국고손실죄 넘어서는 이적행위”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조영철 기자]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조영철 기자]

10월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11일 ○○회계법인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고 “산업부 장관은 2018년 4월 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해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했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해 산업부는 ‘조기폐쇄 즉시 가동 중단’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았고, 이러한 지침을 전달받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명분용으로 회계법인에 용역을 맡겨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한 뒤, 조작된 보고서를 가지고 이사회를 열어 조기폐쇄 결정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요약한 보도자료 말미에 “문책 대상자들의 자료 삭제 및 업무 관련 비위행위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참고자료 송부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검찰은 7000쪽에 달하는 수사참고자료를 토대로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개입 여부와 불법성을 수사하고 있다. 


조기폐쇄 의결, 속전속결 일사천리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3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나 2009부터 2년여 동안 7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를 한 뒤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2022년 11월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2018년 6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수원 제7차 이사회에는 재직이사 13명 중 12명이 참석했다. 안건은 ‘월성 1호기 운영계획’과 ‘대진, 천지원전 사업 종결 방안’이었다. 먼저 한수원의 전휘수 발전부사장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설명하며 “운영기간 만료일인 2022년 11월까지 계속 운전하는 경우와 2018년 6월 말 즉시 정지하는 경우의 현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용률이 54.4% 미만인 경우에는 계속 운전을 해도 즉시 정지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월성 1호기는 최근 5년, 최근 3년 및 전년도 이용 실적이 60.4%, 57.5%, 40.6%로 매우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안전성, 경제성 및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주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한수원 법무실장이 “산업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2018년 2월 20일)에 따른 협조요청 공문은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사진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국무회의를 통해 심의·의결된 에너지전환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한 행정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결의한 것이므로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위반으로 인한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배임 우려를 불식했다. 

이때 비상임이사인 조성진(64)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이렇게 긴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한 뒤 “산업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월성 1호기 폐쇄가 들어 있다면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짜 맞춘 결론, “그래도 난 반대일세”

법무실장은 “월성 1호기는 앞으로 가동될지 안 될지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 이미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전제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웠고, 이러한 지침을 한수원에 내려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성진 교수가 감사원에 제공한 2018년도 7차 이사회 녹취록에 이처럼 상세한 발언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는 11명의 이사가 찬성했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이가 조성진 교수다. 그는 2016년 9월부터 한수원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까지 반대하면서 한수원 경영진과 대척점에 섰다. 결국 7차 이사회를 끝으로 6월 20일 이사직에서 사퇴한 뒤 하루아침에 뒤바뀐 수상한 경제성 평가와 사전에 조율된 듯 일사천리로 조기폐쇄를 의결한 이사회의 위법성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신동아’ 2019년 4월호 ‘월성 1호기 폐쇄 둘러싼 한수원 거짓말 논란’ 제하 기사 참고). 

조 교수는 2018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 대신 두 쪽짜리 요약본만 이사회 날(당일) 보여주는데 이를 보고 경제성 평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그것을 쭉 읽은 것”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사전에 이사들에게 경제성 문제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하며 조 교수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가 이 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지 1년 만에 결과가 공개됐다. 200쪽 가까운 감사 보고서를 보고 조 교수는 울 뻔했다고 말한다. “경제성 자료가 굉장히 수상하다”고 한 그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11월 13일 부산 경성대를 직접 찾아가 그를 만났다. 

- 감사 보고서에서 제일 먼저 확인한 내용은 무엇인가. 

“감사원의 징계 요구 부분이다. 진행 과정은 내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감사원에 가서 직접 진술하고 자료도 엄청 줬기 때문에 궁금한 게 없었다. 처음엔 감사원이 요구한 관련자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해서 실망했다. 왜 파일을 삭제한 말단 공무원들만 처벌하나. 이 일을 지시한 윗선은 왜 빠졌나. 왜 한수원 이사들이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는 건가. 그런데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 보니 그간의 행위가 모두 적시돼 있더라. 검찰에서도 재조사하지 않겠나.” 


“오늘 해치우려 하는구나”

-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7차 이사회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안건이 올라올 거라 예상했나. 

“짐작은 했다. 6월 7일 열린 6차 회의에서도 계속 언급됐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한수원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다음 날 서울에서 긴급회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서울에서 열리는 이사회는 서울상공회의소 8층에 있는 한수원 지역사무소를 이용하는데 그날은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한수원 직원이 동행해 대기한 차를 타고 호텔로 갔다. ‘오늘 해치우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 6월 7일 열린 6차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맡았는데 7차 때 아무런 통지 없이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의도적 배제라고 생각하나. 

“한수원 정관에 따르면 의장은 비상임이사 중 최선임 연장자가 맡도록 돼 있다. 당시 나였다. 나는 2016년 9월부터 이사로 활동하며 회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6월 7일 의장으로 한 차례 회의를 주재했고 15일에도 당연히 내가 하는 걸로 알았다. (조기폐쇄 안건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돼) ‘악역을 맡는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의장이 다른 이사로 바뀌었다. 내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반대한 전력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조기폐쇄 의결에 방해가 될까 봐 교체한 것 같다. 표결 없이 동의 제청으로 의결하려는 것을 내가 ‘이 건만큼은 확실히 의견을 밝혀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거수로 했다. 찬성 11, 반대 1로 통과됐다. 나만 반대했다.” 

- 경제성 평가 기준이 원전 이용률 전망과 전력 판매단가인데 당시 평가 자료에 근거하면 ‘경제성이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그 평가가 조작이라는 것은 감사원이 확인해 줬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경제성을 낮추라고 하는데 조작할 수 있는 게 가격 낮추는 것밖에 없다. 미래에 일어날 예상가격을 낮춰서 경제성이 없도록 숫자를 조작하는 것. 있을 수 없는 단가를 집어넣어 경제성을 끌어내리는 것. 전기값은 비용평가위원회라는 것을 열어서 한전과 한전 자회사가 손해나지 않도록 정산조절계수로 조절한다. 당연히 판매단가가 원가보다 높아야 안 망하겠지. 그런데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파는 것처럼 돼 있다. 더 어이없는 것은 한전이 월성 전기만 사가나. 원자로가 최신형이든 구형이든 전력 판매단가는 다 같다. 그런데 왜 월성만 없애나. 대한민국 원전 다 없애야지. 그래서 나는 경제성 평가 자료가 수상하다고 생각했고 폐쇄에 반대했다. 또 하나. 경제성이 있든 없든 월성 1호기를 가동할 수 있는 기한이 2022년까지인데 왜 갑자기 중단하려 하나.” 


고리 1호기 폐로식에서 예고된 것

10월 9일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국회 의안과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월 9일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국회 의안과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2018년 4월 2일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 ‘원전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있다’는 글을 내부 전산망에 올리자 이를 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라고 한 것이 시작이다. 

“아니, 나는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폐로식(영구정지 선포식)이 시작이라고 본다. 한수원 이사로 그 행사에 참석했는데 정말 실망했다. 40년간 이 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고리 1호기와 종사자들에 대한 헌사를 기대했는데 외려 이처럼 더러운 시설, 혐오시설을 없애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더라.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하겠다, 원전 설계수명 연장하지 않겠다, 월성 1호기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 등등. 원전에 와서 탈원전 선언을 하는 것은 그동안 수고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여권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이므로 감사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전력은 민간이 주주로 참여하는 공기업이고, 한수원은 100% 한전이 주주인 자회사다. 그런데 무슨 권리로 정부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을 마음대로 하나. 국고손실죄? 나는 이적행위라고 생각한다. UAE 바라카 원전만 해도 건설 수주액이 40조 원이면 완공 후 60년 동안 관리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이 50조 원이었다. 지속적으로 부품도 공급해야 하는데 탈원전 한다고 단종사업으로 만들면 다 놓치는 거다. 사우디아라비아든 영국이든 이제 우리 원전은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게 날린 돈을 다 따지면 500조 원이 넘는다. 단군 이래 최대 손실일 거다.” 

- 20대 국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감사’를 청구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묻힐 뻔했다. 

“2019년 9월 당시 자유한국당 장석춘·이채익·최연혜 의원 등이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것이다. 만약 그때 감사원 감사 청구가 통과되지 않았다면 이 일은 끝난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 사건이 청와대까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감사를 청구했을까. 지금도 의아하지만 결과는 신의 한 수였다.” 

- 원자력 기술 관련 연구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원전 마피아’라고 한다. 에너지과학과 교수로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가. 

“나는 물리학자고 전공 분야는 원자핵 이온빔이다. 원자력학회 회원도 아니고, 원자력 관련 연구비를 받은 적도 없고, 원자력 마피아와 관계도 없다. 아니 마피아 친구도 없다. 연세대 물리학과 은사이신 이철주 교수님은 가속기라는 것을 만들어 한국 최초로 원자핵 반응실험을 성공시킨 분인데 학창 시절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황정남 교수님은 표면물리학의 선구자로 한국물리학회 회장을 지내셨다. 두 분 밑에서 석·박사를 하며 실험물리학자의 자존심과 옹고집을 배웠고, 연구를 이어받아 OLED라고 하는 고분자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까지 했다. 원자핵에서 시작해 유기태양전지까지, 신재생에너지 실험을 제일 먼저 한 사람이기도 하다. 내 논문의 80%가 신재생 분야라고 하면 놀랄 거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우리나라 기저 발전에 가장 적합한 것은 원전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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