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탄핵 국면 치러질 차기 대선, 결과 장담 못 한다

[긴급점검 | 이재명 대권가도에 무슨 일이…] 조기 대선 하면 이재명 대통령?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2025-01-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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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이해 불가 행동’, ‘야당의 시간’ 만들어

    • 이재명 사법 리스크 희석시킨 尹 비상계엄

    • 대선은 양당 경쟁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 30%대 이재명 지지율 충분할까

    • 탄핵정국 수혜 사라지면…

    • 우원식 의장, 이재명 경쟁자 될지 주목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많은 정치권 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과 상당히 가까운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 측근 인사들조차 비상계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이전까지의 시간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이전으로 시계를 돌린다면 당시 상황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시점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이미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면 윤 대통령은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됐을 법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반국가 세력의 준동을 제압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그리고 부정선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더라도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정말 ‘아니었다’. 만일 반국가 세력의 준동 문제가 그토록 심각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조치’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말로만 반국가 세력 운운하지 말고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부정선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선거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런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증거 제시 없이 말로만 해당 사안 해결의 시급성을 주장하며 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큰 이슈 터지면 작은 이슈 묻혀

    윤 대통령의 이런 ‘이해 불가한 행동’의 결과는 여권에 유리했던 상황을 순식간에 ‘야당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야당의 시간’이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대권 도전은 얼마나 유리해졌을까.

    일반적으로 큰 이슈가 터지면 작은 이슈는 큰 이슈에 의해 가려지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보자면, 윤 대통령의 ‘특이한 행위’ 덕분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한순간에 가려졌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항소심에 출석해도 현재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또한 이 대표가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큰 이슈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 말고도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이 대표에게 또 다른 긍정적 효과를 선사했다. 계엄선포 덕분에 각종 사법 리스크가 별것 아닌 ‘작은 사건’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만일 계엄 선포가 없었다면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가 상당히 크게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범죄인 ‘내란’이라는 죄를 능가할 수 있는 형사 범죄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대표는 상당한 수혜를 볼 판인데, 윤 대통령은 체포를 거부하며 세계적 외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행위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더욱 축소시킬 뿐 아니라, 도덕적 측면에서 이 대표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이 대표는 과거 총선 유세나 국정감사 등의 이유를 들어 재판에 불출석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이 대표의 이런 행위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아무리 야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논조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행위는 사법부를 무시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사법부와 행정부의 결정을 동시에 무력화했다. 체포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의 결정을 ‘위법’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했고, 공동조사본부(공조본)에 의한 체포 시도는 ‘불법’이라는 명분으로 저항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과거 이 대표의 재판 불출석 정도는 ‘애교스럽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런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기 대선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강력하게’ 원했다.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 주장 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것 모두가 조기 대선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이 이렇듯 조기 대선을 바랐던 이유는 당연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있다.

    이 대표는 다양한 사법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그중 공직 선거법 위반 그리고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은 2027년 대선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선을 치르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조기 대선, 그것도 아주 이른 시기에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그것도 이 대표를 본의 아니게 도운 셈이 됐다.

    조국에겐 불이익, 이재명에겐 이익?

    그런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무조건 야권에 이득을 준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평소 같았으면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감옥행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부분은 조 전 대표에게는 정치적으로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던지며 수감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윤 대통령 때문에 ‘박탈’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친문 핵심’ 조 전 대표에게는 불이익을 선사했고, 이 대표에게는 이득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대권을 향한 발걸음은 아주 가벼워졌을까.

    이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 대권주자임은 확실하다. 이는 2025년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024년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8%로 2위였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6%로 3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5%로 동률이었다.

    동아일보가 2024년 12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39.5%의 지지율로 ‘차기 대통령감’ 1위에 올랐다. 이어 홍 시장(8.9%), 오 시장(8.7%), 한 전 대표(8.0%) 순이었다.

    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넥스트 리서치에 의뢰해 2024년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32%의 지지율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범여권 후보로는 홍 시장과 오 시장이 각각 8%, 한 전 대표 5%,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3%로 뒤를 이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모두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이고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들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는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지지율은 대선주자로서 충분한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과거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시기인 2017년 1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2017년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31%를 기록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12%,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라는 시기적 공통점을 감안해서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이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2017년 1월 당시의 문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높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2017년 4월 3일 이후의 문재인 당시 후보의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의 특징으로는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출마를 포기했고, 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도 끝나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도 사라진 상태라는 점이다.

    2017년 4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방식의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문재인 38%, 안철수 35%, 홍준표 7%, 유승민 4%, 심상정 3%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강력한 당 내외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반기문·안희정 두 정치인이 대선 레이스에서 사라지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당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4월 셋째 주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비로소 4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이 시사하는 바는 대통령제하에서는 양당 체제가 굳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양당 중 한 곳의 후보라면 최소한 특정 진영의 지지는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어 3당 후보의 기세는 대선이 가까울수록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이 이런 과거 경험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이번에 또다시 분당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현재에는 과거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에 도전하는 당 내외의 경쟁자, 예를 들어 반기문·안희정 그리고 안철수 후보와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경쟁자가 ‘정리’될수록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율은 올랐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지금보다 10%가량은 높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탄핵 찬성 절반 불과한 이재명 지지율

    신동아 2월호 표지

    신동아 2월호 표지

    이 대표 지지율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여론조사에 나타난 탄핵 찬성 비율과 이 대표 지지율 사이 격차가 두 배가량이라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1월 10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2025년 1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탄핵 찬성 비율은 64%인 데 반해,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나타난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32%에 불과했다. 탄핵 찬성 응답자의 절반 정도만이 이 대표를 차기 정치지도자로 선호한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은 탄핵 정국의 수혜를 이 대표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 하는 부분도 이 대표의 대권 여정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아직은 잘 보이지 않지만, 민주당 내에서 또 다른 대권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판단하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경쟁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 의장의 경우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매우 강렬한 인상을 국민에게 남겼다. 비상계엄에 저항할 때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정치인 중 하나가 우 의장이다.

    지금 우 의장 지지율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1월 9일 발표된 NBS조사(전국지표조사: 1월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우 의장은 정치인 신뢰도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이재명 대표였지만, 1위와 2위의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우 의장 측이 이런 높은 신뢰도를 지지율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 의장은 이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다가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정치인의 경우 다시금 지지율을 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에서 지지율이 갑자기 급상승한 정치인의 경우 상당히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 의장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현재 이 대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줄탄핵으로 발생한 국민적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안정감을 줄 것이냐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오버’하는 것을 제지해야 한다. 또한 지금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신뢰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이 대표의 정치 행위 ‘예측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점을 잘 해결한다면 이 대표 지지율은 현재보다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탄핵 국면에서 치러지는 대선이지만 선거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전설적 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언급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우리나라 차기 대선에 가장 적합한 명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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