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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제2의 십자군 전쟁으로 비화하는 ‘테러와의 전쟁’ A to Z

미국과 이스라엘의 과욕이 참극의 씨앗

  • 글: 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제2의 십자군 전쟁으로 비화하는 ‘테러와의 전쟁’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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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이라크전을 벌인 이유는 석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 유대인들의 입김이 막강한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써 구약의 예언대로 이스라엘이 중동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제2의 십자군 전쟁으로 비화하는 ‘테러와의 전쟁’ A to Z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던 2003년 12월13일, 이란 관영 IRNA통신발 뉴스가 지구촌을 흥분시켰다. 조지 W.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의 작은 마을 지하 땅굴에서 미군에 의해 전격적으로 생포된 것이다. 이로써 2003년 3월20일, 후세인 축출을 목표로 감행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전쟁 개시 9개월 만에 일단 그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됐다. 특히 종전(2003년 5월1일) 후, 이라크 저항세력의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희생자가 늘면서 하루가 다르게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던 부시에게 이보다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2004년 대선을 준비하는 부시에게 배달된 크리스마스 선물의 시작에 불과했다. 사담 후세인이 생포된 지 불과 1주일 뒤인 12월20일, 이번엔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하에서 생포된 후세인의 초라한 모습에서 자신의 암울한 미래를 발견했는지 아니면 지난 9개월간의 끈질긴 유혹에 굴복했는지 카다피는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WMD의 완전한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 이로써 그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부시 정권의 외교 정책은 화창한 봄날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카다피의 WMD 포기 선언 이후 전세계 언론의 포커스는 부시 정권이 후세인과 더불어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한 북한 김정일에게 향하고 있다. 제2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이 ‘제2의 카다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후세인’이 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그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형제국이자 공동 운명체인 우리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닌 한반도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테러와의 전쟁’은 후세인 생포에 성공함으로써 중동 지역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은 것인가. 더불어 부시 정권은 중동 지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지난 50여년간 끌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시키고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함으로써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묘한 수사학을 등장하게 만든 9·11테러 당시로 되돌아가야 한다.

1000만달러 기부금 반려 사건



지난 2001년 9월11일 오전 8시45분(현지시간),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보잉 767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충격도 잠시. 그로부터 18분 뒤인 9시3분, 이번엔 보잉 767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로 돌진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앞의 것과 차이가 있다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비행기 날개를 대각선 방향으로 회전하며서 돌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40분이 지난 9시43분, 이번엔 세계의 철옹성이라 불리는 펜타곤이 불타올랐다.

9·11테러가 발생하자 전세계 대다수 국가 지도자들은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명 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태도는 심지어 이슬람 국가들로 이루어진 중동 지역에서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이슬람 국가 사이에는 9·11테러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엄존한다. 9·11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 후 뉴욕의 테러 현장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가 기부한 1000만달러를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반려한 사건은 그것을 매우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2001년 10월12일 세계 10대 부호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는 뉴욕의 테러 현장을 방문했다. 2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 자리에서 9·11테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한 뒤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에게 테러 복구 비용으로 1000만달러라는 거금을 전달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줄리아니는 알 왈리드의 수표를 반려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1000만달러 수표를 전달한 뒤 알 왈리드 왕자가 발표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 때문이었다.

“이 같은 테러가 왜 발생했는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 이제 미국의 중동 정책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좀더 균형 있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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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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