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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브로커 윤상림의 막강 군·검찰 인맥

기무사령관에게 행패 부리고, 검찰 고위간부와 육탄전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거물 브로커 윤상림의 막강 군·검찰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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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욕하고 다니느냐”

윤씨와 전 기무사령관 E씨의 충돌은 윤씨의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씨는 기무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군 실력자로 통하던 인물. 군과 검찰의 여러 증언자에 따르면 몇 해 전 두 사람은 서울 인근의 군 골프장 목욕실 라커룸에서 마주쳤다. 당시 E씨는 참모장 시절부터 육군참모총장보다 더 힘이 세다는 평을 듣던 실세 기무사령관이었다. 이날 윤씨는 E사령관에게 달려가 대뜸 손찌검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요지는 “너 왜 나를 욕하고 다니느냐”는 것이었다. 윤씨는 벼르고 별렀던 듯 거칠게 E사령관을 몰아붙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얼결에 당한 E사령관은 아무런 반격을 하지 못한 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히 이뤄진 것이었다. 골프 일행도 따로 있었다. 윤씨의 일행에는 검찰 고위간부가, E씨 쪽에는 예비역 장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윤씨의 군 인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목격자’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에게 이 얘기를 직접 들었다는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윤씨는 이 일을 자랑스레 떠벌였는데, 심지어 E씨의 일행 중 한 명으로부터 “잘했다”는 ‘격려’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

이에 대해 E씨는 조금 다른 주장을 폈다. 군 골프장 목욕실 라커룸에서 윤씨와 말다툼한 적은 있지만 맞은 적은 없다는 것. 다음은 그날 사건에 대한 E씨의 주장이다.

“나는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이었고 그 친구는 (목욕을) 끝내고 나오던 참이었다. 나는 팬티만 걸친 상태였다. 내게 다가오더니 ‘형님, 내게 이럴 수 있습니까. 왜 나를 욕하고 다닙니까. 사람도 못 만나게 하고…’ 하면서 한 5분 동안 퍼부어댔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러느냐’고 하자 계속 따지며 덤벼들기에 더 상대하기 싫어 자리를 떠났다. 그게 전부다.”



윤씨는 왜 그렇게 E씨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을까. 이어지는 E씨의 설명.

“내가 알아보니 윤상림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그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 검찰 모 간부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윤상림을 잘 아느냐’고 묻더라. 또 기무사 간부들 중에도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람을 왜 만나느냐’고 나무란 적도 있다. 1처장 시절 군 동향을 살펴보니, F국방장관이 윤씨와 골프를 치고 있었다. 그래서 장관에게 ‘윤상림을 만나지 말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참모장 시절엔 G국방장관이 윤씨와 골프를 치는 게 포착돼 역시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나중에 G장관은 내게 ‘너 아니면 개망신당할 뻔했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또 감찰실장을 통해 사령부 내 간부들에게 ‘윤상림을 만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윤상림이 자신과 가까운 기무사 간부들한테 이 얘기를 전해 듣고는 그날 그렇게 대들었던 것이다.”

애초 E씨는 그 사건의 발생시기를 다르게 얘기했다. 기자가 알고 있는 시점보다 몇 년 전의 일이며, 그때는 직책도 사령관이 아니라 참모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여러 정황을 들이대며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지적하자 나중엔 “연도가 뭐 중요하고 직책이 뭐 중요하냐”면서 기자의 취재 의도를 문제 삼았다.

E씨는 모 사단 보안부대장(중령) 재직시 윤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일요일에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는데, 동기생인 D중령(앞서 언급된 D준장)한테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D중령에게 물어보니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하기에 윤씨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후 OO부대장과 △△부대장을 지낼 때 윤씨의 연락으로 한 차례씩 만났다. 그리고 그날 골프장 라커룸에서 만난 게 마지막이었다.”

E씨는 윤씨를 고소할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길 가다가 봉변당한 꼴인데 무슨 고소를 하겠느냐”며 “그 일 이후 (윤상림과의 관계를) 딱 끊었다.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E사령관이 재직시 공식석상에서 기무사 간부들에게 윤씨를 만나는 것에 대해 경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또 다른 기무사 관계자도 “기무사에서는 오래 전부터 윤씨가 문제 인물이라는 걸 알고 간부들에게 접촉 금지령을 내렸는데, 특히 E사령관의 경우 그 문제로 윤씨에게 망신스러운 일을 당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천하의 E기무사령관이 윤씨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끙끙 앓기만 한 것은 윤씨의 배경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씨가 전·현직 국방부 장관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데다 군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당시 정권 실세 H씨와도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H씨측은 “골프장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쳤을 뿐”이라며 윤씨와의 친분을 부인했다. H씨 측근의 설명.

“2000년인가 광주 인근 골프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날 H고문과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던 민주당 의원 한 명이 무슨 이유에선가 일행에서 빠졌는데, 그 자리를 윤씨가 치고 들어왔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체를 하기에 H고문의 후배 의원들이 야단을 쳐 돌려보냈다. 그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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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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