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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이종격투 도전한 실전태권도, 정통성 시비 휘말린 북한태권도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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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히로키는 경기 소감을 묻자 “태권도가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통한다는 걸 입증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주먹 공격이 주효했던 것 같다.

“ITF 태권도는 주먹과 발을 대등하게 사용한다. 평소 훈련도 그렇게 한다. K-1(일본에서 열리는 입식타격 이종격투기 대회)에 영향을 받아 2년 전부터 킥복싱 시합에 참가하고 있다. 그런 경험이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발차기 후 곧바로 역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타이밍은 괜찮았다고 본다. (발차기로) 상대를 눕힐 수 있도록 더 훈련하겠다.”

히로키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선수와 싸우고 싶다”며 “‘ITF의 사무라이’를 잊지 말라”고 호기를 부렸다.

다음은 패자인 아리엘 알리마노. 아르헨티나 국적인 그는 유우성과 5분 2라운드의 종합격투기 규칙으로 맞붙었다. 1라운드 초반에 활발하게 발차기 공격을 펼치다 유우성의 서브미션(submission·상대의 항복 신호를 받기 위해 관절을 꺾거나 경동맥 등을 조르는 행위) 기술인 하이 키 락(high key lock·팔을 위로 비틀어 어깨 꺾기)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레슬링과 킥복싱을 연마한 유우성의 격투기 전적은 8전 6승 2패.

-발차기 공격을 잘못한 후 곧바로 상대의 힘에 밀려 넘어졌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잡히는 순간 느낌이 어땠나.

“두려웠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손목을 잡히는 순간 상대의 힘이 나보다 훨씬 세다고 느껴졌다.”

-다양한 발차기를 선보였는데,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MMA 룰로 처음 해본 경기라 감을 못 잡았다. 같은 발차기라도 상황에 따라 좋은 발차기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발차기가 될 수도 있다. 경험을 더 쌓으면 나아질 것이다.”

-오늘 경기로 봐선 아무리 태권도를 잘해도 종합격투기 규칙으로 붙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태권도가 유리하다. 다음엔 거리 유지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잡히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다. 그래플링에 대비해 파운딩(pounding·누워 있는 상대에 올라타 펀치를 날리는 것) 기술을 보강하겠다.”

스텝보다 호흡 중시

마지막으로 유일한 여성 선수인 실비아 파리구. 이탈리아 태생인 그의 상대는 격투기 전적 12전 8승 4패의 손나영이었다.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익힌 손나영의 특기는 니킥.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단 한 차례도 니킥을 시도하지 못했다. 점프 스트레이트, 뛰어돌아 옆차기 등 탁월한 기량을 갖춘 파리구가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해 파고들어갈 공간을 전혀 내주지 않았기 때문. 결과는 파리구의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 스물두 살인 파리구는 인터뷰 내내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발차기 기술이 다양하고 적중률도 높았다. 하지만 상대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 차례 큰 타격을 입혔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태권도학교에서 뒤돌아 옆차기 훈련을 많이 했다.”

-경기 내용에 아쉬운 점은 없나.

“경기를 즐겼다. 환상적인 시합이었다. 발차기와 펀치 모두 완벽했다.”

-태권도라는 무술을 어떻게 생각하나.

“태권도는 완전한 무도다. 이탈리아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다 교육받은 사람이다. 태권도는 내 삶의 방식이자 전부다.”

경기 시작 전 “굉장히 불안하다”라고 경기 결과를 전망했던 ITF대한태권도연맹 오창진 사무총장은 경기가 끝난 후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흡족해했다.

“젊은 태권도인들이 원하는 게 뭔가. 바로 태권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도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이 경기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MMA 룰로 붙어도 이길 수 있다. 남미 쪽 태권도 선수들 중엔 유술(柔術)에 능한 선수가 많다. 이번 시합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선수 선발 폭이 좁았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서 뽑자니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이들은 축제기간에 벌어진 태권도 시합에 참가한 터라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둘째는 보호구 착용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거운 글러브를 끼고 발등에 보호대를 찼다. 보호대나 글러브가 없었다면 발차기나 주먹 공격이 훨씬 더 위력적이었을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마티아스 라모스나 실비아 파리구는 실전태권도의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발차기 공격의 한계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올림픽 태권도에서는 찾기 힘든 실전성이 돋보였다. 특히 권투와는 또 다른 맛의 주먹기술이 매력적이었다. 오 사무총장은 “K-1 선수 중에 바다 하리를 비롯해 ITF 태권도 유단자가 6명이나 있다”고 자랑했다. K-1 헤비급 챔피언인 바다 하리는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는 모로코 태생의 격투가. 강력한 스트레이트 펀치와 더불어 뒤돌아 옆차기 등 태권도 발차기가 주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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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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