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시선집중

한글 선시(禪詩) 개척자 오현 스님 입적

‘중생의 삶과 함께한 참 선지식’

  • 입력2018-06-2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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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5월 말 열반에 든 조계종 원로 설악당(雪嶽堂) 무산(霧山) 대종사는 한글 선시(禪詩) 개척자이자 시조문학 중흥에 기여한 ‘자유인’이었다. 세간에선 필명 조오현을 따 오현 스님으로 불렀다. 선수행으로도 이름이 높았지만, ‘아득한 성자’ ‘마음 하나’ 등 불교적 가르침과 깨달음이 녹아 있는 서정적인 시로 유명하다. 법랍 62년, 세수 87세.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입적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임종게(臨終偈)는 늘 자신을 낮춰 중생과 함께하고자 했던 겸손한 삶을 반어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평소 “중생들의 삶이 바로 팔만대장경이고 부처며 선지식”이라고 말하며 절 인근 주민들과도 소탈하게 어울렸던 분이다.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스님은 일곱 살에 출가해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1977년 설악산 신흥사 주지를 맡았고, 말년에는 선승들의 수행을 지도하는 정신적 스승으로 있었다. 1년에 3개월씩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했다. 이는 밖에서 문을 잠가 나갈 수 없는 선방에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며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1968년 등단해 시집 ‘심우도’ ‘아득한 성자’ 등을 펴냈고, 공초문학상·가람시조문학상·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스님은 만해가 창간한 ‘유심’을 복간했고, 불교정론지 ‘불교평론’을 창간했으며, 불교신문 주필을 지냈다. 1996년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을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해 만해대상을 제정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스님의 ‘아득한 성자’를 인용하며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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