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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IPO 첫발 뗀 컬리 ‘김슬아 신화’ 통할까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kr

우여곡절 끝에 IPO 첫발 뗀 컬리 ‘김슬아 신화’ 통할까

  • ● 이커머스 기업 최초 한국증시 상장 가시화
    ●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 낸 적 없어
    ● 영업손실 2016년 88억 원→ 2021년 2177억 원
    ● 비식품 영역 진출로 추가 성장 발판 마련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2015년 32세 때 신석식품 전용 온라인 마트 마켓컬리를 처음 선보였다. [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2015년 32세 때 신석식품 전용 온라인 마트 마켓컬리를 처음 선보였다. [컬리]

기업공개(IPO)를 놓고 말이 많았던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가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드디어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그간 컬리는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내세워 왔으나 물리적으로 이미 물 건너갔다. 다시 세운 목표는 3분기다.

컬리는 마켓컬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곳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 다시 한번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컬리가 상장을 주저한 이유로는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 올 들어 악화한 국내 증시 등이 꼽혔다. 그러나 김 대표의 지분율 문제가 정리되면서 바로 상장에 돌입했다. 경쟁사인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 역시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증시에 입성해 승기를 잡자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조 원가량이다. 지금은 시장 상황 등이 받쳐준다면 6조~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새벽배송 3사 中 컬리가 승기 잡아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마켓의 상장이었다. 3사 모두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로 사업 구조가 유사하다. 세 회사의 차별점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먼저 하는 곳이 승자”라는 말도 업계에서 나왔다.



컬리는 올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김 대표의 지분율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김 대표의 지분율을 문제 삼았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20년 기준 6.67%였는데 지난해 추가 투자 유치 등으로 5%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율이 최소 20%는 돼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판단이다. 거래소는 김 대표가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과 지분 20% 이상의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고, 2년가량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할 것을 요구했는데 컬리가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걸림돌이었던 시장 상황은 일단 지켜보면서 구체적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주주, 주관사, 거래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국내 증시와 차갑게 식은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올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본 업종인 만큼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될 경우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화려하게 뉴욕 증시에 입성한 쿠팡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어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쿠팡 주가는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1주당 30달러 안팎을 오갔으나 4월 초 기준 18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공모가 35달러에서 반토막 났다.

‘누적 적자 5000억 원’에 부정적 시선

마켓컬리 운용사 컬리가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마켓컬리 복합물류단지에 세워진 배송 차량. [뉴시스]

마켓컬리 운용사 컬리가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마켓컬리 복합물류단지에 세워진 배송 차량. [뉴시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높다. 2018년 4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4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성장세도 높아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떠올랐다.

컬리는 2014년 12월 설립돼 이듬해 5월 마켓컬리를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밤 11시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여전히 컬리의 수익 구조를 놓고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 컬리는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적자가 5000억 원에 이른다. 원래 기준대로라면 상장도 불가능했지만 지난해 3월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유니콘 기업 특례요건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해졌다.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이 절대적인 약점은 아니다. 만년 적자를 내는 쿠팡 역시 상장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쿠팡과 달리 컬리는 신선식품을 주로 다루고 있어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의 거래액은 20조 원 안팎이지만 컬리는 지난해에야 2조 원을 넘겼다.

컬리의 적자 폭이 매년 늘기만 하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상 초기 투자를 위한 적자를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과연 지금과 같은 사업모델이 구조적으로 수익을 낼 수는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만만치 않다. 매출이 늘어나도 영업손실이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일단 매출로만 보면 컬리의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2016년 174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1조5631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경쟁사들이 등장해 공격적 영업에 나선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영업손실의 증가 폭도 무시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2016년 88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2177억 원으로 증가했다.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 과다 지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컬리의 판관비는 5113억 원으로 전년보다 79.0%나 증가했다. 컬리의 과도한 판관비는 오래전부터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컬리의 판관비 가운데 변동비 비중이 높은 점도 문제다. 변동비란 매출이 증가할 때 함께 증가하는 비용을 말한다. 판관비 중 변동비의 비중이 높으면 매출이 늘 때 비용도 늘어나 수익성이 좋아지기 어렵다.

신선식품 특성상 아이스팩 등을 동봉해야 하기 때문에 포장비가 대규모로 발생한다. 포장비 다음으로는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매출을 현재의 수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2014년 설립돼 올해 9년차를 맞았음에도 같은 문제를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컬리가 몸담고 있는 시장은 SSG닷컴을 비롯해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시장이다. 갈수록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과 한정된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컬리의 입장은 다르다. 투자에 따른 불가피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컬리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컬리가 내세우는 지표는 공헌이익이다. 투자를 제외하면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지 3년이 넘었다는 설명이다. 투자가 마무리되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투자만 없다면 금방이라도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비식품 영역 진출 등 사업 다각화 모색

이커머스 기업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거래액도 증가하고 있다. 마켓컬리 거래액은 지난해 처음 2조 원을 넘겼다. 전년 대비 65% 이상 증가했다. 증가율로만 보면 쿠팡(57%), SSG닷컴(22%)보다 높은 수치다. 거래액 규모 자체만 보면 쿠팡(34조 원), SSG닷컴(5조7172억 원)과 격차가 크지만 성장세 자체는 가장 높았다.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컬리도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에만 매달리지는 않고 있다. 식품에 이어 비식품 영역까지 진출해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주방가전 판매를 시작했고, 2020년 화장품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해 비식품 매출 비중은 33%까지 확대됐다.

올해 들어선 사업 목적도 대거 추가했다. 급식업과 식당업에서부터 주류 도소매·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업을 새롭게 올렸다.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직 구체적 사업계획을 세워두진 않았지만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추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컬리를 얘기할 때 김슬아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김슬아 대표는 마켓컬리가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하루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15년 5월 32세의 나이에 신석식품 전용 온라인 마트 마켓컬리를 처음 선보였다. 마켓컬리는 3년도 되기 전에 서울 및 수도권 주부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떠올랐다.

마켓컬리의 성공 비결로 직접 엄선한 제품을 선보이는 큐레이션과 새벽배송이 꼽힌다. 지금이야 새벽배송 서비스가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신선식품을 아침에 배달해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두 가지 모두 “누군가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매일 아침 집에 배달해 주면 어떨까”라는 김 대표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결혼한 뒤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현실 주부의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장을 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주말에 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현장조사를 통해 똑같은 고민을 하는 주부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 후 창업을 결심했다.

마켓컬리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인 2016년 6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 10만 명 이상을 확보했고, 2년 만인 2017년 6월에는 28만 명까지 늘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마켓컬리의 등장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마켓컬리의 힘은 소비자의 신뢰에서 나온다. 마켓컬리가 내놓은 상품은 믿고 쓸 수 있다는 소비자의 평가가 많다. 마켓컬리에 신규 입점하는 모든 상품은 ‘상품위원회’라는 내부 절차를 거친다. 컬리의 상품기획(MD) 직원들은 2015년 5월부터 매주 금요일 직접 상품의 맛을 보며 70개의 평가 품목을 점검하는 상품위원회를 여는데 이는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김 대표도 상품위원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스스로 마켓컬리의 급성장 비결로 ‘품질에 대한 집착’을 꼽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보스턴의 웰즐리대학을 졸업했다. 힐러리 클린턴,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을 배출한 150년 전통의 명문 사립 여대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등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일했다.

김 대표의 경력만 보고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김 대표는 성공 비결을 다른 데서 꼽는다. 김 대표는 “몸에 열심히 일하는 습관이 배어 있고 성과를 내야만 하는 환경에서 일한 경험이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지금에 와서도 동일하게 발휘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신동아 2022년 5월호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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