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UAE의 敵은 이란? 테헤란과 잘 지내려 노력하는 단계

“나라가 이사 갈 순 없다” 공존 택한 앙숙

  • 이세형 채널A 정책기획팀장·前 동아일보 카이로특파원

    turtle@donga.com

    입력2023-02-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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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방 수립 때부터 이란과 영토분쟁

    • 군사력 이란 vs 경제력 UAE

    • 예멘에서 대리戰 벌이기도

    • 두바이는 경제적으로 이란과 밀접

    • 둘 중 한 나라 포기해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를 찾아 격려하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를 찾아 격려하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동아DB]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외교관계는 이란-아랍에미리트(UAE) 간이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UAE 순방 중 현지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뒤 이란 외교부는 “비외교적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 측 설명을 기다린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한국과 이란은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招致·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 견해를 전달하는 것)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외교 참사다”(민주당), “기본적으로 맞는 사실관계다”(국민의 힘)라는 주장이 맞서며 논란을 빚었다.

    평소 중동 정세에 큰 관심이 없는 한국에서 ‘중동 국가 간의 관계’가 이번처럼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다. 이 과정에서 이란-UAE 관계가 실제로 어떤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정말 이란은 UAE의 적 혹은 위협적 국가일까. 아니면 이란과 UAE는 평범한 이웃 국가 관계인 것일까.

    UAE 수립부터 이란과는 견원지간

    결론부터 말해, 이란-UAE 관계에는 적잖은 긴장감이 감돈다. 두 나라 간에는 여러 갈등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물론 두 나라는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인적, 물적 교류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란과 UAE는 영토, 정치체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갈등을 겪는 사이인 건 분명하다.



    두 나라 간 갈등은 1971년 11월 UAE가 영국의 협정국가에서 완전한 독립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군이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권에선 아라비아만으로 호칭하다 보니 적잖은 나라들이 영어로 ‘만’을 뜻하는 걸프라고 표현한다)에서 철수하며 UAE 연방이 수립됐다. UAE는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중심으로 샤르자, 라스알카이마, 푸자이라, 움알쿠와인, 아즈만 등 총 7개 토후국으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대통령은 아부다비 국왕(정식 명칭은 ‘에미르(Emir)’로 최고통치자란 뜻인데 실제 위상이나 역할은 국왕이다.), 부통령 겸 국무총리는 두바이 국왕이 맡는다.

    연방 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틈타 이란은 라스알카이마가 지배하던 소툰브와 대툰브, 샤르자가 지배하던 아부무사 등 총 3개 섬을 ‘원래 우리 영토였다’고 주장하며 점령했다. 전쟁이나 군사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엄연한 영토분쟁의 시작이었다. 이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란과 UAE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 이 섬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며,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한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는 허구다” 같은 극단적 발언으로 유명세를 타던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2005년 8월~2013년 8월 재임)은 2012년 4월 아부무사섬을 방문해 갈등을 키웠다. 당시 UAE는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즉각 소환하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걸프 지역 6개 왕정 아랍 산유국의 정치·경제 연합체인 걸프협력회의(GCC)도 회원국 외교장관 공동 명의로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왕정 국가 자극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

    영토 분쟁 못지않게 두 나라의 정치체제 차이도 이란-UAE 관계를 긴장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며 세속주의를 지향하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자 UAE를 비롯해 주변 아랍 왕정 산유국들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들이 중심이 돼 왕정을 무너뜨렸고, 신정공화정 체제를 구축했다. 신정공화정은 시아파 성직자가 국가 최고지도자를 맡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뽑는 독특한 정치체제다. 이슬람 종파상 수니파, 문화·인종적으로는 아랍(이란은 페르시아)이며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왕정 체제를 지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에 이란의 신정공화정은 위협 그 자체였다.

    더욱이 이란은 이 같은 ‘혁명 경험’을 주변국의 시아파 무장 정치단체, 언론, 종교인 등을 통해 전파하려 했다. 시아파가 많고, 내부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같은 나라는 이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아파 맹주가 된 이란은 국익에 맞게 이 나라들의 정치와 외교·안보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유사시에는 현지 무장 정치단체들을 이용해 무력 충돌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

    특히 레바논은 이란의 영향력에 크게 좌우되는 나라로 꼽힌다. 이란은 레바논의 대표적인 시아파 무장 정치단체 ‘헤즈볼라’를 집중 지원했다. 헤즈볼라의 별명은 ‘작은 이란’ 혹은 ‘이란 추종자’. 그만큼 이란과 가까운 사이다. 현재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와 의회에서 많은 고위직 인사들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기독교, 시아파, 수니파 간 갈등이 심한 레바논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 세력 중 하나로 꼽힌다. 이란의 체계적인 무기와 재정 지원 속에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레바논 정규군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 정규군과 34일간 맞서는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줬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시아벨트 전략’을 수립해 인접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시아벨트 전략’을 수립해 인접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동에선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조치를 ‘시아벨트 전략’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아벨트 전략은 정규군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엘리트 군대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혁명수비대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직접 관리하는 무력 집단이다. 특히 혁명수비대에서도 쿠드스군으로 불리는 정예부대가 시아벨트 전략 중 벌어지는 군사작전을 책임진다.

    미국은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라크 내 작전 현장’을 찾기 위해 방문한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을 이용해 암살했을 만큼 혁명수비대와 시아벨트 전략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왕정을 무너뜨린 경험과 시아벨트 전략을 기반으로 이런 경험을 중동 전역으로 전파시키려고 하는 이란에 걸프 지역 아랍 왕정 산유국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매우 크다”며 “1981년 5월 GCC가 출범할 때도 신정공화정 체제를 갖춘 이란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왕정 국가들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랍인 67% “이란은 위험한 나라”

    UAE와 이란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없었지만, ‘대리전’은 있었다. 장소는 예멘이었다. 예멘은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아랍국가 국민들의 독재 반대 시위)을 겪으며 2012년 2월부터 정부군(수니파)과 후티 반군(시아파) 간 내전이 발생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3월 주도한 수니파 아랍 동맹군에 참여하며 예멘 정부군을 지원했다. 반면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충돌 속에서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공항, 석유 플랜트 등 각종 국가 기반시설을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공격한 적도 있다. 후티 반군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한 도발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2020년 9월 UAE와 바레인은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의 아래 ‘아랍의 적’인 이스라엘과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이라고 부르는데, 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이란은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이 이란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역시 이란과 불편한 사이인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군사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다. 과거 이란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자들을 암살하고,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등 ‘대이란 공작 역량’도 뛰어나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팔레스타인이 사실상 제대로 된 독립국가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주요 아랍 국가 리더의 연령대도 젊어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도 명분보다 실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UAE를 포함해 많은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모사드)의 이란에 대한 정보력과 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유명 연구소 겸 싱크탱크인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이 2011년부터 진행 중인 아랍여론지수(Arab Opinon Index·AOI)에서도 이란에 대한 아랍권의 반감은 잘 드러난다. AOI는 2019~2020년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집트, 수단,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모리타니 국민 2만828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UAE는 포함 안 된 조사이지만 당시 조사 대상자의 67%가 이란이 “아랍권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UAE는 미사일이 무섭고, 이란은 돈이 무섭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집트, 수단,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같이 이란의 지역 영향력 행사 전략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를 포함한 조사인데도 이란에 대한 위협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며 “만약 UAE 혹은 GCC 국가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면 ‘이란이 위협적’이라는 답변은 더욱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UAE와 이란은 대놓고 대립하기 힘든 상황이다. UAE 전 국토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에 노출돼 있다. 이란은 사정거리 2000㎞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개발·생산한 중동 내 ‘미사일 최강국’이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쓰는 드론 중에도 이란제가 대거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사용 드론 강국’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UAE를 포함한 걸프 지역 아랍 왕정 산유국들은 이란과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국 부의 근간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시설, 국민의 실생활에 꼭 필요한 담수화 시설과 전력 플랜트 등이 대거 파괴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슬람국가(IS) 퇴치와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의 시아파 무장 정치단체 지원에서 역량이 증명된 이란의 지상군도 위협적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UAE, 사우디 등 아랍 왕정 산유국 국민은 그동안 자원 덕분에 편안하게 살았고, 왕정은 국방을 미국에 의존해 안보 취약점을 자주 드러냈다”며 “1979년부터 줄곧 미국과 유럽의 직·간접 경제제재를 받은 이란 국민은 1980~1988년 8년 동안 이라크와 전쟁까지 치르면서 국가적 위기를 견디며 쌓아온 내성이 이웃 아랍 왕정 국민보다 훨씬 강하다”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오른쪽, 아부다비 국왕)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부통령 겸 국무총리(두바이 국왕). [더내셔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오른쪽, 아부다비 국왕)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부통령 겸 국무총리(두바이 국왕). [더내셔널]

    UAE 연방의 핵심인 아부다비와 두바이 중 두바이가 경제적으로 오래전부터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양국의 물리적 충돌을 막는 요인이다. 두바이는 아부다비와 달리 석유와 천연가스가 거의 나지 않는다. 두바이는 이런 한계를 금융, 물류, 항공, 관광 관련 산업을 키우며 극복했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두바이에서 이란 관련 금융과 물류 산업이 발달한 배경이다. 두바이와 테헤란(이란 수도) 간 직항 노선은 주 50여 편에 이른다.

    이런 특성 덕분에 약 950만 명인 UAE 인구 중 이란인은 50만 명 정도 된다. 대부분이 두바이에 산다. 부모나 조부모 때부터 UAE에 거주한 ‘장기 거주민’도 많다. 당연히 두바이는 이란과 UAE의 갈등이 고조되는 게 반갑지 않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이란을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고, 아부다비가 이란에 대해 훨씬 강경하다. 하지만 아부다비가 연방의 또 다른 축인 두바이 처지를 무시할 수는 없고, 아부다비 역시 정세 불안은 피하고 싶어 해 결국 이란과 안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고, 아랍권의 대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모두 각각 세계 ‘톱5’에 들어가고, 페르시아 문명의 고대 유적지가 수없이 많아 관광자원도 풍부한 나라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3일 뒤 사망한 마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로 인해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의 핵심 원인도 결국은 경제난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계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이란인은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것으로 인한 불만보다, 좋은 자원과 인력을 갖추고도 경직되고 대안 없는 국정 운영으로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훨씬 더 크다”라며 “지금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는 나라와 경제를 망가뜨린 정치권의 종교지도자들과 혁명수비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경제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주변국, 특히 그나마 금융과 물류 거래가 활발한 UAE와 갈등을 키우는 건 이란으로서는 무리수다. 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란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경제가 엉망인데 왜 자꾸 다른 나라에 개입해서 국력을 낭비하느냐’며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시아벨트 전략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그나마 이란 사람들이 손쉽게 외환과 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UAE, 나아가 다른 GCC 국가들과 관계가 더 악화되면 민심이 완전히 돌아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카타르 ACRP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시절(2018년 7월~2019년 5월)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주제 중 하나가 GCC 국가와 이란의 관계였다. 특히 GCC 국가 중 이란과 가장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카타르의 전략이 궁금했다. 카타르는 걸프만에 위치한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카타르령 노스돔, 이란령 사우스파)을 이란과 공유하는 사이다. 자국 경제의 핵심인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이란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운명인 것.

    그래서일까. 당시 만났던 많은 카타르 정부 관계자들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카타르뿐 아니라 모든 GCC 국가들이 지리는 못 바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좋든, 싫든 이란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GCC 국가들도 정도 차이만 있지 결국 지역 안정을 위해선 이란과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길 희망한다는 분석이었다.

    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동아DB]

    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동아DB]

    “이란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UAE에선 최근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UAE 국가안보보좌관이 2021년 12월 이란을 방문했고, 이란과 안보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UAE를 방문했다. 인남식 교수는 “최근 UAE의 움직임은 카타르의 60~70% 되는 수준으로 이란과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결국 두 나라는 불편한 이슈 속에서도 최대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에도 UAE와 이란은 모두 중요한 중동 국가다. UAE와는 원자력발전소 수출, 군사협력, 각종 건설 프로젝트 수주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가 활발하다. 윤 대통령의 1월 방문 때 UAE는 “한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미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맺고 있다.

    이란과는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현재는 괄목할 만한 교류는 없다. 하지만 9000만여 명에 달하는 인구,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수준 높은 인력과 제조업 역량 등 향후 협력 및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 대중문화가 오래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대(對)중동 전략’에서도 두 나라 중 한 나라만을 생각하는 건 적절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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