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를 통해 검찰·국정원이 주한 러시아대사관 참사관과 러시아 대학총장에 대해 스파이 활동, 금품 수수, 학위 범죄 알선 등의 비리 혐의를 두고 내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에 따르면 검찰은 참사관과 대학총장을 끼워 넣은 범죄조직도까지 작성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한국 외교통상부에 보낸 문서에서 “적개심, 암운, 당혹감…” 등의 표현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수사로 한·러 외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 정부는 우주인 고산 퇴출, 한국인 3명 추방에 이어 한국 외교관 4명을 추방했다. ‘신동아’ 4월호 보도로 밝혀진 사실의 요지를 먼저 살펴보자.
“주재국 범죄에 가담한 자임”
“검찰은 2006년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 자슬라브스키 총장과 공모하여 국내 대학교수와 음대 졸업생 120여 명에게 25억원을 받고 가짜 석·박사 학위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고등교육법 위반)로 도모(여·53)씨를 구속하고 자슬라브스키 총장을 지명 수배했다. 또한 도씨를 통해 가짜 학위를 받은 21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내사를 바탕으로 한 이 사건 수사기록에서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미나예프 당시 참사관에 대해 이 사건의 공범으로서 스파이 활동, 금품 수수, 비자 알선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수사보고서
러시아 정부를 가장 자극한 것은 ‘신동아’에 보도된 검찰의 사건체계도와 내사 기록이었다. 검찰은 사건체계도(사진)에서 범죄 혐의자 그룹에 미나예프 참사관과 자슬라브스키 총장을 포함시켰다. 또한 검찰은 미나예프 참사관 부분을 별도로 정리한 ‘대상자별 혐의내용 수사보고서’(사진)에서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미나예프 러시아 참사관과 자슬라브스키 러시아 국립대 총장을 가짜학위 유통 혐의자들의 범죄 조직도에 포함시킨 검찰의 ‘사건 체계도’.
“한국에 암운 감돌게 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러시아 외교관과 대학총장을 범죄자 취급하며 은밀히 내사해온 점이 ‘신동아’ 보도를 통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러시아 정부는 격분했다. 검찰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사 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미나예프 참사관은 정작 검찰 기소 대상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그의 혐의 기록은 재판과는 무관한 사안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검찰-국정원의 러시아 외교관 내사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월15일 외교통상부에 영문(英文)으로 된 항의 공한(No. 82)을 보냈다. ‘신동아’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명의로 된 이 공한을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해 번역했다.